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의 역사 - 늑대인간부터 지킬 박사까지, 신화와 전설과 예술 속 기이한 존재들의 흔적을 따라서
존 B. 카추바 지음, 이혜경 옮김 / 미래의창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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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심을 가지고 감각이 예민해질 때까지 기다려보라. 그러면 세상이 미지의 것들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p.308


흔히 셰이프시프터라고 하면 뱀파이어나 늑대인간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셰이프시프터는 '모습을 바꾸는 존재'로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부터 전 세계인 모두가 아는 현대 소설 《해리포터》시리즈에 나오는 애니마구스에 이르기까지 겉모습을 바꾸는 모든 존재를 통틀어 말한다. 셰이프시프터는 자의든 타의든 혹은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모습을 바꾸는 존재들이다.

셰이프시프터는 최근에 생긴 존재들이 아니다. 그들은 인간이 신을 숭배하던 시기부터 우리와 같이 존재했다. 선사시대 인간은 동물과 특별한 유대관계를 맺었고 이는 토착적인 신앙으로 부활하여 주술을 통해 인간에게 동물의 영혼을 덧씌었거나 자신이 동물이 되었다고 믿게 함으로써 셰이프시프터가 되었다.

우리에게 흔히 알려진 그리스 로마 신화에 보면 신들은 자주 모습을 바꾸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한다. 남신들은 주로 인간이나 하급신들을 유혹하기 위해 인간이나 동물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특히 제우스가 변신능력을 사용하여 수많은 여성들을 유혹하여 아이를 가지게 하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또한 신들은 인간들을 벌 주기 위해 자신한테나 벌받는 인간에게 변신 능력을 사용한다. 이러한 능력으로 인해 인간은 신을 두려워하고 경외심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백조로 변신해 스파르타의 왕비 레다를 유혹하는 제우스의 모습>


그러나 인간의 계속된 정신적 성장으로 마법사, 무속인들은 신의 자리와 능력에 도전하게 되었고,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에게서 불을 훔쳐 인간에게 가져다 준 것처럼 오직 신과 여신만의 능력이었던 변신 능력을 훔쳐내게 된다.

그 대표적 예로 베르세르크나 나구알, 모우라 등이 있고 이후 수많은 인간 셰이프시프터들이 나오게 된다.

포르투갈의 모우라 엔칸타다는 '마법에 걸린 무어인 여성'을 뜻하고 여러 모우라 이야기중 대표적 이야기이다.

<포르투갈 남부에 있는 고대 석조 기둥들은 모우라 엔칸타다의 서식지였다>


모든 모우라 이야기에는 전 재산을 남겨둔 채 어쩔 수 없이 포르투갈을 떠나야 했던 부유한 무어인이 등장한다. 포르투갈로 돌아올 때를 대비해 남겨진 재산을 지키는 수호자로 사랑하는 딸들 전부 내지는 그 중 한명에게 마법을 걸어 모습을 바꾸는데 그게 주로 머리는 여인이고 몸은 거대한 뱀의 모습을 가진 괴물이다.

모우라의 마법을 풀수 있는 묘약은 이야기 속에서 흔한 장치로 사용되는 진실한 사랑이다. 뱀인 모우라에게 키스를 하는 남성은 최소한 그녀가 가진 보물을 얻으며 금상첨화로 마법이 풀린 아름다운 모우라까지 얻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변신 능력으로 인간의 한계를 뛰어 넘게 되는 셰이프시프터들 중에 현대에 이르기 까지 인간에게 가장 많은 공포심을 주고 전세계적으로 많이 회자되고 있는 존재가 늑대인간이다.

헨드릭 홀치우스의 판화작품 <늑대로 변한 리카온> (1589)


전통적으로 늑대인간은 보름달이 뜨면 늑대로 변하는 사람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리카온은 인육을 먹은 죄로 제우스에 의해 늑대가 되는 벌을 받는다. 하지만 늑대인간 이야기가 넘쳐나던 중세시대에 늑대로 변하는 것은 자의가 아닌 자연 발생적으로 일어났다. 중세의 설화들에서 늑대인간은 초자연적 존재의 일부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본인이 늑대인간을 변신했다는 망상에 빠지는 낭광병의 경우 이것은 정신적인 질병이었고, 이들은 본인들이 늑대가 되었다는 환각에 빠져 사람들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만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있곤 했다.

우리에게 친숙한 뱀파이어 드라큘라 백작은 1897년 아일랜드 작가 브램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를 통해 이미지 메이킹되었다. 스토커가 집필하며 남겼던 메모에서 블라드 공작의 이름이 언급되지 않지만 드라큘라 백작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블라드 공작의 역사와 일치한다. 블라드 체페슈는 왈라키아 공국 블라드 2세의 아들로 태어났다. 가문을 상징하는 용 문양 때문에 루마니아어로 '용'을 뜻하는 드라큘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블라드 체페슈란 이름은 훗날 붙은 별명이고 공식 칭호는 블라드 3세 드라큘라이다. 드라큘라란 '드라큘의 아들'이란 뜻이다.




현실의 블라드 3세 드라큘라와 상상 속 드라큘라 백작은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둘 다 루마니아에 엄청난 상품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한 가지 이 책을 읽으며 흥미로웠던 것은 젠더 전환 셰이프시프터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리스 신화 속 테이레시아스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젠더 전환을 하여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몇 년 후 다시 남성이 된다. 켈트족과 북유럽 신화에도 젠더 전환 셰이프시프터 이야기가 나온다.

일본에서는 쌀의 여신 이나리와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이나 태평양 섬나라들의 신화에도 젠더 전환이 되거나 아예 자웅동체인 신들이 나온다.

작가는 이 젠더 전환 셰이프시프터 이야기를 발전시켜 현실의 젠더 전환자들의 사례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여러 셰이프시프터들의 이야기는 단절되지 않고 현대까지 여러 문학 작품에서 등장한다. 《개구리 왕자》에서의 왕자가 그러했고, 로알드 달의 동화 《마녀를 잡아라》에서 주인공이 마녀 때문에 생쥐로 변하고, 고든 딕슨의 소설 《조지와 드래건》에서 조지가 판타지 세계에 보내져 용으로 변신하게 된다. 심지어 스티븐 킹의 소설 《잇 It》에 등장하는 어릿광대 조차 외계 셰이프시프터다.

여기서는 일부만 언급했지만 『변신의 역사』에서는 더 다양하고 더욱 깊게 셰이프시프터의 세계를 설명하고 보여주고 있다.

어린이들의 애니메이션에도 변신능력들을 사용는 캐릭터가 있으며, 누구나 한번쯤은 변신 용사나 변신 마법 공주가 되는 꿈을 꾼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매력적인 셰이프시프터들의 이야기는 사람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받으며 결코 사라지지 않고 더 다채롭게 우리의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오랫동안 우리 내면에 잠재해 왔던 셰이프시프터의 미지의 세계를 탐험해 보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출판사 미래의창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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