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하이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86
탁경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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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하빈과 민희 두 청소년의 시점의 교차로 서술되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고등학생이지만 지금은 휴학중인 하빈은 주말마다 '러닝 하이'라는 달리기 모임에 참석하여 달린다. 처음 모임에 참석하게 된 이유는 하빈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그 충격을 몸으로 발산하고자 가입하게 되었다.

1년전 부모님은 하빈에게 담담하게 입양사실을 밝혔다.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부모님의 하빈에 대한 사랑은 항상 풍족하다 못해 넘쳤었다. 그런데 그런 부모님이 낳아주신 친부모님이 아니라고? 부모님은 궁금한 것은 물어보라고 하셨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달리는 순간 하빈은 자신에게 처해진 상황에 대한 고민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느꼈다. 답답할 때 마다 달렸다. 처음에는 너무 힘들고 느렸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달렸다. 혼자 달리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러닝하이' 덕분에 함께 달리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하빈은 바쁜 오빠를 대신해 금요일 밤마다 마포대교로 나가서 마포대교를 지키는 일을 하고있다. 오빠 준휘의 여유와 긍정력과 넘치는 사랑이 부러웠고, 엄마 아빠의 친자식이라는 사실이 부러웠다. 오빠를 닮고 싶었다. 그렇게 좀 더 애쓰면 오빠처럼 멋진 사람이 되고, 그렇게 되면 엄마 아빠에게 어울리는 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중학생인 민희는 밤에 가족들 몰래 집을 빠져나와 마포대교로 나왔다. 민희는 자신이 너무 불행하다 느꼈고, 단 한 번만이라도 행복해 지고 싶었다. 누구도 민희를 민희 그대로의 모습으로 바라봐 주지 않았다. 가족들에게 자신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고 생각했다.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을 사람 조차 없었다. 분노를 분출하고 싶었다.

그렇게 마포대교에 서서 강물을 내려다 보며 생각에 잠겼을 때 갑자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며칠전 '러닝 하이'에서 봤던 한없이 밝은 에너지를 뿜던 하빈이 서 있었다.

하빈은 그녀에게 살갑게 인사를 건네며 다음 주말 모임에 꼭 나오라고 했다. 그리고 모임에 나오기 전에 몸을 단련하기 위해 일주일만 먼저 같이 달리자며 제안했다.

거절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민희는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며 마음속에 담아두는 성향이었다.

참는 것이 쉽고 편했다. 그러다가 한꺼번에 그 분노를 폭발시켜버린다. 고치고 싶었지만 고쳐지지 않았다.

민희는 자신감 넘치는 사람을 보면 자연스레 주눅이 들었다. 바로 하빈이 그랬다.

다음날 하빈과 민희는 약속대로 만나 달리기 연습을 했고, 연습 후 하빈이 자신의 집으로 민희를 데려갔다. 땀내를 벗기고 간단한 요기 후 같이 있어달라며 아이처럼 조르던 하빈이 민희를 자신만의 아지트로 데려갔다.

거기서 하빈은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고 오랫동안 맘에 담아두었던 말을 처음으로 입밖으로 꺼내는데…….




이야기는 달리기를 통해 내면의 성장을 이루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다.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지만 자신이 입양아 임을 알고 방황하는 하빈, 부모님의 친자식임에도 부모님과 주변인으로 부터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해 자꾸 움츠러들고 세상과는 벽을 세우는 민희.

이들은 이 모든 고민과 내적 갈등을 달리기를 통해 해소하고 있다.

달리기를 하는 동안 현실의 고민을 잠시 잊어버리기도 하고, 아니면 자신의 고민을 더 깊이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달리기를 한 시간만큼 두 소녀의 내면과 몸은 단단해져 간다.

달리기를 통해 신체의 한계에 도전하며 자신의 정신을 굳게 만들고, 또 그런 달리기를 매개로 인생의 역경을 위로해주고 격려해주며 같이 나아갈 수 있는 친구를 만나게 된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라는 말처럼 이들의 상처는 '달리기'를 매개로 점점 치유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민희는 누구에게도 1순위가 된 적 없던 자신을 한심하게 여겼다.

하지만 달리기를 통해 만난 하빈의 말을 듣고 깨닫는다. 꼭 다른 사람에게 1순위일 필요는 없다고.

하빈은 스스로를 아껴야 남들도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대해 준다며, 그러니 스스로를 아끼고 칭찬하면 된다고 위로한다.

누구나 성장하면서 한 번쯤은 고민하게 되는 문제들을 달리기를 통해 건전하게 풀어내고, 가족과 입양의 개념과 친구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는 소설이었다.

소설은 말하고 있다. 인생은 마냥 푸른 하늘같이 평탄하지만은 않다고.

하지만 인생을 결정하는 것은 본인이므로 그 푸른 하늘에 먹구름끼거나 비바람 몰아쳐도 그저 최선을 다해 헤쳐 달려 나가면 될 뿐이라고.


중요한 건 즐거움을 잃지 않고 오래 달리는 거라고. 그리고 달리기를 통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바라보는 자유를 마음껏 누리라고. 매일 자신을 사랑할 필요는 없지만 가끔은 사랑해 주라고.

p.176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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