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한 잠 -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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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잠』은 4개의 단편 즉, 4개의 사건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인공 하무라 아키라는 미스터리 전문서점 '살인곰 서점'의 아르바이트 점원이자 이 서점이 부업으로 시작한 '백곰 탐정사' 소속 유일무이한 탐정이다.

첫번째 <거품 속의 나날>에서는 어느날 살인곰 서점으로 장서 처분 출장 매수와 탐정에게 사건 상담을 동시에 의뢰하는 전화가 걸려온다.

의뢰인 후지모토 사쓰키는 살 날이 반 년정도 남은 60대 여성으로 하무라에게 죽은 친구 후사코의 딸이자 자신이 후원했던 다가미 하루카를 출소일날 교도소에서 자신의 집에 데려와 줄 것을 의뢰한다.

"반드시. 꼭. 내게로."

회사 설립 후 바쁜 상황에서 데려와서 그런지 사쓰키 자신은 아이를 키우기 적합하지 않았고, 하루카 역시 손을 델 수 없을 정도의 문제아여서 모든 인연을 끊고 잊기로 했다면서 죽음을 얼마두지 않은 시점에서 그녀가 마음에 걸렸던 것일까?

단순한 픽업서비스라고 생각했지만 하루카를 사쓰키에게로 데려가는 길은 생각보다 단순하지가 않다.

두번째 <새해의 미궁>에서는 살던 집에서 나올 수 밖에 없었던 하무라는 도야마 점장의 선의로 서점 2층 탐정사 사무소에 임시거처를 정하게 된다.

딱 거기까지 좋았는데…도야마 점장의 원치 않은 더 나아간 선의로 창고 사무소의 욕실 리뉴얼 공사 가격을 바가지 쓰게 되어 돈이 필요하던 차에 '도토종합리서치'의 사쿠라이가 주는 하청일을 거절하지 못하고 수락한다.

그것이 바로 나카노 역 근처 철거 직전의 폐 빌딩의 하룻밤 경비일이다. '히이라기 경비SS'에서 맡고 있는 경비 업무 중의 하나인데 정월이라 일손이 모자르다는 이유로 경비업체에서 경비를 하청한 것이다.

무언가 수상쩍은 냄새가 솔솔 나지만 50퍼센트 할증과는 별도로 신년 떡값을 얹어 준다는 말에 흔들린 하무라.

오늘은 또 어떤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걸까?

<도망친 철도 안내서>에서 하무라는 점장 도야마가 기획한 골든위크 이벤트 '철도 미스터리 페어' 를 차질없이 성대히 준비하고 개최한다. 쉬는 날 잠깐 외출하고 귀가하던 중 서점 문 앞에서 쓰러졌다가 정신을 차린다. 정신을 차리고 빠르게 서점안과 자신의 소지품을 챙겨봤지만 이상 없었다. 무얼까? 나이가 들어 뇌에 과부하가 걸린걸까?라고 생각하는 순간 눈에 들어온 것….

점장 도야마가 '철도 미스터리 페어'를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그것. 카운터 유리장 상단 중앙의 위치에서 빛나게 있어야 할 《ABC 철도 안내서》가 보이지 않았다.

누가 간크게 우리의 명탐정 하무라를 건드린거지?

마지막 <불온한 잠>에서 서점의 단골 시나코는 남편 스즈키가 죽은 뒤 단독주택의 삶을 벗어나 해변가 아파트로 이사를 결정하고 모든 짐을 정리한다.

가지고 있던 짐 중에는 예전 사촌 여동생의 유산으로 받았던 세타가야 집에서 발견됐던 변사체, 후에 무연고 사망자로 처리된 하라다 히로카의 물품이 있었다. 빛바랜 캐릭터 손수건, 뜨개실, 종이학 같은 소소한 것들.

시나코는 이 물품들을 차마 버리지 못하고 히로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찾아 전해주고 싶다며 하무라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하라다 히로카를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을 찾아주었으면 한다"

그러나 단순한 술집 여자인줄 알았던 그녀는 엄청난 비밀을 가지고 있고 사건의 덩치는 점점 커지는데…….




와카타케 나나미를 일본 코지 미스터리의 여왕이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그녀의 작품은 일본을 대표하는 여성 하드보일드 소설의 진수라고 한다. 대체 어떻게 두개가 공존할 수 있지?

코지 미스터리는 하드보일드 장르와는 대척점에 있는 장르인데…….

책을 읽어보면 '아하!'하고 이해가 간다.

이 소설은 전반적으로 절제된 이야기 전달로 건조하고 진지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하무라는 이야기를 서술하며 감정을 최대한 자제하고 사건과 인간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을 절대 하지 않는다. 아주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서술만 있을뿐이다.

이런면에서 보면 하드보일드 작품의 성격이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주인공이 우리 주변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부담없는 아줌마이자 여성 탐정이고 건조한 이야기 전개 중에 툭툭 튀어나오는 하무라의 유머스러운 생각들이 코지 미스터리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러나 그녀의 유머스러움도 이성적인 절제미가 묻어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튀어 나오는 하무라의 유머. 중독성 강하다. 미스터리 소설 읽다가 이렇게 자꾸 웃어도 될까 싶다.

주인공은 사건도 처음부터 큰 사건이 아니라 주변 소소한 의뢰로 시작한 작은 사건이 몸통이 큰 음모에 연루되어 있다.

그리고 여기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전부 하나하나 완성도가 아주 뛰어나고 사건들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여 심장을 쫄깃하게 만든다. '이래서 다들 와카타케 나나미에 환호하는구나'라고 공감이 갔다.

여태까지 읽어왔던 범죄 추리 소설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득 지닌 와카타케 나나미의 매력에 다같이 빠졌으면 한다.





*출판사 내친구의서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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