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구문 특서 청소년문학 19
지혜진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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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운명이 나를 이끄는 것이 아닌, 내가 운명을 이끌어보겠노라 다짐했다. 두렵지 않았다.

-p.180


가난했지만 지극히 평범했던 기련이네는 어느날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사망으로 삶이 완전 변해 버렸다. 기련은 아버지를 잃은 충격 때문인지 열병을 앓았고 어머니는 갑자기 무당이 되는 내림굿을 받게 되었다. 세상 사람들은 어머니를 향해 "서방 잡아먹은 년"라고 험악하고 적나라한 비난을 했고 기련을 향해서는 "딸년도 제 어미 인생 따라간다"는 악담을 하자 기련은 사람들과 소통을 끊게 되었다.

어머니만 보면 사람들의 비난이 생각났고,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는 어머니를 보면 원망스러웠다. 그 원망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은 커져만 갔다.

기련은 지금의 삶이 끔찍하고 싫어 집을 떠나고자 돈이 필요했다. 그러나 어린 기련이 돈벌이 할 수 있는 방법은 딱히 없었고, 결국 시구문 앞에서 무당을 흉내내어 사람들을 속이고 돈을 버는 방법을 택했다.

어머니에게 어김없이 화를 낸 후 집을 뛰쳐 나온 기련은 답답한 마음에 개울가로 갔다가 동네 꼬마와 시비가 붙는다. 이때 기련을 도와주는 소애 아씨를 만난다. 그날 이후 기련은 소애 아씨를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높은 관직을 지내는 소애 아씨의 아버지인 주대감은 청나라 침입을 피해 피신한 임금과 동행을 했다가 전쟁이 끝난후 돌아온다. 그런데 임금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나랏님이 백성을 버리고 제일 먼저 도망갔다'는 비난을 피하려 본보기로 무고한 주 대감을 참수형에 처해 시구문 밖에 머리를 내걸었다. 주 대감의 집안은 온통 쑥대밭이 되었고 소애 아씨는 몸종인 향이 덕분에 겨우 시구문 근처까지 도망와서 아버지의 마지막이라도 보고 싶어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역적의 딸이 되어버린 지금은 살아 남아도 노비로 전락하는 신세가 되고만 소애 아씨.

백주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나무를 해 창수 주막에 대지만 창수댁은 빈번히 백주를 부려먹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품삯을 주지 않는다. 백주 또한 병든 아버지와 어린 누이동생 백희를 건사해 나가야 하는 무거운 삶의 무게를 짊어진 아이이다. 비록 가난하지만 반듯하고 착한 심성을 가지고 있는 백주는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기련을 항상 위하고 도와준다.

소애 아씨는 주 대감을 모함한 현골 김 대감 집의 몸종이 되었고, 마침 김 대감 부인의 죽음이 다가온 지라 소애 아씨를 만나기 위해 기련과 백희는 상가집 일손으로 김 대감 집에 가기를 자청한다. 기련은 거기에서 뜻하지 않게 큰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되는데…….

이들에게 산다는 것이 왜 이렇게 힘든 일인지 모르겠다.

기련과 기련 어머니, 백주, 백희, 소애 아씨 심지어 소애 아씨의 몸종 향이조차 애잔하지 않은 인물들이 없다.

기련과 기련 어머니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며 서로 갈등한다.

백주의 경우 어머니의 죽음이 자신 때문이라는 자책감이 동생 백희에 대한 타박으로 드러난다.

소애 아씨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이전의 양반이라는 신분에서 노비라는 신분으로 살아가게 된다.

등장인물들 전부 주변인들의 죽음과 관련이 되어 뜻하지 않는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 운명에 처해진다.

이들은 각자 자신의 삶이 가장 불행하고 슬프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인생에 있어서 죽음이란 불행과 괴로움과 좌절을 의미하는 것인가?

그러나 기련에게는 아버지의 죽음에도 그녀를 지켜주고자 하는 어머니와 백주가 있었고, 백주와 백희에게는 그들을 진심으로 위하는 기련이 있었고, 소애 아씨에게는 그녀를 위해 목숨을 걸고 도움을 주려는 향이와 백주와 기련이 있었다.

주변인들의 죽음이 그들을 힘들게 했지만 그들은 서로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서로에 대한 사랑과 도움과 희생으로 삶을 이어갈 수 있었다.

가까운 이의 죽음으로 외롭지만 결코 외롭지 않은 삶을 사는 이들은 결국 죽은자를 내어가는 문인 '시구문'을 넘어서며 아이러니하게 새로운 삶으로의 희망과 의지를 발견하게 된다.

기련과 소애 아씨가 운명과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시구문을 넘어 새로운 삶을 다짐했듯 우리도 인생의 시련뒤에는 희망이 있음을 알고 인생을 개척해 나가야 할 것이다.





*출판사 특별한서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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