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자의 딸
카리나 사인스 보르고 지음, 구유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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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의무는 살아남는 것이었다.

p.248



엄마가 돌아가신 후 아델라이다는 세상에서 완벽하게 혼자가 되었다. 혁명군이 장악한 베네수엘라는 더이상 국민을 보호해주는 국가 기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베네수엘라 볼리바르 지폐는 가치없는 종이쪼가리로 전락한지 오래다. 사람들은 추위를 막기위해 지폐를 불태우고, 국가기관의 옷을 입은 남자들은 가정집에 들이닥쳐 약탈을 일삼았다.

약탈과 살육은 주변 도처에 도사리고 있었다.

국가는 미쳐갔고 살기위해 다른 사람을 등쳐먹거나 침묵하거나, 다른 사람의 공격해야 했다.

일상이 생지옥이었다.

아델라이다의 친구 아나의 남동생 산티아고는 혁명군에 대항해 친구들과 함께 평화적 시위를 했다. 그 결과 테러리스트로 찍혀 혁명의 아이들에게 잡혀 '무덤'에 끌려갔다. 그곳에 잡혀온 사람들은 으스러지도록 맞고 총구로 강간당하고 인간이 아닌 짐승 취급을 당했다. 아나는 산티아고의 생사를 모르는 상황에서 혁명의 아이들의 협박에 매주 거액의 돈을 부쳤다.

그러던 어느날 보안관이라는 여자가 이끄는 한무리의 여성 침입 부대가 아델라이다의 집을 점령했다. 아델라이다는 그녀의 영역인 집을 사수하려 했지만 무력앞에 무너졌다.

임시방편으로 옆집으로 숨어 들어갔고 거기서 옆집주인 아우로라 페랄타의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탁자 위에는 스페인 영사관의 우편물과 스페인 정부에서 연금 지급을 위한 생존 증명서 요구서가 있었다.

아델라이다는 머물 곳이 필요했다. 그래서 아우로라의 시체를 집에서 떨어뜨려 처리했다.

혁명군에 가담한 사람들은 이제 그들의 배를 채우기에 급급했다. 그들은 국가 배급 식량을 빼돌리고 약탈했고 시민을 억압하고 동료를 배신했다.

오직 자기 자신만이 스스로를 지킬수 있는 현실이다. 누구도 나를 위해 울어주지 않으며 내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남의 권리를 밟고 일어서야 했다.

아델라이다는 이 생지옥에서 벗어나야만 했다. 아델라이다는 스페인으로 가기 위해 아우로라의 신분을 사칭하기로 마음먹는다.

엄마의 이름과 같은 아델라이다 팔콘이란 이름은 아델라이다에게 세상으로부터의 보호막이었다. 그런 이름을 버리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아델라이다는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아갈 수 있을까?




좋은 의미로 시작했을지 모르는 국가혁명은 변질되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은 국민들의 절망과 분노와 항거와 좌절과 체념 등 모든것을 드러낸 소설이다.

국가는 더 이상 국가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국가는 죽이고 빼앗는 기관으로 전락했다.

혁명군들은 평화적 시위대들을 테러리스트로 분류하고 가차없이 죽이고 짓밟았다. 시위대를 숨겨주는 사람들도 테러리스트로 분류해서 감옥에 처넣었다.

가장 안전해야 하는 집에서 조차 안전하지 않고 밖은 더할 나위 없는 지옥이다.

어떻게 이런 곳에서 인간이 살 수 있을까? 목숨만 부지한다고 해서 살아가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국가가 국민을 밀어내고 있다. 그래서 선택권없이 국민들은 살기위해 떠나야 했다.

아델라이다도 살기 위해 자신을 버려야 했다. 그녀가 온전히 아우로라가 될 수 없음을 알지만 그녀는 선택권이 없다. 국가가 그녀로 하여금 그렇게 몰고 간 것이다.

소설 속 아델라이다의 말처럼 국가는 죽었다.

다시 한번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고 국가를 이끌어가는 사람에 대한 자질과 국가가 진정한 존재가치를 지니기 위해 무엇을 이상과 목표로 삼아야 될지 생각해보게 되는 소설이었다.





*출판사 은행나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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