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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 2021 뉴베리상 대상 수상작 ㅣ 꿈꾸는돌 28
태 켈러 지음, 강나은 옮김 / 돌베개 / 2021년 4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515/pimg_7114282152948694.jpg)
옛날 옛날 호랑이가 사람처럼 걷던 시절에…….
주인공 릴리는 조아여(조용한 아시아 여자애)이다. 선생님들은 릴리의 이름을 종종 잊어버리고 친구들에게도 존재감이 없다.
'투명인간'
그래서 릴리는 그것이 자신만의 특별한 비밀스런 능력이라 여겼다.
그런 릴리와 달리 언니 샘은 미국내 사람들이 갖는 아시아 여자애에 대한 고정관념에 맞추지 않으려고 일부러 까만 립스틱을 바르고 머리카락은 탈색하고 말은 직설적으로 한다.
릴리와 언니 샘은 엄마의 갑작스런 이사결정에 따라 캘리포니아에서 할머니 집이 있는 선빔으로 이사를 오게 된다. 한참 반항기인 언니는 이 일로 엄마와 많이 다투지만, 릴리는 엄마의 상태와 노력을 언니가 신경써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할머니 집으로 오는 길에 릴리는 차 밖에서 꿈인지 착각인지 현실인지 모를 거대한 호랑이를 목격했고, 도착한 할머니 집 분위기도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할머니는 어릴 때 할머니의 엄마를 찾아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오셨다. 그래서 영어가 서툴면서도 능숙하다.
할머니는 어릴적 언니와 릴리에게 옛날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셨는데, 첫 구절은 항상 한국식으로 '옛날 옛날에…'로 시작했다. 자매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는 '언니야(Unya)'와 '애기(Eggi)'가 나오는 호랑이 이야기였다.
할머니는 항상 음식을 차려서 고사를 지내 영혼들과 조상들을 배불리 먹인 다음 음식을 먹었다. 물건을 옮길 때도 한국식으로 길일을 따졌다.
그런 할머니와 있으면 릴리의 '투명인간' 능력은 소용 없어지고, 릴리의 마음은 몰랑몰랑 행복으로 따뜻해졌다.
그런 할머니가 아프시다. 엄마는 할머니가 뇌종양을 앓고 계시고 최근에는 증세가 심해지고 병원에서의 진단 결과도 좋지 않으시다고 했다. 이제 남은 시간이 얼마 없어 그 시간 동안 할머니와 함께 지내려 선빔으로 이사를 온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메스꺼움, 편집증, 환각…….
할머니는 이제 릴리와의 일상을 기억 못하실 때가 많다.
릴리는 할머니가 아프시고 사실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단지 할머니가 호랑이들에게서 이야기를 훔쳤기 때문에 아픈 것이라고 생각했다. 릴리가 만난 호랑이도 할머니가 훔쳐간 이야기를 되찾기를 원하며 할머니가 가둬 둔 이야기 별들을 풀어주라고 했다. 그러면 할머니는 아프지 않을 것이라며.
릴리는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릴리는 호랑이에게서 할머니를 낫게 하는 방법을 구할 수 있을까?
작가는 이 이야기를 쓰는 과정에서 자신이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는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하고 배우는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작가의 말처럼 이 작품은 릴리가 미국이라는 사회에서 아시안으로 이방인이 아니라 조화롭게 어울려 나가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성장하는 과정을 판타지를 섞어가며 이야기하고 있다.
언니 샘은 릴리에게 도망갈 곳이 없어 맞서 싸워야 하는 상황에서는 항상 자신이 같이 있을거라 이야기한다. 할머니의 이야기를 미신이라고 믿지 않는 척 하지만 실제로는 할머니를 위해 나쁜 영혼이 못오게 밤에 쌀을 뿌리고 다닌다.
엄마는 할머니를 위해 무엇이든 버릴 각오가 되어 있다. 성인이 되며 사랑의 모습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할머니를 사랑하고 혼자 이국땅에서 삶을 꾸리신 할머니를 자랑스러워 한다.
릴리는 나이는 어리지만 항상 엄마와 언니의 기분을 살피며 가족들이 화목하도록 노력한다. 할머니를 위해서는 조아여가 아니라 세상 누구와도 맞설 용기를 가지고 있다.
서로 조금씩 형태가 다르지만 깊은 가족애를 보여주고 있다.
할머니는 본인이 한국 출신 '애자'라는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본인을 억지로 바꾸려하고 숨기려하지 않았다.
이름도 한국식으로 그대로 '애자'라 사용했다.
할머니가 낯선 미국이라는 땅에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 지켰기 때문에 릴리도 한국 문화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한국문화에 배타적인 이들에 당당히 맞설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친구인 리키와의 우정을 이루어내고, 더 이상 조아여가 아닌 사람들의 중심에 우뚝 설 수 있는 릴리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자신과 다름을 차별하지 않고 함부로 평가하지 않으며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 인생의 결정자로서 성장해 나가는 용기를 전해주는 이야기를 읽으며 가슴 따뜻해지는 감동의 여운을 느껴본다.
네 역사를 통해서 네가 어디서 왔고 누구인지 이해한 다음에, 너 스스로의 이야기를 찾아봐. 네가 어떻게 될 것인지 직접 지어 봐.
*출판사 돌베게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