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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중세 파블리오 선집 ㅣ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장 보델 외 지음, 김찬자 외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21년 3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501/pimg_7114282152933922.jpg)
파블리오라는 것은 다소 생소한 영역으로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다.
파블리오란 운문으로 된 짧은 이야기를 말한다. 운문 특히 8음절 시구로 되어 있고 현재까지 약 150여편이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그 중 가장 파블리오의 특징이 두드러지는 걸작들로만 20편이 실려있다.
이 책에서 보면 한글로 번역이 되어 있다보니 운문의 느낌은 나지 않고 이야기체로 되어 있으면서 다소 희곡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마을 어귀나 선술집에서 연사가 이야기를 하면 옆에서 떠돌이 연극단원들이 무언으로 극을 보여주면서 다소 과장되게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 연상되었다.
파블리오는 음유시인, 떠돌이 광대, 떠돌이 성직자 등에 의해 전파되었기에 표현들이 아주 날것의 표현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외설적인 표현도 적나라하게 등장한다. 등장 인물들이 욕도 아주 찰지게 해댄다.
바보같은 남편은 아내들의 간계에 넘어가고, 아내는 남편을 속이고 성직자나 다른 사내들과 정을 통한다.
성직자는 부유하지만 부덕하고 항상 속임을 당하거나 죽임을 당한다. 도둑들이 남의 재물을 훔치는 이야기도 많이 등장한다.
남편은 아내를 죽도록 패고, 아무리 결혼한 여자라도 마음에 들면 그 여자를 돈으로 유혹하는 등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가 보기에는 이상하게 느껴질 듯한 이야기들이 있다.
그러나 결코 권선징악의 교훈은 등장하지 않는다. 단지 이런 난처한 사항에 처하지 않도록 인생에 대처하는 처세를 충고할 뿐이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501/pimg_7114282152933921.png)
파블리오 내용 중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 사제들이 아내와 애인을 두고 있거나, 다른 사람의 아내와 부정한 관계를 가지는 이야기이다.
심지어 어떤 성직자는 돈을 주고 어린 소녀, 그것도 12살이 채 되지 않은 소녀를 품겠다고 그 소녀의 부모에게 당당하게 이야기 한다.
이렇게 부도덕하니 그 성직자들의 말로가 어찌 행복하겠는가. 이것은 당시 성직자들은 엄청난 재산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파블리오 작가들이 성직자들을 주로 봉변의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들에게 있어서 대토지를 소유하고 재물이 마르지 않는 성직자들은 시샘과 질투의 대상이었던 것 같다.
이같이 적나라한 인간성을 보여주는 파블리오는 인생이야기를 가볍게 풀어내고 등장인물의 고통을 들려줌으로써 일반인들에게 남의 고통과 불행을 참관하면서 웃음을 주고 현실에서의 자신들의 삶의 불행을 위로해 주었다.
사람 심리중에 이런게 있지 않은가.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
이런 심리는 도덕적으로 비난을 받겠지만 뭐 어떠한가. 파블리오가 실제 내 이웃의 이야기도 아니고, 당시 녹록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고 힘이 되었으면 그 어느 예술장르보다 훌륭하지 않은가.
과거 중세 시대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문화를 느끼면서 작품이 주는 교훈에 얽매이지 않고 가볍게 웃고 싶은 사람들은 이 책을 꼭 읽어보길 권한다.
*출판사 지식을만드는지식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