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아더 보살님의 특별한 하루 - 아스트랄 개그 크로스오버 단편집
정재환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1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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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파괴 웃음 크로스오버 단편집!

간만에 접하는 정말 엉뚱하고 기발한 아이디어와 위트넘치는 필력의 단편들로 똘똘 뭉쳐진 책을 읽었다. 코로나19로 지쳐 웃을 일이 많이 없는 나에게 단비와 같은 소설이 아닐 수 없다. 읽으면서 자꾸만 넘어가는 페이지를 붙잡을 수 없어 그냥 그 자리에서 끝내 버렸다.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끅끅 소리를 내며 웃으며 소설을 읽었다.

대체 나의 배꼽은 누가 찾아다 줄 것이며 가출한 나의 혼은 누가 데려다 줄 것인가.

<임여사의 수명 연장기>에서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수명이 거의 다한 사람을 데리러 망자의 집으로 간 저승사자 세 명이 조심했지만 결국 가신들과 맞닥뜨려 한바탕 난리가 발생한다. 다행인지 저승사자의 숫자가 한 명 더 많았고, 그 저승사자는 이제 곧 데리고 갈 망자의 옆에 가 망자가 보고 있는 화면을 같이 보았다.

화면에 있는 건 놀랍게도 저승에서 유행해 10만이 넘는 저승사자들이 구독하는 웹소설이었다. 더 놀라운 건, 아직 올라올 때까지 네 시간이나 남은 다음 편이었다. 그 말은, 그 망자가 저승사자들의 사랑을 받는 웹소설의 작가라는 거였다. 저승사자가 웹소설을 읽는다고?

<You are what you eat> 내가 먹는 것이 내 뼈가 되고 살이 되고 피가 되고…. 그냥 직역하면 내가 먹은 것이 나, 즉 나는 내가 먹은 것이 된다.

아무리 대충 해석을 한다고 해도 결국 먹는 것을 조심하라는 건데….

저기요? 설명서에 중요 사항이 누락된 것 같은데요? 먹는 걸 조심하랬지, 언제 정말 먹는 게 된다고 하셨나요?

자고 일어나니 닭이 되어 있는 코믹한 호러(?) 전개에 웃어야 할지, 무서워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그냥 웃기로 했다. ㅋㅋ

<무한마계지하던전>에서는 동생의 패딩을 수선하러 갔는데, 갑자기 말도 안 되는 일에 휘말리게 되었다. 도망치려 하니 결계가? 그런데 갑자기 패딩에 한 오바로크 무늬 때문인지 뜬금없이 웬 천사가 튀어 나오더니 임무를 떠맡긴다.

거기까지는 그렇다 치는데 문제는 그 천사가 완전 쌩초보 티를 내며 도움이 아니라 거의 방해 수준…. 게다가 무기가 신용카드? 아… 살아남을 수는 있을까? 살아 남아야지? ㅋㅋ

<살아 있는 조상님들의 밤>에서는 제사를 제대로 안 지냈더니, 조상님들이 제사를 똑바로 지내라는 잔소리를 하러 저승에서 다이렉트로 오셨다.

좀비인 듯 좀비 아닌 좀비같은 조상님들…. ㅋㅋ

"아무튼 요즘 것들은……"과 같은 단골 잔소리 멘트들부터 '성리학적인' 유교사상에 따라 잔소리를 하는 슈퍼 꼰… 아니 슈퍼 조상님들이 지구를 덮었다.

어쩌면 이 책에 실릴 걸 예상했는지, 심지어는 맥아더 장군까지 나타나고, "야! 너 해병대 몇 기야?"라는 소리에 귀신 잡는 해병대가 귀신한테 잡혀버리는 불미스러운(?) 일까지 일어난다.

게다가 끊임없이 이곳 저곳에서 조상님들은 나타나기만 하고, 결국 사람들은 밀리고 밀려 도망자 신세가 되었다.

뱀파이어는 피 빨려 죽으면 끝, 늑대인간은 물려서 늑대인간 되면 끝, 심지어 다른 좀비들은 물어서 좀비로 만들고 끝인데….

조상님들의 잔소리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이 뭔가 안쓰러우면서도 공감이 되는….

정말 악몽 같은 상황에, 그럼에도 전화위복(?)인지 중간중간 1000% 공감 가능한 개그 같은 순간들이 너무 자연스럽게 섞여있다.

물론, 나는 이런 상황에 절~대 놓이고 싶지 않다. 절~~대.


이 외에도 정말 가지각색의 이야기들로 심심할 틈이 없었다.

창고 안 비밀 금고 안에서 발견한 기상천외한 보물과 진짜 '오징어'(네, 여러분이 아시는 그 해산물 맞습니다)를 닮은 4차원 인간(?)과의 소개팅부터 간지 쩌는 드러머가 되고 싶었던 지훈의 목탁솔로까지. ㅋㅋ

어느 것 하나 모자름없이 최고의 개그 소설들이었다.

작가들 역시 다양한 직업군에 속해 첫 출간작을 연재한 작가부터 이미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까지 다양하다. 그래서 그런지 이야기는 여러 주제로 지루할 틈이 없었다.

혼자서 세탁기 돌리다가 문득 생각나서 피식, 설거지하다가 피식.

아~ 공공장소에서 떠올리면 안되는데. 그래도 요즘은 마스크 끼고 다니니 소리만 조심하면 되겠지.

정말 유쾌한 독서시간이었다.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선물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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