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4
귄터 그라스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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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하인리히 엘러스 광장에서의 슐락발 경기의 쉬는 시간 묘사부터 시작된다. 요아힘 말케는 누워서 졸고 있었는데, 경기장 관리인의 검은 고양이가 말케의 두드러진 울대뼈를 목표로 삼아 접근하는 중이었다. 고양이의 목표가 된 말케의 울대뼈는 고양이에게 쥐인 것이다.

이 글의 화자인 나, 필렌츠는 고양이를 잡아 말케의 목 위에 올려놓았다.

이 소설에서 말케의 두드러진 외양은 설탕물을 발라 굳힌 머리나 뾰족한 귀나 턱도 있겠지만 남들보다 두드러진 울대뼈이다. 심지어 말케 본인조차 이것이 일종의 병이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그는 이 울대뼈를 가리기 위해서 은목걸이와 메달과 드라이버 등을 목에 항상 걸고 다녔다. 겨울철 목도리는 턱밑까지 치켜올려서 붕대처럼 묶고 다녔다.

훗날 그가 군에 갔을 때 더 많이 튀어 나온 사람들도 만나보고 난 뒤, 특별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처음 말케는 수영을 못했으나 친구들의 침몰된 소해정 탐험 이야기를 듣고는 열심히 연습하여 무리에 어울리게 되었다.

말케는 잠수를 해서 드라이버를 이용해 침몰한 소해정 안에서 잠수의 자랑스런 승전물을 가지고 올라왔다. 어느날 말케는 소해정의 선체 중앙에서 무전실로 이르는 입구를 발견했다. 거기엔 물이 차지 않은 공간이 있어 한참을 머무를 수 있었다. 누구도 거기까지 다다를 수는 없었다. 그 후 말케는 그곳을 자신만의 아늑한 비밀 공간으로 만든다.

이 공간은 후에 말케의 도피처가 되는 아주 중요한 공간이 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으나 아직 전쟁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은 것 같은 그들의 삶은 평화로웠다.

그리고 전쟁이 한참 진행되던 어느 시기, 해군 대위이며 높은 무공훈장은 받은 김나지움 선배가 후배들 앞에 자신의 무공과 전쟁에 대해 강연하기 위해 학교에 왔다. 강연 후에는 후배들과 체육시간에 같이 참여했다. 사건은 체육시간이 끝난 후 발생했다.

체육시간 동안 벗어놓은 해군대위의 옷에 달려 있던 훈장이 사라졌다.

필렌츠와 친구들은 범인이 말케라고 생각했고, 말케는 필렌츠의 추측대로 작은배 위에서 당당히 그 훈장을 목에 걸고 있었다. 왜 말케는 훈장을 훔치게 되었을까? 필렌츠는 그에게 그것을 해군 대위에게 직접 가져다 주자고 설득했지만 위대한 말케는 그것을 흔들며 클로제 교장선생님의 집으로 향했다.

그 후 말케는 김나지움에서 쫓겨나고 호르스트 베셀 실업고등학교로 전학조치 된다.

말케는 자신을 증명하고 싶었을까? 군에 입대한 말케는 공을 세우고 빠른 진급을 하며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신문에 기사까지 실렸다. 훈장을 떳떳하게 달고 돌아와 자신을 쫓아낸 김나지움의 강당에서 예전의 해군 대위처럼 연설을 하고자 하였으나 클로제 교장은 학교 규칙을 내세우며 반대하는데…….



길지 않은 이 소설은 정말 어렵게 읽혀졌다. 여러 사람들과 같이 읽고 이 소설의 문장들이 의미하는 바를 이야기 나누고 싶은 소설이다.

이 소설은 필렌츠가 과거를 회상하고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는 듯한 말투로 서술되고 있다. 필렌츠가 말케에게 저지른 잘못이라면 고양이를 그의 목에 올려놓은 일 외에 소설 후반부에 말케가 부대로 복귀하지 않은 이후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과 관련이 있다.

그 일들을 그는 그저 담담히 서술해 내고 있다. 자신을 끌어들이지 말라는 말을 하고 그대로 갔어야 했다는 후회의 말만 있을 뿐이다.

귄터 그라스 역시 『고양이와 쥐』의 여느 다른 청년들처럼 종전 무렵 나치 친위대에 입대했던 전력을 고백했다. 그것은 전 세계 독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라스는 담담히 제2차 세계대전에 무비판적으로 참전하고 가담한 독일의 우매한 민중들을 고발하고 있다.

그라스는 전쟁 당시 독일에서 어린아이들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제2차 세계대전에 명예롭게 참여하고 나치 영웅들을 동경했다는 것을 소설속에서 보여주고 있다. 선생들 조차 당의 간부를 맡고 있다.

당시 평화로운 듯한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참전군인들이 학교로 찾아와 전쟁의 영웅으로 떠받들리고 아이들은 군인들과 그들의 훈장을 동경한다.

김나지움에 강연하러 온 해군 대위에게 모여들어 질문을 해대는 김나지움 학생들이나, 말케의 훈장을 보며 싸인과 전쟁담을 요구하며 모여든 초등학생들을 보면 그들에게 전쟁 참여라는 것은 일종의 명예였다.

그라스는 명예 아닌 그 불명예에 대해 필렌츠의 입을 빌어 꾸밈없이 글을 써내려가고 있다.

소설 후반부에 보면 필렌츠는 말케를 선동하여 죽음에 이르게 한다. 군에 제때에 복귀하지 않은 말케를 대신해 말케의 집에 다녀오면서 거짓말을 말케에게 전달한 것이나, 말케를 굳이 소해정으로 가게한 것이나, 말케의 생명과 연관되는 깡통따개를 가지고 있고 그에게 주지 않은 일을 그는 차분히 고백한다,

말케는 깡통만 들고 소해정으로 들어간 뒤 답이 없는 것으로 서술된다. 영원한 고요함.

그러나 왜 필렌츠는 그 후로 계속 말케를 궁금해 했을까? 그 후로 말케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렌츠는 말케를 찾는다. 그가 살아있기를 바람으로써 자신의 죄를 덜려 했음일까?


"말케 하사관, 입구에 면회 있다!" 그러나 너는 어둠 속에서 떠오르려 하지 않았다.

-p.183






*출판사 문학동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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