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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부패에서 구하소서
쯔진천 지음, 박소정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6월
평점 :
팡차오는 도심 곳곳에서 폭탄을 터트려 공안 경찰들이 뿔뿔이 흩어져 출동한 사이 점찍어 두었던 금은방을 턴다. 그런데 같이 팀을 이룬 류즈가 돈이 되는 금은 덜 챙기고 돈 안되는 동상같은 것을 훔쳐오는 바람에 헛수고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돈을 도둑 맞아도 신고를 못할 탐욕스런 부패 공무원을 털기로 계획하고 싼장커우로 향한다.
성 공안청 가오둥 부청장은 저우웨이둥 상무부청장을 고발하는 익명의 투서를 받고, 저우웨이둥의 행동대장인 조카 저우룽이 있는 싼장커우의 실종 공안국 부국장 자리에 자신의 사람인 장이앙을 보낸다. 제보자는 가오둥이 입장을 보이면 증거를 넘겨주겠다고 했다.
가오둥은 장이앙에게 경찰대를 갓 졸업한 리첸을 데려가게 했는데, 무슨 수를 써서든 그녀가 일찌감치 단념하고 돌아오게 만드는 게 또 다른 임무였다. 리첸은 공안부의 막강한 고위 간부의 조카로 그녀의 삼촌이 그녀가 위험에 처하는 것을 꺼려했기 때문이었다.
장이앙은 아무 연고도 없는 싼장커우에 부임하여 자신을 적대시하는 예젠 대대장과 껄끄러운 사이인 왕루이쥔 부대대장과 쑹싱 중대장을 포섭한다.
예젠 대대장은 자신의 자리인줄 알았던 공안국 부국장 자리에 낙하산 장이앙이 등장하자 장이앙의 부임 다음날부터 병가를 내고 나오지 않다가 칼에 찔려 죽은 채 발견된다.
그런데 그 사건 현장 바위에 예젠이 죽기 직전 쓴 듯한 글자가 있었는데 그건 누가봐도 장이앙.
이름 뒤엔 모든 힘을 짜 내어 쓴 듯한 느낌표까지.
음모다! 이건 음모가 틀림없어! 누군가 날 음해하려는 거야!
소설은 장이앙이라는 경찰 간부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과 그 해결을 코믹하게 그려내고 있다.
"슬랩스틱 스릴러가 대체 무얼까?"하고 궁금했는데 읽어보니 이 소설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도 없는 것 같다.
희한하게 장이앙의 주변은 바람잘 날 없다. 예젠은 갑작스레 죽고, 중범죄자 리펑과 류베이, 메이둥 등이 갑자기 등장하고, 또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그런데 어찌보면 끔찍하고 잔인할 것 같은 범죄장면들이 범죄가 아니라 장이앙의 조금은 억지스러운 듯한 해결과정에 초점이 맞춰지고 코믹하게 그려지면서 웃음을 유발한다.
소설에서는 손쉽게 돈을 벌고자 하는 한탕주의가 판을 치고 그것 때문에 곤란을 겪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금은방 강도, 은행에 빚을 지며 돈을 빌려 복권을 긁는 사람, 돈을 빌려 불법도박하는 사람, 빚을 갚기 위해 택시강도를 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서로의 밥벌이를 위해 속고 속이는 상황이 계속된다. 극한 상황에서는 자의든 실수로든 살인도 저지르고 있다. 시체지만 차로 사람을 심하게 짓이겨 놓고 양심의 거리낌이 없다. 절도를 했는데 시체를 훔치는 최악의 상황도 발생한다.
잘 사는 사람은 더 잘 살기 위해 부정을 저지르고 재산을 국외로 도피시키고, 국유기업 명의로 회색자금을 유출하며, 뇌물을 주기 위해 불법 유물거래를 하고, 경찰들은 뇌물을 받고 시장도 성접대나 뇌물을 받는다.
청렴하기로 소문난 공무원은 팡차오의 예상처럼 최고 부패 공무원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돈은 안 받지만 문화재는 받는다? 정말 스케일이 엄청난 부패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범죄를 저지른 뒤 그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고, 돈을 정당하게 버는 것이 아니라 범죄를 통한 한탕주의가 만연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범죄들은 이래저래 전부 얽히고 섥혀서 범죄인물이나 범죄사실이 전부 연결이 된다.
이 모든 것을 하나로 말끔하게 정리하여 해결하는 스케일을 보여주는 것이 장이앙이다.
장이앙은 때로는 어설프게, 때로는 프로페셔널하게 사건을 진두지휘하며, 소설 속 인물들은 절대 알지 못하는 자신의 속내를 독자들에게 코믹스럽게 보여주며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범죄 소설속에서 작가의 유머와 위트가 빛을 발하고 있다.
삼촌의 비호를 받기 싫다는 리첸이 실은 비호를 마음껏 누리며 상사 말을 안 듣고 생떼를 쓰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이렇게 부패가 넘치는 소설에서 그 정도야 애교로 봐줄 수 있지 않을까?
이 소설은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끝까지 꼬리를 무는 사건들과 그 해결에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잠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고 쯔진천의 팬이 되기로 했다.
범죄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유머를 덤으로 보여주는 이 소설을 강력 추천한다.
정말 후회없는 선택이라 단언할 수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