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쉽게 풀어 쓴 신곡 (양장) 알기 쉽게 풀어 쓴 신곡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이종권 옮김, 구스타브 도레 그림 / 아름다운날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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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가 당파 싸움에 휘말려 피렌체로부터 축출당했을 당시 암울한 시기에 집필했던 『신곡』

당시 피렌체는 당파싸움이 절정에 치닫을 정도로 한창이었다. 교황을 지지하는 겔프당과 황제를 지지하는 기벨린당의 온갖 음모와 암투와 전쟁으로 피의 숙청과 권력 쟁취의 혼동이었다.

단테는 겔프당 중에서도 상인파인 백색당에 속했다.

나름 정치가로서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전쟁을 반대하여 교황을 설득하고자 피렌체를 비운 사이 피렌체의 권력을 쟁취한 겔프당의 흑색당이 백색당에 대한 압박을 가하고 주요인물들을 축출한다. 그리하여 단테의 망명 생활이 시작된다.




『신곡』의 곳곳에서는 단테가 자신의 인생의 정점에서 교황이 초래한 전쟁으로 조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운명에 처해진 현실의 반영으로 교회와 교황을 비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자신에게 죄를 씌운 피렌체와 피렌체의 당파싸움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연계된 이들이 지옥에서 혹은 연옥에서 고통을 받는 모습을 적나라하고 세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망명의 서러움과 어두운 인생의 길에서 방황하고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나타나 단테의 스승이 되어 단테를 지옥과 연옥으로 인도해 주는 영원한 정신적 스승 베르길리우스, 이루어지지 못한 영원한 사랑과 흠모의 대상 베아트리체는 천국으로의 여행을 안내한다.

작품을 빌미로 단테는 작정하고 당시 당쟁에 참가한 사람들을 비난하고 있다.

피렌체의 겔프당에 속하는 잔필리아치 가문이나 기벨린당에 속하는 오브리아키 가문에 이어 볼로냐 겔프당의 인물인 베니디코 또한 지옥의 구덩이에서 고통받는다.

교황의 사주를 받아서 기벨린당에게만 유리하게 일처리를 했던 이들을 지옥에서 위선이라는 죄의 망토를 덮어쓰고 그 위선의 무게를 온 몸으로 깨우치는 벌을 받는다. 겔프당을 배신한 이들도 지옥의 얼음구덩이에서 고통받는다.

또한 단테는 자신을 쫓아낸 피렌체 만큼이나 증오했던 당쟁의 중심지 피스토이아를 도둑의 소굴이라 폄하하고 있다.

사랑과 육욕으로 고통받는 영혼들, 재물을 탐한 성직자, 역사적 위인이라 할지라도 다른 이의 목숨과 재산을 빼앗은 이들은 어김없이 지옥에서 고통의 밑바닥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단테는 영혼을 정화하며 한단계식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간다.

연옥에 이르러 단테는 질투로 연옥에 떨어진 영혼들의 입을 빌어 자신을 내쫓은 피렌체를 욕하고 있다. 이런것을 보면 단테도 영락없는 정치적 인물인 것 같다.

죽기전에 회개하여 비록 느린걸음이지만 구원을 위해 멀고 먼 길을 조금씩 나아가는 파문당한 영혼들, 폭력으로 비명횡사한 이들, 교만하여 그 대가로 무거운 돌덩이를 등에 지고 겸손을 배우는 영혼들, 시기와 질투로 눈을 꿰매어 생전의 죄를 참회하는 영혼들 등은 연옥에서 고통을 받는다.

물론 탐욕으로 허리를 똑바로 펴지 못하고 하늘을 보지 못하고 눈은 바닥을 향하여 기도를 올리는 엎드린 채 울며 회개하는 영혼들도 연옥에서 만났다. 식탐으로 인한 영혼들은 먹지 못해 말라비틀어져 있다.

천국으로 향하는 단테를 향해 베아트리체는 단테를 구원하고자 지옥을 순례하게 했음을 밝히고, 지상에서의 죄를 진정으로 뉘우쳐야 구원받을 수 있음을 엄하게 꾸짖는다.

단테는 눈물을 흘리며 그가 추구했던 세상의 정치, 권력, 명예, 부가 전부 덧없음을 깨닫고 참회한다.



하느님의 빛 깊은 곳에는 우주 전체에 산재해 존재하는 모든 실체와 우연 등이 하나의 사랑의 사슬에 함께 얽혀 있음을 보았다. 그것은 우주의 실체이며 그 법칙이었다.

p.635




방대한 양의 신곡을 내용을 알기 쉽게 풀어 써서 이전에 도전했었던 『신곡』보다는 확실하게 잘 읽혔다.

단, 내용상 단테가 처해졌던 상황이나 세계관, 사상들의 이해가 선행되어야 조금 더 잘 읽혀지는 것 같다.

'인간이 만든 최고의 것'이라는 『신곡』에 조심스럽게 발을 담그는 데 나름 성공했으니 한 번 더 이 책을 숙독한 다음 완역본에도 도전해 볼 생각이다.

『신곡』이 방대할 것이라는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이 책을 누구에게나 강추하는 바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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