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나구치 요리코의 최악의 낙하와 자포자기 캐논볼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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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주택가의 총기 난사 사건의 신문보도 내용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현재와 주인공 요리코가 아오이를 만난 작년과 요리코의 오빠가 추락 사건에서 깨어난 시점의 과거와의 시간의 교차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요리코의 불행의 시작이었던 '도라 아저씨.'

어린 요리코의 인생에 갑자기 나타나 웃으면서 요리코의 친구 쓰루를 옥상에서 던지고는 사라져 버린다. 이것으로 인해 요리코는 자신의 인생에서 겪게되는 부당함을 운명이라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게 된다.

현재의 요리코는 스쿠터를 타고 집에 가면서 볼링장 아르바이트생이 볼링 대회 참여를 권유했던 것을 생각했다. '대회에 참가해 1등이라도 한다면? 그럼 인터뷰는 어떻게 하지?'라는 즐거운 상상을 하는 다음 순간 요리코는 차에 부딪쳐 공중에 뜬 채 의식이 흘러간다.

죽음의 순간 앞에서는 인생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고 했던가. 갑자기 5년전 죽지않고 되살아난 오빠가 생각났다.

5년전 오빠는 15층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졌는데 죽지않고 눈을 떴다. 주위의 축하와는 반대로 가족들은 기뻐할 수가 없었다. 이유인 즉슨 사고 전 오빠 아라타는 평소 밥먹듯이 폭력을 행사하고 친구도 없고 가족들도 모두 죽기를 바라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요리코는 사고가 있던 날, 은둔형 외톨이였던 아라타가 왜 집을 나가 먼 곳까지 가서 사고를 당했나 의문을 가졌다. 그러나 엄마는 그 당시의 아라타는 어차피 못쓰는 막장이었으니 상관없지 않냐고 했다.

아라타의 퇴원 당일 빚을 받으러 온 사채업자들의 행패로 집안은 엉망으로 부서져 있었고 아빠는 맞아서 얼굴이 엉망이 되어 있었다. 그날 저녁 아빠가 사온 불고기 전골을 먹으며 아빠는 요리코와 아라타에게 미안하다며 펑펑 운다. 그리고 아빠의 유언같은 말이라며 후회가 있을 지언정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결정하라며 어떤 순간이 와도 자신을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아라타에게는 죽지않고 살아나 줘서 고맙다는 말을 한다.

그러고는 직접 컴퓨터로 만든 트럼프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고는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는다.

얼마 후 엄마는 이로카와 백부님이 빚을 해결해 주기로 했다며 백부님 집으로 들어가 살기로 했음을 이야기 한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 요리코의 지면 추락시간이 다가오며 요리코는 작년 볼링장에서 첫 만남을 가졌던 노란 머리카락의 우라베 아오이를 떠올렸다.

우라베 아오이는 묻지마 살인마의 여동생으로 아오이 집안은 그 사건으로 풍비박산 전이었다. 그래서 아오이는 가해자 동생인 자신과 피해자인 요리코가 힘을 합쳐 우라베 사건을 책으로 출판해 돈을 벌자고 했다.

아오이는 그 사건의 진상을 막무가내로 파헤치기 시작했고, 요리코는 아오이에게 끌려다니며 그 사건에 관한 일을 떠올리기 시작한다.

4년전 요리코는 이로카와 백부님 집에서 엄마와 아라타와 생활하게 되었다. 백부님의 집은 외딴곳으로 주변에는 숲밖에 없었다. 백부님 집에서는 외출이 허락되지 않았고 서로의 방에 들어가거나 서로 이야기해서도 안되며 그 규율을 어기면 못쓰게 된다고 했다. 그리고 각자가 할 일을 맡아 해야하는 곳이었다.

아라타는 이 집을 싫어했다. 요리코는 오빠때문에 자신까지 혼나고 못쓰게 될까봐 오빠에게 백부님 집 생활에 적응을 해 달라고 했다.

이로카와 백부님의 아들 도키로의 생일 하루 전날 밤 요리코는 백부님에게 불려간다. 가정부 마사에는 요리코를 데리고 평소엔 출입이 금지된 방문 앞으로 데려가 자물쇠를 열어줬다. 열린 문 너머 아래에서는 이로카와 백부님이 요리코를 기다리고 있었다. 백부님은 지난 번에 헤어졌을 때 요리코가 못쓰게 될까봐 걱정했다며 자신의 '촉진'으로 요리코의 몸에서 잘못된 것을 찾는다.

그리고 백부님은 운명의 법칙을 설교하고 요리코는 자신의 일을 하는데…….



처음 접한 오승호 작가님의 작품이다. 한 마디로 그냥 대박인 작품이다.

처음에는 유머가 깃든 문장에 혼자 웃으면서 유쾌하게 소설을 읽어 나갔다. 너무 웃겨서 혼자 큭큭 웃으며 읽었다.

그러나 점점 '뭐지?'라는 의문이 드는 내용들이 전개되면서 소설의 3분의 1정도 지난 시점에서는 한마디로 충격과 경악 그 자체였다.

그런 느낌이 든 후로는 위트있는 문장이 나오더라도 처음처럼 마음놓고 웃을 수가 없었다.

어린 요리코는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존재와 나눈 대화 몇 마디로 인해 인생 자체가 부조리함으로 가득 채워지게 되었다. 요리코를 보호해줘야 되는 가족들은 요리코의 울타리가 되지 못했고, 자신들이 요리코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는 인식으로 요리코에게 신체적, 정신적 폭력을 가한다.

어린 요리코는 견디기 힘들었을 방임과 폭력.

요리코는 그 상황이 부당한 것임을 교육받지 못했기에 자신이 처한 상황의 부당함을 인식하지 못한다.

요리코는 얻어맞고 성노리개가 되었음에도 잘 부탁한다고 고개숙인다. 이것이 요리코의 삶의 방식이고 요리코는 인생에서 아무런 가치관도 지니지 못한다.

왜 미친 어른이 저지른 잘못을 어린 요리코가 벌을 받아야 했을까?

요리코의 가족은 서로 보듬으며 상황을 헤쳐나가지 못했다. 가족이 가족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다.

이 틈을 파고 든 이로카와.

그는 경제적, 심리적으로 약해진 사람의 약점을 파고들어 정신을 지배해가며 결국에는 정신과 육체를 완전 장악한다. 이는 비단 요리코 가족의 일만이 아니었다. 다른 희생자들도 많았다.

이들은 사람이 정신적으로 약해지면 어떤 부당함에도 반기를 못들고 한없이 작아지고 약해지며 길들여지는 존재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요리코에게 최대의 적은 엄마이지 않았나 싶다.

딸이 얻어 맞아 누워 있는데도 걱정하지 않고 백부의 성노리개가 되어 만족하는 삶을 사는 엄마.

아들을 착취의 도구로만 여기는 엄마.

처음부터는 아니었겠지만 점점 본인이 나서서 백부의 편에서 행동하는 엄마.

어쩌면 책 속의 연재물로 나오는 <악질엄마 vs 정병딸>에서의 악질엄마와 정병딸이 요리코의 엄마와 요리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가하고 생각해보았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가족들을 백부의 희생양으로 모는 요리코 엄마는 악질 엄마이고, 자신의 존엄도 모르고 남의 감정에 공감할 줄도 모른채 사육된 요리코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정병딸에 대입이 되었다.

그런 요리코에게 인간의 존엄을 가르쳐 준 할아버지.

요리코에게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고 말해준 할아버지.

세뇌된 요리코를 일깨운 희망의 글자 '○○ ○○ ○○' 처럼 인생은 멈추지 않고 흘러가고 계속 된다.

요리코는 두 번 다시는 눈을 감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불의에 항상 눈을 감아 온 자신을 반성한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결말이 좀 더 꽉꽉 닫혔으면 하는데…….

작가님이 요리코와 아오이의 뒷이야기를 구상하고 계신가?

그럼 뒷편을 기대하고 있을게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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