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맨 브라운
너새니얼 호손 지음 / 내로라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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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하다라……. 사악을 어떻게 정의하지?

Wickedness or not

한글 p.31, 영문 p.30



세일럼 마을의 젊은 굿맨 브라운은 해가 질 즈음 여정을 나선다. 아내 '신념'이 배웅을 하러 나와 그에게 그날 밤이 지나 해가 뜬 다음에 갈 것을 권유하지만 굿맨 브라운은 일년 중 딱 그날만은 그럴 수가 없다며 길을 나선다.

새까만 어둠 속에서 그는 가장 짙은 어둠을 뽐내는 숲속의 황량한 길로 들어섰고, 그곳에서 굿맨 브라운과 분위기가 비슷한 오십 대 남자를 만났다. 남자는 굿맨 브라운과 비슷한 옷을 차려입고 있었지만 눈에 띄는 거대한 검은 뱀 모양의 지팡이를 쥐고 있었다.

나이 든 남자는 힘들면 자신의 지팡이를 사용하라며 굿맨 브라운에게 내밀지만 굿맨 브라운은 약속은 딱 여기까지라며 서로가 만났으니 이만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한다. 그러나 남자는 계속 걸으며 이야기할 것을 요구했고 굿맨 브라운은 충분하다며 소리쳤지만 자신도 모르게 숲속 더 깊이 남자를 따라 들어가고 있었다.

굿맨 브라운은 양심에 찔려하며 자신의 집안 사람들은 절대 이런 곳에 오지 않았을거라 이야기했지만 늙은 남자는 굿맨 브라운을 비웃으며 자신은 그동안 브라운가의 사람들을 포함한 신의 사람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며 그들과의 교류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 굿맨 브라운의 조부와 아버지 뿐만 아니라 교회의 장로, 마을의 행정관, 대법원과 주 의회의 절대다수, 주지사 등.

굿맨 브라운은 자신의 아내 '신념'이 이 일에 대해 알게 되면 상심할 것이라며 아내를 슬프게 하느니 차라리 자신이 죽어버리겠다고 울부짖었다. 그 때 그들 앞으로 나이든 여자가 걸어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교회의 영적 지도자 중의 한명인 구디 클로이스 권사였다. 굿맨 브라운은 권사를 피해 숲길로 빠졌지만 나이 든 남자는 그대로 앞으로 걸어가 권사에게 아는 척을 한다.

독실한 권사는 나이 든 남자를 알아 보며 반가워하며 그를 '주인'으로 칭했다.

굿맨 브라운은 그녀에게서 교회의 교리문답을 배웠던것을 생각하며 수많은 감정이 교차하는 탄식을 내뱉는다.

둘은 계속 앞으로 향했고 굿맨 브라운은 어느 순간 자신에게는 사랑하는 아내 '신념'이 있다며 더이상 나이 든 남자를 따라 앞으로 나아가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그렇게 홀로 남겨진 굿맨 브라운이 아내 '신념'과 같이 지낼 평온하고 안락한 날들을 생각하며 생각에 잠겼을 때 멀리서 두 남자의 대화가 들려온다.

어둠 속에서 모습을 구분하는 것은 어려웠지만 그 목소리는 틀림없는 교회의 목사와 구킨 장로였다.

그들은 오늘 모임에 빠지느니 교회의 안수 만찬을 빠지겠다는 대화를 하는데…….




짧은 단편이지만 정말 심오한 깊이가 있는 단편이었다.

굿맨 브라운의 고향인 세일럼은 폐쇄적인 청교도 공동체였다. 모두가 같은 신념을 어릴 때부터 교육받으며 성장하고 그에 따라 살아가는 마을이이었다.

1692년 이곳에서 '마녀재판'으로 25명이 처형되었는데, 이는 인간의 집단적 광기를 보여준 대표적인 일화이다. 미국 역사상 치욕스런 사건 중의 하나로 기억되는 이 '마녀재판'의 특별재판관 중의 한 명인 존 호손의 후손이기도 하고 세일럼 출신이기도 한 나다니엘 호손이 이 『굿맨 브라운』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이었을까?

굿맨 브라운은 어릴 때부터 신의 교리에 따라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악마가 지배하는 어두운 숲속에서 선하고 신실하다고 믿었던 사람들을 만나며 그의 믿음은 흔들린다. 그들은 악마를 '주인'으로 숭상하며 악인과 뒤섞여 수치스러워하거나 눈살을 찌푸리지 않고 장엄하게 이교도로의 개종의식을 지낸다.

마을 사람들은 낮동안의 마을에서의 모습은 선하고 바르기 그지없지만 실은 아무도 모르는 깊은 내면속에서 어둡고 악한 본성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밤의 숲속에서의 그들의 모습처럼.

그들의 악함은 세일럼 마을에서 선함이라는 가면과 연극 속에 가려져 있었다.

굿맨 브라운의 눈에 보이는 선함은 진실된 것이 아니었고 마음 속의 악함을 경계해야만 했다.

선함을 가장한 성인들의 추악한 진실을 맞닥뜨린 굿맨 브라운의 혼란과 좌절과 배신감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신념을 잃지 않기 위해 마지막 용기를 짜내 악에 대항하고자 하지만 홀로 숲속에서 깨어난다.

과연 그가 겪은 일은 실제였을까? 아니면 그의 의식이 만들어낸 또 다른 세계였을까?

그가 굳게 믿고 의지하면 살아왔던 신념이 무너졌을때 그는 살아가는 이정표 또한 잃고 방황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가 그 사건 이후 예전의 굿맨 브라운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 종교적 신념이 없는 것처럼 살았다고 해서 과연 그가 불행한 생을 살았던 것일까?

그가 강요된 집단적 신념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기준으로 자신의 삶을 살게 되지는 않았을까?

물론 집단적 신념에 사로잡힌 이들 눈에는 기이하고 불행하게 보일수도 있었겠지만….

여러 번 읽어 의미를 곱씹어 보게 하는 이야기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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