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살로 읽는 세계사 - 중세 유럽의 의문사부터 김정남 암살 사건까지, 은밀하고 잔혹한 역사의 뒷골목 현대지성 테마 세계사 5
엘리너 허먼 지음, 솝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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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세계사에서 독살로 의심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주된 이야기로 서술하는 책이다.

다들 부와 권력의 중심과 남다른 재능으로 이목이 집중되는 인물들이었기에 그들이 나이가 들어 죽지 않고 젊은 나이에 요절을 하면서 현대와 마찬가지로 독살설, 음모론이 고개를 들었다.

중세시대 이탈리아는 독약거래의 중심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인체에 치명적인 비소, 안티몬, 수은, 납 등을 이용하여 동물과 인체실험을 자행하고 독을 유통시켰다. 이렇게 독을 손쉽게 독을 접할 수 있으니 일상에서 독살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사는 것은 당연지사였을 것이다.

그래서 독을 피하기 위해 단맛, 짠맛, 신맛 등 강한 맛을 먹을 때는 주의를 기울이고, 아무리 배가 고프더라도 신중을 기하면 천천히 맛을 음미하며 먹었다. 따로 식사예절이라서 그런것이 아니라 죽지 않기 위해 조금씩, 천천히 먹었던 것이다.

그것만으로는 안심이 되지 않았던 왕들은 독 감별사를 두어 왕의 식사를 검식하도록 하였다. 우리나라에 기미상궁이 있었던 것처럼.

한 가지 우리가 드라마에서 보면 사람들이 독을 먹으면 바로 쓰러지는데, 원래 독은 웬만하면 바로 쓰러지지 않고 증상을 보이기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래서 독 감별사가 맛을 본 뒤 한두 시간 후에 식사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예전의 왕들은 갓 요리한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 식어서 맛없어진 음식들을 먹었다는 것인가?




그리고 왕들은 먹는 것만 주의한 것이 아니다. 피부로 독이 흡수될 수도 있기 때문에 몸에 닿는 모든것을 조심했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헨리 8세와 엘리자베스 여왕은 옷이나 속옷, 침구, 요강의 쿠션 등 몸에 닿는 것 조차 조심하였다고 한다. 하인과 시종들이 몸에 닿는 것에 전부 미리 입을 맞춰 보든가 옷을 미리 입어보고 자신의 몸에 문질러서 독이 묻어 있는지 확인해 봤다고 한다.

물론 죽음 뒤에는 독살에 의한 것도 있지만 중세의 위생관념의 부재와 의학의 미발달 등으로 인해 죽음의 원인을 규명하지 못하여 더욱 소문이 부풀려진 것도 있다.

중세시대에는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는 수은, 비소, 납, 오줌, 인간의 지방을 사용한 미용법이 대유행이었다고 한다. 수은이 들어간 파운데이션은 피부를 환하고 투명하게 만들어 주었지만 치아는 거멓게 변하고 육체 피로와 우울증과 편집증 같은 정신질환도 생기고 심할 경우 목숨도 잃었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수은 파운데이션 위에 비소 파우더를 덧발랐을 뿐만 아니라, 황으로 만든 파우더로 물들인 가발까지 착용했으니 죽지 않는 것이 더 신기한 일이 아니겠는가.

의사조차 수은을 관장약으로 사용하며 병균의 온상인 쥐똥, 황소똥, 돼지똥, 개똥…온갖 똥이란 똥들로 묘약을 만들어 처방하였다. 가장 인기를 끌었던 변비약은 알약속에 설탕과 수은을 잔뜩 집어 넣어 만든 약이었다. 이것은 빠른 시간내에 변을 보게 했으며, 사람들은 이것을 변기에서 건져내어 씻어서 수은을 다시 가득 채운 다음 재사용했고 자자손손 물려주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독을 두려워했지만 무지로 인해 이렇게 항상 독에 노출되어 있었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위생상태이다. 현대인들이라면 청결이 병을 어느 정도 예방하고 낫게 만들어 준다는 것을 기본 상식으로 가지고 있다. 그러나 중세시대에는 목욕하는 것을 죄악시 여겼다.

초상화를 보면 왕족들이나 귀족들이 멋지지만 실제로는 평생 목욕을 하지 않아 악취가 났고, 그 악취를 덮기 위해 향수를 다량 뿌리고 겨드랑이와 사타구니에는 이와 벼룩같은 해충이 들끓고, 머릿니를 없애기 위해 머리를 빡빡 밀어 가발을 썼다.

프랑스 태양왕 루이 14세는 일생 단 두 번 목욕해서 몸에서 야생동물 같은 악취가 났다고 한다.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는 한 달에 한 번만 목욕을 했다고 한다.

스페인 여왕 이사벨 1세는 평생 목욕을 단 두번만 했다고 하고,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은 한 달에 한 번, 그녀의 후계자 제임스 1세는 평생 목욕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옷 조차도 잘 갈아 입지 않았다고 하니 이나 벼룩, 구더기 같은 해충들이 들끓었음은 자명한 일이었다.

지금은 중세 시대 궁전이라하면 화려함이나 웅장함, 아니면 고즈넉한 분위기에 다들 낭만적이라 여기는데 그 당시에는 궁전은 악취나는 오물로 뒤덮여 있었다고 한다. 다름 아닌 사람들의 똥과 오줌. 여기에 키우는 동물들의 똥과 오줌까지.

사람의 키만큼 배설물이 쌓일 만큼 용변을 치우지도 않았고 사람들은 공공장소에서 시도때도 없이 엉덩이를 까고 음경을 드러내고 용변을 봤다고 하니 충격적이다.

궁전이 이 정도니 일반 시민들이 사는 환경은 말해 뭐하겠는가.

이런 환경인데 따로 독살이 필요했을까 싶다.




이 책은 이런 이야기들을 풀어내며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하인리히 7세부터 프랑스의 나폴레옹에 이르기까지 독살로 추정되고 독살이라 확실시했던 역사적 유명인들에 대해 역사적 고증을 거친 책에서 알아낸 그들의 생활습관과 행보, 병색, 죽음 등을 하나하나 짚어보고 있다. 그리고 현대에 이르러 그들의 유해를 다시 연구한 결과 그들의 죽음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있다.

또한 현대에서 일어났던 유명한 독살 사건을 정리하여 다시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여러 인물들에 대해 다루고 있고, 그들이 결코 평탄하게 산 평범한 인물들이 아니기 때문에 마치 단편 소설들의 묶음을 읽는 것처럼 흥미진진하다.

일반적으로 세계사는 방대하고 역사적 사실만 나열하여 지루할 수 있는데, 이 책은 지루한 정통적 세계사 공부 접근 방식이 아니라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역사적 사실들을 서술하고 있어 누구라도 쉽게 세계사에 접근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책인 것 같다.





*출판사 현대지성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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