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마이클 코리타 지음, 최필원 옮김 / 황금시간 / 2021년 5월

포기하고 싶을 땐 기억해. 멈추는 건 상관없지만 포기하는 건 용납되지 않는다는 걸. 그러니까 딱 거기까지만 해. 멈춤.

p.171

제이스는 엄마가 하셨던 말씀을 새겨 들었어야 했다. 괜한 치기로 두렵지 않은 척 했다가 살인사건의 시체 처리현장을 목격하게 되고 그때부터 그를 뒤쫓는 사람들을 피해 숨어야 했다.

제이스와 그의 부모는 나라에서 하는 연방 증인 보호 프로그램도 믿지 않았다. 그래서 당국이 민간 경호 업체의 특수 경호에 의뢰했고, 그 업체의 특수 경호 담당자 제이미 베넷은 인연이 있는 이선 서빈에게 신분을 위장한 제이스를 부탁한다.

제이스의 신분은 이선에게조차 철저히 비밀이었다.

이선은 공군 출신의 생존 기술을 가르치는 전문가이고, 여름에는 아이들에게 생존 훈련 프로그램을 가르치는 여름 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거기 참가하는 아이들은 전국의 보호관찰관과 가석방 집행관들이 데려오는 문제아들이었다. 이선은 본인의 성취 경험에서 자신의 프로그램이 아이들의 삶에 실질적 도움과 빛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운영했다.

그는 자신이 제이스를 지킬 수 있고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제이미의 제안을 승낙했다.

그러나 그 역시 아내 앨리슨의 불길한 예감을 귀담아 들었어야 했다.

제이스의 뒤를 쫓는 이들은 블랙웰 형제들이었다. 그들은 집요하고 잔인하고 감정이 없어 보였다.

오직 세상에 둘만 존재하는 듯 다른 이들은 신경쓰지 않고 행동했다.

그들은 냉혹한 데다가 상황 판단력 또한 예리했다.

해나 페이버는 핫샷(미국의 국립공원 정예 삼림 소방대)에서 근무했었다. 거기서 그녀는 인정받기 위해 노력했고 인정받았다. 하지만 인정받기 위해 자신이 세웠던 자신만의 규칙을 깨버리고 동료이자 상관인 닉과 사랑에 빠졌다.

그러나 그녀가 무리한 구조를 고집하여 동료들과 닉을 화재로 잃었다.

여전히 그날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 해나는 파크카운티의 화재 감시탑 직원으로 새로 왔다.

블랙웰 형제들 역시 어떻게 알았는지 제이스를 쫓아 몬태나주 파크카운티로 찾아왔다. 그리고 보안관 클로드를 찾아와 제이미와 이선에 대해 묻는다. 클로드는 악당을 무수히 상대했었음에도 불구하고 몸이 떨리기 시작하고 겁에 질렸다. 그들이 위험하다고 본능이 미친듯이 경고를 준 것이다. 그러나 블랙웰 형제는 개의치 않았다. 그들은 클로드를 고통스럽게 죽이고 시체처리 차원에서 불을 지른다.

그 불은 계속되는 건조한 날씨로 메말라 있던 몬태나주 산을 쉽게 잠식해 나갔다.

그러고는 본격적으로 제이스의 흔적을 찾아 뒤쫓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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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려고 하는 킬러들과 거대한 자연재해 산불에 대항하여 살아남으려고 하는 자들의 생존을 위한 사투의 이야기이다.

제이스는 주변인들이 자신때문에 더이상의 피해를 입는 것이 싫어 몰래 캠프의 대열에서 이탈한다. 그러나 그는 더이상의 예전의 나약한 제이스가 아니었다. 이선의 캠프에서 배운 생존자 정신을 떠올리며 블랙웰 형제들에게서 도망가고 멀리 떨어지려 노력한다. 포기하면 안된다!

대열에서 이탈한 제이스를 우연히 만난 해나는 제이스와 동행하게되고 그에게 꼭 집으로 돌려보내 주겠다며 최선을 다한다. 그녀는 제이스가 지쳐 그만 포기하고 싶어할 때 옆에서 그를 붙잡아 준다.

올바른 선택이 때론 나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며.

그녀도 닉과 동료를 잃었던 산불 현장에서, 협곡에 갇혀있던 한 가족을 구할 수 있을 거라 구조를 고집했던 것이다. 당시 그녀 자신은 그것이 옳은 것이라 믿었기에.

그녀가 닉을 잃었을 당시 얻게된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심리적 갈등과 극복 역시 소설의 중요한 부분이다.

이선 역시 제이스를 구하고 아내를 지키겠다는 일념하에 블랙웰 형제들에게 대항한다.

너무 힘들어 삶을 포기하고 죽음을 받아들이고 싶을 때 살아남은 자들을 위해 포기하는 부류로 남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건 본인이 아니라 남겨진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니까.

죽더라도 추락해 죽은 게 아니라 오르다가 죽은 것으로 보이기를 바랐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의 사신인 블랙웰 형제들을 피해 절박하게 도망가는 이들의 심리와 죽음의 사신들이 몰고온 거대한 몬태나의 산불의 위협이 읽는 이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다른 이들의 심리까지 읽는 듯한 블랙웰 형제들이 가진 잔인함에 그저 그들과 마주치는 사람이 없기만을 바라며 소설을 읽었다.

쫓고 쫓기는 긴박감만 주는 것이 아니라 뒷통수 치는 반전까지 선사하는 이 책은 최고의 스릴을 기대하는 이들에게 만족감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타인을 위하는 위대한 희생정신은 코 끝 찡한 감동 또한 안겨줄 것이다.

생존은 무사히 발견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수색 구조 팀이 도착했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구조, 기쁨, 재건.

그는 지금껏 마지막 단계를 몰랐다.

p.438

*출판사 황금시간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