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슨서클 살인사건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5
에드거 월리스 지음, 양희경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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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슨 서클이란 게 대체 뭡니까?」

「당신.」 대답은 놀라웠다.

「나?」 남자가 놀라서 되물었다.

「당신이 바로 크림슨 서클이오.」 두건의 사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당신에게는 100명의 전우가 있소. 하지만 당신은 그중 누구도 알 수 없을 거고, 그들도 마찬가지로 당신을 알 수 없을 거요.」

「그러는 당신은?」

「나는 그들 모두를 알고 있지.」 운전석에 앉은 남자가 말했다. 「하겠소?」

p.16



크림슨 서클, 경찰은 어쩌면 그 이름을 듣기만 해도 치를 떨 정도로 이 조직을 쫓는데 열중해왔다. 처음에는 단순히 마피아처럼 협박을 통해 돈을 뜯어내는 범죄 집단이라는 생각도 있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러한 인식은 없어진 지가 오래였다.


크림슨 서클은 여태껏 있었던 어떤 조직보다도 더 많은 구성원을 사회의 다양한 계급에 지녀, 어느 누구도 어떠한 형식의 범죄가 일어날지 몰랐기 때문이다. 크림슨 서클은 금전적인 요구를 해옴과 동시에 협박을 하는데, 이 협박은 예외 없이 실현되었기에 담당인 파르 경감을 상당히 괴롭게 하였다.


제임스 비어드모어는 이러한 크림슨 서클의 협박이 오자, 요구를 따르는 대신, ‘사이코메트리’ 능력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사설 탐정 데릭 예일을 자신의 집으로 모셔와 도움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제임스 비어드모어는 자신의 사유지에서 총격으로 사망하고 만다. 이를 시작으로 크림슨 서클의 잔혹하고 신출귀몰한 범죄가 급격히 늘어나고…….




고통에 빠진 사람들, 절망하여 나아갈 의지를 잃은 사람들, 이러한 사람들을 찾아내는 크림슨 서클의 능력은 정말 가공할 만한 것 같다.

다른 추리소설과는 다르게 단합력 있고 강력한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조직 대신, 서로 존재 여부조차 모르는 인물들을 모아 만들어진 단체라는 점부터 뭔가 색다르면서 흥미로운 시작을 알린다. 그 후 다양한 인물들이, 동일한 사건에, 여러 방면에서 얽혀 어느 인물이 진짜 연관성을 지녔는지 조차 확인할 방도가 없다.

파르 경감의 우직한 성격에, 데릭 예일의 예민하면서도 날카로운 태도, 이 둘의 협력과 추리만으로도 이미 소설의 절반의 박진감과 긴장감은 해결되는, 그야말로 추리소설의 ‘분량 요정’이다.

완전히 봉쇄된 방에 있는 사람을 죽게 하는가 하면 순식간에 고층 건물에 침입하여 데릭 예일을 기절시키고 유유히 빠져나가는 등, 크림슨 서클의 기상천외한 행보에 나머지 절반은 충분히 해결되고도 남는다.

독자조차 사건의 시작과 끝을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사건들이 교묘하게 이어지고 얽혀서 한껏 긴장감을 높인다.

추리소설의 대가답게, 보이는 것이 절대 진실이 아니라는 사실에 자신만만했던 독자조차도 주도권을 빼앗긴 채 마지막에는 두 손 두 발을 다 들게 될 것이다.

이 소설을 읽고 정통 추리소설의 묘미를 마음껏 보여주는 작가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었고, 미루지 말고 작가의 다른 작품을 꼭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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