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소 소설 대환장 웃음 시리즈 2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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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환장 웃음시리즈의 제2탄 독소 소설. 정말 독하게 웃기는 단편과 정말 독한 단편들 12편이 섞여있다. 물론 어김없이 가슴이 찡한 단편도 있다. 어쩌면 이렇게 기발한 소재들의 소설을 적을 수 있나 정말 감탄하면서 읽어 나갔다.

먼저 <유괴 천국>에서는 부와 명예 모든것을 다 가진 부유한 할아버지 후쿠토미 호사쿠가 죽기전에 꼭 이루고 싶은 소원이 바로 손자와 놀고 싶다는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후쿠토미의 딸 후쿠토미 마사코는 후쿠토미 재단의 후계자 수업을 위해 다섯살 밖에 되지 않은 아이에게 학원이다 가정교사다 해서 공부를 시키는 바람에 만날 틈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부유하고 돈이 넘쳐나는 후쿠토미 호사쿠는 친구인 다카라부네 만타로와 제니바코 다이키치와 함께 자신들의 재력을 이용해 후쿠토미 손자 유괴를 계획한다. 유괴 계획은 성공하지만 획일화된 교육과 주입식 교육에 찌든 아이는 혼자 스스로 노는 법 조차 모르는데…….

우리나라의 교육현실과도 비슷하여 쓴 웃음을 짓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에인절>에서는 지구의 남태평양에서 여지껏 본적없는 불가사의한 생물이 발견되었다. 그 새로운 생물은 과학자들에 의해 수많은 실험과 검사가 이루어졌고 인류에 무해하다고 판명났다. 그리고 과학자들에 의해 이름이 붙여졌다.

'에인절'. 이 무해한 천사를 닮은 생명체는 환경에 적응하며 점차 인류를 위협하게 되는데……. 그 생물이 지구인에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인간의 이기적 자연환경 파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이야기이다.

어느 사회에서든 상사에게 잘 보이고 싶고, 상사나 상사의 부인에게는 'No'라고 말할 수 없나 보다. <핸드메이드 사모님>에서는 모든 음식이나 물건을 직접 만들고 나눠주기 좋아하지만, 센스와 솜씨는 전혀 없는 상사 부인 도미오카 사다코로 인해 고통받는 부하직원 부인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들은 상사 부인이 주최하는 티파티라서 불참도 어렵고 맛없어도 맛있는 척 먹어야 됐다. 정말 사회생활은 힘들다.

정말 웃으면서 계속 보며 생각이 많아졌던 이야기가 바로 ​<매뉴얼 경찰>이다. 정말 별일 아닌 일로 다다노 이치로는 욱해서 아침에 아내를 죽였다. 꿈같은 기분으로 방황하고 다녔으나 현실이라는 것을 직시하고 자수하러 경찰서에 갔다. 그런데 경찰에서는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하기 위해 모든 업무와 과정을 매뉴얼화 시켰고 그 매뉴얼에서 절대 벗어나면 안되도록 규정을 만들었다.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점차 잘잘못을 따지는 송사도 늘어나고 어떤 일에 있어 책임을 지기 싫어하는 세태를 풍자적으로 그리고 있어서 상황은 정말 우스웠지만 마음 한 켠으로 정말 씁쓸했다.

<꼭두각시 신랑>에서는 마마보이의 최후를 그리고 있다. 주인공 시게아키는 어머니 요코의 간섭으로 자기 결정을 하지 못한 채 어릴 때부터 결혼하기 전까지 어머니의 말에만 따라 생활해 왔다. 친구를 선택하는 일은 물론이고 그 무엇에 대해서도 반발은 용납되지 않았다. 그런 그가 결혼식날 어머니가 가르쳐 주지 않은 게 있어서 곤욕을 치르는 이야기이다.

이것은 웃으며 그냥 넘길 수가 없는 이야기로 우리나라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요즘 우리나라도 캥커루맘이니 헬리콥터 맘이니 말들이 많다.

대학 학점 신청하는데 엄마들이 대신해주고 학점이 낮으면 엄마들이 교수에게 항의전화를 한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그리고 사회에 나가서는 회사를 쉬는데 엄마가 대신 전화해 준다거나 회식에 참석하는 문제로 엄마들이 상사들에게 전화를 한다고 한다. 여러가지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이다.

<보상>은 그냥 가슴 먹먹한 이야기이다. 후지이 미호는 피아노 레슨을 하고 있는 학생의 아버지인 하시모토로 부터 상사인 구리바야시의 딸이 레슨을 원한다는 소개를 받고 집을 방문한다. 그러나 정작 피아노를 배울 사람은 50세인 구리바야시였다. 그는 음악에 있어서는 전혀 문외한이었다. 첫날에 건반 하나만 계속 누르는 연습을 할 정도였으니까. 미호는 그가 금방 지치고 싫증낼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기우였다. 피아노를 향한 구리바야시의 집념과 열정은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왜? 무슨 이유일까?

내가 진정 원하는 것? 나의 존재 이유? 우리가 살면서 한번쯤은 돌이켜 생각해봐야 할 그런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 같다. 아직도 이 단편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며온다.

여기 적은 몇 편의 이야기 외에 다른 이야기들도 아주 기발하고 현 세태를 아프게 꼬집고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주제를 담은 글들이 많다. 그리고 역시나 다른 대환장 웃음 시리즈에 나오는 소설들처럼 그냥 풍자로 웃기기만 하는 소설이 아니라 가슴 먹먹하게 눈물짓고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도 나온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히가시노라는 이름만으로 기대하게 만들고 절대 그 이름을 배신하지 않는다. 한 마디로 너무 좋다. 이런 블랙 코미디… 개인적으로 완전 취향저격이다. 더군다나 정서가 비슷한 동양권이라 그런지 서양의 블랙 코미디 작품과는 다르게 와닿고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 그리고 가장 큰 장점은 읽는데 막힘이 없다는 사실이다.

어렵지 않지만 생각하게 만들고 재미있는 소설을 원한다면 꼭 이 소설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출판사 재인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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