피가 흐르는 곳에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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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얼굴이 그냥…… 등장했어!"

"알아. 나도 봤어."

"여기만 그래?"

"온 사방이 그런 것 같아. 아무래도……."

순간 그녀가 그를 끌어안고 안으로 당겼다. 덕분에 하려던 말을 마저 하지 못해서 다행이었다. 종말이 다가온 것 같아, 라고.

p.162



이 책은 네 편의 단편들의 묶음으로 되어 있다. 전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재미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고 재미있게 읽었던 이야기가 <해리건 씨의 전화기>와 <피가 흐르는 곳에>이다.

네 편의 단편 중 첫번째인 <해리건 씨의 전화기>는 어쩌면 단순한 우연일지도 모르지만, 우연이라고 하더라도 무서운 사건들의 연속이다. 크레이그는 자신이 사는 시골 마을에 이사 온 해리슨 씨와 친해지게 되었다. 해리슨 씨는 대기업을 소유하였었으나, 은퇴하고 그 마을로 온 것이었으며, 어린 나이에도 글을 읽는 능력이 남다른 크레이그에게 자신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 등을 맡겼다.

그렇게 몇 년 후, 아이폰 1세대가 나오자 크레이그는 해리건 씨에게 선물로 사주었다. 그렇게 몇 년이 또 지나고 난 뒤 해리슨 씨는 사망하였고, 크레이그는 남들 몰래 해리건 씨의 아이폰을 해리건 씨의 안주머니에 넣었다.

그 후 몇 년이 지나고, 크레이그는 중학교에서 힘든 일이 있어 안 되리라 생각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해리건 씨가 녹음해 놓은 음성 사서함 메시지라도 듣고 싶어 해리건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신호가 갔다!!

щ(ʘ╻ʘ)щ

『아웃사이더』의 속편이자 이 책의 제목인 <피가 흐르는 곳에>는 고통으로 시작한다.

펜실베니아 주의 한 도시의 중학교에 배송된 우편물. 그 학교의 자매학교에서 보낸 택배였다. 하지만 택배는 애시당초 보내진 적조차 없었고, 그 택배를 배달한 '펜시 스피드 딜리버리'라는 회사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유입된 폭발물은 결국 끔찍한 대학살 장면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이를 뉴스로 보게 된 사립 탐정 홀리 기브니는 직감으로 깨닫게 된다. 일전에 자신이 동료들과 함께 텍사스의 어느 동굴에서 마주했던, 사람들의 고통을 먹으며 삶을 유지해 나가는 흡혈귀 같은 괴물이 또 있고, 이 사건은 그 괴물 중 하나, 어쩌면 더 많은 수가 저지른 짓이라는 것을….




<해리건 씨의 전화기>에서 전화가 걸리는 부분은 어쩌면 최초의 아이폰의 기술 결함이라고 생각하고 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히 그건 아니다. 기술 결함이라고 해도 수 년이 지난 번호에 전화가 될 리가 없고, 그 전화에서 답변 문자가 오는 경우는 없다. 어떻게 보면 귀신이라는 초자연적인 존재와 스마트폰이라는 현대 기술의 집약체가 함께 결합하여 만들어진 새로운 느낌의 긴장감을 선사한다.

<척의 일생>에서는 첫 부분부터 세상이 멸망하는 것 같은 장면이 나오는데, 이러한 장면이 나타나게 된 원인이자 이에 얽힌 과거가 뒤로 갈수록 풀어졌다. 이러한 구성으로 인해 <척의 일생>은 이 책에 있는 다른 소설들과는 다른 궁금증을 유발한다.

<피가 흐르는 곳에>의 가장 무서운 점은 아마 흡혈귀의 존재 자체일 거다. 다른 흡혈귀가 단순히 피를 먹는데에 비해 다른 이들이 고통을 받으며 살아가게 하면서 그 고통을 흡수하고 즐긴다는 것이 무서운 것을 넘어 징그럽게… 아니 소름끼치고 충격적으로 느껴진다. 게다가 외모까지 바꿀 수 있다니!!

그럼에도 이러한 존재를 알아보는 홀리, 심지어는 몇십 년 동안 완벽하게 추적해 왔던 댄이 대단하고, 한편으로는 이런 흡혈귀를 볼 때마다 어떤 생각이 들지 궁금해진다. 어떨지는 몰라도, 최소한 이런 존재에 대한 공포는 있을 텐데, 그런 공포에도 불구하고 상대하는 용기가 진정으로 훌륭한 것 같다.

역시 스티븐 킹의 소설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볼 수 있는… 아니 봐야 하는 소설이다.

전체적으로 긴장감이 항상 팽팽하게 내용 전반에 걸쳐 펼쳐져 있다.

기발하고 충격적인… 누구도 예상치 못한 허를 찌르는 전개에 소설을 읽는 동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정말 작가 자체가 보증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스티븐 킹은 독자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 내에서 긴장감과 몰입도를 최대한으로 선사하고 있다.

이렇게 독자의 눈높이를 높게 만들어 놓으면 다른 소설은 어떻게 읽으라는 건지…….

소설을 다 읽어버린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스티븐 킹의 소설 『아웃사이더』를 드라마화한 HBO 드라마 <아웃사이더>도 봐야겠다.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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