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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카 할머니와 은령 탐정사 ㅣ 시즈카 할머니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민현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6월
평점 :
이 소설은 시즈카 할머니 일상에서 일어나는 5개의 사건과 사건해결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말할 수 없는 증인>에서 고엔지 시즈카는 법과대학에 초빙되어 나고야에 있다가 고약한 무데뽀를 피해 도쿄 사법 연수원의 제의를 받고 강의를 하기로 했다. 연수원 교수들의 의무인 건강검진을 위해서 지정 병원으로 예약을 잡고 갔는데, 하필 그 넓은 도쿄의 수많은 병원들 중에서 수많은 날들 중 그날 그 시간에 나고야의 무데뽀 고즈키 겐타로를 병원 로비에서 맞닥뜨린다.
그런데 겐타로가 진료를 받으러 온 유명한 명의 외과의사 구스모토가 의료 과실로 경찰체포 상황에 처해진다. 겐타로는 자신의 대장을 명의에게 진료받고 싶어했고, 이에 정의감을 불태우며 명의를 구하기로 마음먹고 시즈카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상은 잊지 않는다>에서는 겐타로가 대장암 3기로 수술을 받았다. 나고야의 위세가 통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중앙 경제계에서도 겐타로의 위세는 통하는 듯했다. 문병객들은 경제계 유력인사들이었다. 병문안 온 사람들 중에는 일건련 회장 미기와도 있었다. 미기와는 겐타로에게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구조계산서 위조에 대해 상담했고,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일급건축사 나루카와와 가이자 건설 문제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러나 증인소환을 사흘 앞두고 나루카와가 사체로 발견되는데…….
<철제 관>은 우리 생활과 밀접한 사회 문제에 대해 다루고 있다.
겐타로의 병실로 저번 사건으로 알게 된 도치나미 형사가 찾아온다. 그러고는 시즈카에게 개인적인 상담을 청한다. 3일 전 발생한 일흔살 가베무라 마사히코의 자동차 폭주 사건에 관해서였다. 이야기인 즉슨, 가베무라는 도치나미가 존경하는 전 상사였고, 아주 신중한 성격으로 주위 사람들 그 누구도 불안감을 전혀 느끼지 않게 운전을 해왔다는 것이다.
시즈카와 겐타로는 아무리 주의해도 사고가 일어날 때는 일어나고, 일흔이 된 노인이라면 그럴 확률도 높아진다고 했다. 그러나 모르는 사람이라면 고령의 판단미숙이라고 여겼을 것이나, 이전부터 가베무라에 대해 잘 알던 도치나미는 그럴 수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시즈카와 겐타로에게 그 교통사고를 따로 조사해 달라고 부탁한다.
네 번째 이야기 <장례를 마치고>에서 시즈카는 신문 부고란에서 예전에 같이 근무했던 다지마 슌사쿠의 이름을 발견하고 문득 다지마와 마키세 스즈오와 같이 담당했던 사건의 일화가 생각났다.
그러나 그 기사를 읽으며 시즈카는 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사망날짜와 장례식이 무려 열흘 이상의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장례식장에서 오랜만에 만난 마키세는 경찰서의 연줄을 통해 고독사라는 사실을 전해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고별식 중 들려온 다지마 손녀의 목소리.
"누구한테 이런 짓을 당한 거야."
과연 다지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마지막 이야기 <복수의 여신>에서는 어느 날 밤 갑작스레 시즈카에게 외동딸 미사코 부부가 죽었다는 부고가 전달되었다. 현직 경찰이 몰던 자동차가 뒤에서 딸 부부를 덮친 것이었다. 살아남은 손녀 마도카는 가해자에게서 술냄새가 났다고 하지만 현장에서 한 음주검사로는 알코올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또 다른 부고가 들려왔다. 예전 동료였던 마키세가 살해당했다는 소식이었다.
이 이야기는 고엔지 시즈카와 고즈키 겐타로, 두 노인들의 유쾌한 추리와 사건해결의 이야기이다.
전편들을 읽지 못한 나로써는 그저 『다시 한번 베토벤』에 나왔던 고엔지 교수의 이름이 보이자 반가웠고, 소설을 읽으며 미사키 요스케 이야기도 잠깐 언급되서 친근감이 느껴진다라고 생각하며 소설을 읽었다.
그런데 웬걸?
소설을 읽으며 겐타로의 통쾌한 반란과 그것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자제시키며 적당한 밸런스를 맞춰주는 시즈카의 매력에 쏙 빠지게 되었다.
안하무인에 불손한 폭주 노인이지만 그 뿌리는 권선징악과 반권력덩어리. 자기 외의 다른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껄껄 웃으며 법을 파괴한다.
겐타로의 매력을 한마디로 정의해 놓은 이 말에 정말 공감이 갔다.
그리고 시즈카의 밉지 않은 독설과 그것을 유쾌하게 받아치는 겐타로의 티키타카도 소설을 읽는 재미 중의 하나이다.
이 소설의 단편들은 여러가지 사회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나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며 나의 죽음을 스스로 정할 수 있다는 존엄사 문제, 고령화 사회에 따른 고령자 운전 문제라던지, 고독사 문제, 그리고 노인들을 노린 보이스 피싱, 치매 가정의 문제 등 우리가 살면서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들이 언급되고 있다.
그리고 요즘 한창 많이 언급되고 있는 가스라이팅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다.
물론 소설에서 나오는 것처럼 건설회사의 공사비 착복을 위해 자재를 빼돌리는 문제로 인해 위협받는 사람들의 안전도 심각하게 생각해 볼 문제다. 바로 얼마전 수많은 사상자를 낸 플로리다의 아파트 붕괴 사건도 설계보다 철근을 적게 쓴 것이 목격됐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렇게 사회문제와 결부된 사건들을 늘어짐과 지루함없이 깔끔하고 유쾌하게 해결하고 있는 명콤비 이야기를 왜 이제야 알게 되었을까? 전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아! 그리고 또 한가지.
이 소설을 통해 우리나라 문화와 다른 일본 문화를 알게 되었다. 우리 나라는 그냥 손자를 키우면 그대로 보호자로 키우면 되는데 여기서 시즈카는 죽은 딸 부부를 대신해 손녀를 데려다 키우면서 입양절차를 마치고 손녀의 성도 고엔지로 바꾼다. 많이 낯선 모습이었다.
너무 재미있게 책장을 넘겼는데 마지막 겐타로의 배웅장면에서 한 시즈카의 생각에 충격받았다. 절대 그런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짱구도 20년 넘게 계속 5살이고, 도라에몽의 노진구도 50년 넘게 12살이다.
이 두 사람도 계속 그대로 콤비로 활약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