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음식의 세계사 - 식탁 위에 놓인 인류 역사 이야기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한세희 옮김 / 탐나는책 / 202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의 욕구중에 식욕은 갓난아기때 부터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고, 이 기본적인 식욕의 충족을 통해 다른 욕구들에도 눈뜨고 채워나가게 된다.

예전 야생에서는 음식이란 살기 위한 섭취행위에 지나지 않았지만 인류가 불이라는 전무후무한 강력수단을 쟁취하면서 점차 요리라는 행위에 눈뜨게 되었다. 요리를 통해서 같은 재료로 좀 더 나은 맛을 추구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연구를 하게 되었다. 농경과 목축을 통해 좀 더 안정화된 식재료 수급을 통해 이제는 재료가 가진 맛을 극대화 시켜줄 향신료와 보존방법에도 노력을 기울이게 되었다.

이 책은 음식이라는 것에 대해 고대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재료와 음식의 기원부터 발달까지 상세하게 역사적 고증을 통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고 있다. 내가 먹는 요리와 내가 좋아하는 음식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어서 조금 더 음식에 대한 애정이 생기게 되었다.


요즘은 우리나라에서 발렌타인데이 즈음에는 가게나 거리에 흔하게 넘쳐나는 초콜릿은 예전에는 아주 귀한 음식이었다고 한다.

유래는 아즈텍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아즈텍인과 마야인은 카카오 씨앗을 고추 씨앗과 함께 갈아 끓인, 걸쭉하면서도 맛이 강열한 음료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초콜릿이 기원이 되는 쓴 물이란 뜻의 초콜라틀이다.

아즈텍에서는 카카오 콩이 왕에게 바치는 귀한 헌납품이나 화폐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카카오 콩 100개로 노예 한 명을 교환할 수 있었다고 한다. 카카오 콩이 얼마나 귀했는지 짐작해 볼수 있는 대목이다.


​1521년 스페인이 아즈텍 제국을 멸망시켰을 때 카카오 열매도 스페인으로 전해지게 된다. 초콜라틀은 금방 스페인 지배층을 사로잡아 사치스런 음료가 된다. 초콜라틀은 쓰고(카카오 콩) 매운(고추) 음료였다.

스페인인들은 아즈텍인들이 넣었던 고추 씨앗 대신에 자신들 입맛에 맞게 설탕이나 바닐라를 넣어 변형시켰고 이것이 오늘날과 같은 달콤한 초콜릿이 된다. 그 후 100여년간 스페인 귀족들은 스페인 내에서만 초콜릿을 만들어 먹으며 독점하였다.

17세기초 프랑스의 루이13세가 스페인 왕녀와 결혼하며 코코아를 마시는 습관이 프랑스 귀족사회에 전해진다.

그런데 맛도 맛이지만 그 당시 치과의학이 발달하지 않았을 텐데 귀족들의 치아상태가 어땠을지 궁금하다.


​1800년대에 들어서면서 네덜란드의 화학자가 카카오에서 지방을 제거하여 분말로 만들었는데 이것이 오늘날의 코코아 파우더이다. 영국 서부에서 카카오에서 추출한 유분으로 만든 코코아 버터에 설탕, 카카오 분말을 넣어서 굳힌 오늘날과 같은 고체형 초콜릿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한가지 더 관심있게 읽었던 부분이 7장 도시를 지탱하는 가공식품과 8장 콜드 체인과 세계화 부분이다. 요리를 잘하지 못하니 현대문명의 혜택을 받고자하는 욕망이 커서 그런가 보다. 이 챕터들에서는 저장음식의 역사와 식탁위의 혁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18세기 산업혁명으로 식품을 포함해 공장에서 대량 생산이 일반화가 되기 시작하였고, 도시의 많은 사람들을 위한 대량의 식자재가 필요해졌다. 그래서 식품의 부패를 막을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19세기 나폴레옹의 요청을 받은 프랑스 정부가 식품 장기간 보존 아이디어에 거금을 걸었고, 1804년 당시 맥주 제조업자 출신의 과자 상인 니콜라 아페르가 병조림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다. 이후에도 아페르는 식품 보존 기술에 대한 연구를 계속 하였고 상금을 모두 새로운 연구에 쏟아 부었지만 기술에 대한 특허는 따로 신청하지 않았다.

획기적인 아이디어인 병조림을 발명하고도 특허를 신청하지 않다니, 아페르는 인류애가 대단하고 해야 하나 조금 어리석다고 해야하나….


​프랑스의 맞수인 영국은 쉽게 깨지는 병조림의 단점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였으며, 1810년 기계공 피터 듀란드가 주석 깡통을 이용한 통조림을 만들었다. 그는 이 방법을 특허를 내어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통조림은 주석 도금을 하여 부식을 막은 깡통에 가열한 식자재를 밀봉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당시 통조림에는 따개가 없어 여는데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고 한다. 통조림에는 "끌과 도끼로 열어주세요"라는 문구가 있었다고 한다.

부엌에서 통조림을 열기 위해 끌과 도끼를 휘두르는 여인들의 모습이라니 웃음이 나온다.

미국 남북전쟁(1861~1865) 당시 통조림이 대량으로 사용 되었는데, 군인들은 통조림을 열기위해 뾰족한 총검으로 있는 힘껏 쑤셔서 구멍을 내거나 군용 나이프로 엄청나게 노력을 해서 열어야 했다.

그리하여 1870년 미국의 윌리엄 라이먼이 깡통 테두리를 돌려 따는 따개를 발명하였다.

이후 식량을 미리 쟁여두는 미국에서 통조림의 인기는 하늘을 치솟았다.


요즘 내가 애용하고 있는 레토르트 식품의 기원은 군용 전투 식량이라고 한다.

원래 레토르트란 밀봉한 식품을 넣어 고압으로 가열 살균하는 솥 자체를 의미했다. 그러다 솥에 넣어 살균한다는 의미로 확장되었다.

봉지를 사용하는 레토르트 식품은 통조림과 마찬가지로 상온 유통이 가능하며 부피가 작아 가볍고 휴대성이 좋았다. 따개없이 열 수 있으며 봉지째 가열이 가능하여 매우 편리했다.

요즘처럼 다양하고 맛있는 레토르트 음식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이것들을 잘 활용하면 맛난 식탁을 꾸밀 수도 있는것 같다.


이 외에도 커피, 치즈, 스테이크, 생선, 커리, 옥수수, 밀, 감자, 토마토, 설탕 등 우리 식탁위에 올라가는 식재료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이 책 한 권 안에 들어있다. 이 책을 읽으면 식탁 위의 역사가 눈 앞에 펼쳐지게 되는 것이다.

음식이 풍부해져서 낭비가 많이 되는 현대시대에 그 음식이 탄생하기까지의 긴 시간과 많은 이들의 노력을 알고 음식을 대한다면 조금은 음식에 대한 이해도 상승으로 낭비하지 않고 귀하게 여기지 않을까.

오늘도 커피를 마실때나 요리를 하며, 레토르트 식품을 조리할 때 내가 읽었던 이 음식의 세계사의 생각나는 구절들을 머릿속에 다시 떠올려봤다.

이것들은 더 이상 그냥 배가 부른 먹는 음식들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는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지식과 연결되는 사물이 된다.

역시 아는 것이 힘이다.





*출판사 탐나는책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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