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머리 앤의 정원 - 빨강 머리 앤이 사랑한 꽃, 나무, 열매 그리고 풀들
박미나(미나뜨) 지음, 김잔디 옮김, 루시 모드 몽고메리 원작 / 지금이책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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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여러 식물이 사람에게 주는 의미는 생각보다 크고 다양하다. 매일 키가 자라고 살아 숨 쉬며 계절마다 아름다운 빛깔의 변화를 보여주며 피고 지는 식물들에게서 우리는 생명의 신비를 느낄 수 있다. 요즘 사람들인 '반려식물'이라고 부르며 식물과 소통하고 애정으로 돌보며 마음을 다해 의지하는 모습들이 자연을 대하는 앤의 모습과 닮아 있다고 느끼곤 했다.

-p.173~174


이 책은 박미나 작가님이 빨강 머리 앤의 총8편에 자주 언급되거나 인상깊었던 식물을 찾아 일러스트로 그리고 관련 문장들을 하나하나 찾아서 적었다고 한다.

일단 식물의 그림들이 실제와 같이, 아니 실제보다 더 아름답게 그려져 있는 것 같다. 식물에 그다지 관심이 없고 좋아하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이 일러스트들을 보고 나면 나도 이런 자연 속에서 어울리고 싶다라는 감정을 갖게 한다.

이 책을 보기 전에 『빨강 머리 앤』에 이렇게 많은 식물들에 대한 언급이 있었는지 미처 깨닫지 못했다. 단지 어린 소녀 앤의 성장에만 초점을 두고 소설을 봤었는데, 식물이라는 새로운 초점으로 소설을 바라보니 『빨강 머리 앤』은 내가 기억하는 소설이 아닌 또 다른 새로운 소설로 다가왔다.

내가 기억하는 앤은 즐겁고 때로는 허황된 상상을 즐기며 자신의 처지를 좀더 긍정정인 방향으로 생각하고 더 나아지고자 하는 캐릭터였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앤의 상황이나 대사를 보니, 앤은 자연을 좀더 깊이있게 이해하고 자연과 하나가 되어 숨쉬며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표현하기에 거리낌이 없었다. 그런 자연과 같이 호흡하며 앤은 성장을 할 수 밖에 없는 캐릭터였다.

젊은 데이비드 랜섬 부인은 캐러멜색 머리카락을 가진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수전은 데이브가 그녀와 결혼할 때 말했다. "농장에만 있기엔 너무 예쁜 사람이야." 어린 신부 모턴 맥두걸 부인은 잠에 겨운 하얀 양귀비 같았다.

《잉글사이드의 앤》 중에서

-p.38


다른 모든 식물들도 기억에 남지만 양귀비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여기서는 어린신부의 아름다운 모습을 묘사하는 꽃으로 표현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아이들이 거리낌없이 만나는 꽃이 붉은 양귀비poppy가 아닐까 싶다.

A poppy is to remember and a poppy is for peace.

캐나다에서 붉은 양귀비꽃poppy은 In Flanders Fields라는 시를 통해 전쟁기념일의 영웅들을 기념하는 자랑스러운 꽃이다. 아이들은 붉은 양귀비꽃 조화를 학교에서 만들고 자신의 나라를 자랑스러워한다.

분명 캐나다의 대자연은 경외로운 것이었다. 여전히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고 인간은 최소한의 손길만 행사한 날 것 그대로의 자연들이 대부분이다. 아니 인간의 손길이 닿은 과수원이나 밭, 공원 조차도 최소한의 개발을 하여 자연을 그대로 느끼게 하였다.

『빨강 머리 앤의 정원』에서는 캐나다에 펼쳐진 웅장한 자연속에 있는 세세하고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움을 찾아 느끼게 해준다. 그곳에 앤과 앤의 초록 지붕집이 있다. 그리고 마치 그곳이 나의 고향인 것처럼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이 책은 『빨강 머리 앤』의 원작도 다시 기억나게 하지만 자연에 대한 그리움과 기억도 불러 일으킨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내 기억 어디엔가 저장되어 있을 식물들의 모습을 떠올려보았다. 그리고 감히 그 자연속의 일부에 나를 그려 넣는 작업을 해 본다.

메마르고 각박한 도시생활을 하는 현대인들에게 재충전과 여유를 가지게 하는 책이 바로 이 『빨강 머리 앤의 정원』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빨강 머리 앤』이라는 소설을 새로운 시각에서 다시 읽게 해준 이 책에 감사한다.



*출판사 지금이책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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