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칼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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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모자키 아쓰야, 나카이 마코토, 스가노 가이지는 경찰들이 축제 정비와 지도 겸 축제장에 몰려 있을 틈을 타 축제에 갔다 돌아오는 여성을 납치해 성폭행할 계획을 세우고 외진 곳을 차로 어슬렁거렸다. 가이지는 이전에도 여러번 클로로포름을 이용해 어린 여자애를 성폭행했지만 용케 걸리지 않았고 지금은 완전히 납치 성폭행에 맛을 들린 상태였다. 마코토는 가이지에게 하기 싫다고 덤벼들다가는 보복 당할게 뻔했기에 억지로 동참했다. 가이지는 여자애를 강간할 때 디지털카메라나 캠코더로 촬영했다. 입막음 용이기도 하지만 취미 생활이기도 했다. 아쓰야의 방 책장에는 그들이 찍은 성폭행 장면 비디오테이프로 가득했다.

그런 그들 앞에 유카타를 입은 단정한 이목구비의 어린 소녀가 눈에 들어왔다.

세 사람은 유카타의 소녀를 기절시켜 아쓰야의 집으로 옮겼다. 마침 마코토의 아버지에게서 차를 가져오라는 전화가 왔고 마코토는 겉으로는 퉁명스럽게 내뱉었으나 내심 안도하며 집으로 가야된다고 말했다. 그런 마코토에게 가이지는 마코토도 공범이라며 이 일에 대해 발설하지 말라는 경고를 했다. 차에 탄 마코토는 차 뒷자리에서 소녀의 휴대전화를 발견한다.

나가미네는 딸 에마가 너무 늦자 같이 불꽃놀이 간 친구에게 전화를 했고 현지 경찰에도 신고를 한다.

불꽃축제가 있은 이틀 후 집에서 빈둥거리던 마코토는 TV 채널을 돌리다 축제 이후 행방불명이라는 소녀의 사진에 멈추었다. 그 소녀는 틀림없이 그들이 납치했던 소녀였다. 어떻게 된 일이지?

그때 아쓰야에게서 차를 가지고 자신의 아파트로 오라는 전화가 왔다.

아쓰야의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열쇠를 놓아 두는 우편함 비밀봉투에 열쇠도 없었다. 마코토는 아파트 뒤로 돌아가 베란다 울타리를 넘어 커튼이 벌어진 틈으로 한참을 초점을 맞추며 들여다 봤다.

거기에 침대에서 튀어나온 하얀 손이 보였다. 마코토는 너무 놀랐고 어지러웠다. 아파트 앞으로 돌아오니 아쓰야와 가이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어차피 마코토도 공범이라며 시체처리하는 것 말고 돌아가서 알리바이를 만들라는 말을 했다.

아라카와강 하류에서 에마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경찰의 입회하에 나가미네가 에마의 시체를 확인하고는 절규했다. 경찰은 외견상 아무런 흔적이 없었다고 나가미네에게 말했지만 실상은 에마의 팔에는 주사에 의한 내출혈 흔적이 곳곳에 있었다.

사인은 급성 심부전. 마약이 검출되었다. 수사관들은 각성제일 것이라고 다들 짐작했고 범인이 어린 소년일 것이라 짐작하고 확신했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조심스러웠다.

수사본부로 맥락있는 같은 목격 정보가 여럿 들어왔고, 그날 밤 에마가 내린 역에서 수상한 차와 젊은 남자들을 목격했다는 제보자로부터 결정적으로 차의 년식을 알아냈다.

차가 언론에 수배되고 수사망이 좁혀 들어오자 마코토에게 알리바이를 요구하던 가이지 일당은 마코토와 선을 그으려 했다. 마코토는 자수를 원했으나 가이지 일당의 보복이 두려웠다. 그래서 익명의 제보전화를 하기로 했다. 전단지에 적힌 전화번호가 아닌 에마의 전화기에 저장되어 있는 나가미네 에마의 집 전화로.

퇴근을 한 나가미네는 전화 응답기에 녹음된 범죄 제보를 들었지만 수사본부에 신고를 망설인다. 본인이 직접 제보를 확인하자고 다짐한 나가미네는 다음 날 제보자가 알려준 도모자키 아쓰야라는 인물의 집으로 향했다. 제보자가 알려준 주소에 도착해서 나가미네는 그 주소가 엉터리가 아님을 또 도모자키 아쓰야라는 인물이 사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잠시 경찰에 알려야 되는가를 고민했지만 증거를 먼저 잡고 범인을 잡은 다음 경찰에 알리자고 결심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아쓰야의 집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을 했고, 없음을 확인하고는 제보 전화가 알려준 우편함으로 가서 열쇠를 꺼내 현관문을 열었다.

집 안으로 들어가 제보자가 말한 비디오테이프를 떠올렸다. 수많은 비디오테이프 중에는 이상한 제목의 테이프들이 있었고 그것들 중 하나가 <8월 불꽃놀이 유카타>.

재생한 화면에는 남자의 성기와 정신줄을 놓은 표정의 에마가…….

그들은 에마를 짐승처럼 유린했다. 그리고 화면이 바뀌고 축 늘어진 에마와 큰일난 표정의 남자.

온몸으로 절망과 분노와 상실감을 느끼고 있던 그때 우편함을 뒤지는 소리가 났다. 나가미네는 도망갈 생각도 하지않고 눈에 보이는 식칼을 집어 들고 숨어서 기다렸다. 화면 속에서 봤던 두 남자 중 한명이 들어왔다. 나가미네는 그 소년에게 다가갔고, 그 소년이 기척을 느끼고 돌아봤을 때는 이미 나가미네의 손에 있던 식칼이 소년의 몸 속에 깊숙이 파고드는데…….



우리가 정의의 칼날이라고 믿는 것이, 정말 올바른 방향을 향하고 있나?

p.534



소설을 읽으면서 분노와 동시에 무력감으로 가슴을 칠 수 밖에 없었다.

근래에 들어 현실에서 뉴스를 보며 내가 자주 느끼고 있던 불만들과 생각들을 너무나 잘 나타내고 있었다.

어른도, 아니 부모도 손쓸 수 없는 청소년들… 과연 국가와 사회가 그들을 계도할 수 있을까?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이 악의적으로 계획적으로 저지른 범죄를 용서해야만 하는걸까?

용서를 한다고 그들이 반성하고 참회를 하고 갱생이 될까?

소설에서 게임을 빌려주지 않는다고 술을 마시고 동급생을 죽음에 이르게 린치를 가한 사건이 언급되었다. 잔인하게 때리고 피해자가 기절하면 온몸을 라이터로 지지고 불을 붙였다. 하지만 사회는 그들의 도덕성이나 그들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나이가 어리니까 그들을 무조건 용서했다.

그런데 그들은 반성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경찰서로 끌려온 자신들이 억울하고 불쌍해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울었다고 한다.

아마 모든 범죄 청소년들이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들은 실제 그들이 잘못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소설 속 아이들처럼 '재수가 없어서 걸렸다'고 생각할 것이다. 실제 그들은 걸려도 법적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과연 이런 아이들을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보호해 주어야 하는 걸까?

법은 가해자를 위해 존재할 뿐인가? 피해자를 위한 법은 존재하지 않는가?

촉법소년으로 인해서 아이들은 법으로부터 보호받고 있고 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법은 잘 이용해야 되고 법을 이용하지 못하면 바보라는 생각부터 배우는 것같다.

그들은 법을 비웃고, 어른들을 비웃고, 자신들의 세계에서 자신들의 범죄 사실을 훈장처럼 자랑스러워한다. 자신들의 범죄현장을 동영상으로 찍고 인터넷에 올리는 아이들도 있지 않나.

복수가 전부는 아니지만 법이 법답게 제대로 된 벌을 주고 피해자를 보호하고 억울함을 풀어주는 기능을 했다면 소설 속 나가미네가 개인적으로 살인을 하는 쪽을 택했을까? 본인이 살인을 저지르면서도 과연 그 억울한 마음이 해소가 되었을까?

왜 평범한 아버지를 살인자로 만들어야 했고 또 법은 그 아버지에게만 책임을 묻는건지.

그들을 죽인다고 죽은 딸이 되돌아오지도 자신의 원통함이 사라지지도 않지만 그렇게라도 그들을 벌하지 않으면 숨조차 쉴수 없는 아버지의 마음이 너무 절절하게 묘사되어 있다.

가해자의 갱생도 중요하지만 피해자의 구제와 치유는 신경쓰지 않는 현실. 법은 가해자를 위해 존재하는 지금 피해자는 스스로 알아서 위로를 하고 치유해야 한다.

일반인들은 공감하지 못하는 가해자를 위한 법은 언제쯤 없어질까? 언제 누가 용기를 내어 수술대에 올릴까?



그럼 피해자는 어떻게 됩니까? 그들이 받는 고통은 어디서 풀어야 하죠? 가해자를 돕는 길만 생각하는 게 옳습니까?

p.402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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