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소 소설 대환장 웃음 시리즈 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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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가 작정하고 유머소설을 썼다?

게임 끝!!

언어유희를 사용하는 유머도 재미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한번 생각하게 하는 유머, 블랙유머를 좋아해서 그런지 「왜소 소설」은 딱 취향 저격의 소설이었다.

띠지에 출판계의 민낯을 까발린다고 해서 출판업계의 비리를 희화화시킨 소설인가 하고 예상하고 읽었다. 하지만 뜻밖의 유쾌한 소설을 만나게 되서 완독 후 기분이 시원하고 좋았다.

이 소설은 단편소설이라고는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규에이 출판사를 중심으로 관련인물들의 시점에서, 각 편마다 화자가 바뀌면서 소설이 전개된다.


"그렇습니다. 그 작품은 영상물 제작에 관한 사항이 이미 모두 결정됐습니다."

실은 아직 계약서를 쓰지 않았지만, 귀찮아질까 봐서 고사카이는 그렇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포기할 수밖에 없겠군요. 번거롭게 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p.75


자뻑에 빠진 신인작가에게 온 인생 최대의 기회가 아무런 악의없는 인물에 의해 무산될 때, 작가는 불쌍했지만 뒷통수 치는 반전 때문에 웃었다.


가라카사가 김이 샌 표정을 지으며 네, 하고 대답했다. 꼴좋다고 아타미는 생각했다. 오늘 가와하라 미나가 보인 태도로 가라사카가 자신에게는 승산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으리라.

아타미는 파티가 끝난 후 그녀를 어딘가로 데려갈 작정이었다. 둘만 있는 곳에서 자신의 마음을 밝히겠다고 결심한 터였다. 경우에 따라서는 프로포즈까지…….

-p.138


혼자 김칫국을 마시는 작가를 보면서 아련하면서 손가락이 오그라들면서 웃겼다.


그러고서 검은 그림자는 여류 작가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는 다름 아닌 시시도리 편집장이었다. 그는 옆구리에 분홍색 가방을 끼고 있었다. 가방 쟁탈전에서 승리한 모양이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시시도리가 재차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무조건 이 시시도리의 책임입니다."

-p.25


시시도리는 약간은 비굴하면서도 뻔뻔하게 작가들에게 대시하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지만, 그것은 생존하기 위해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모습일 것이다. 우습기도 하지만 읽으면서 출판업계의 노고에 대해 알 수 있었고, 하향곡선을 그리는 출판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피나는 노력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연재소설들은 아오야마 선생님이 뭐라고 하시든 역시 초고 수준이라고 생각되는데, 작가들은 초고를 출판사에 팔면서 수치스러워하지 않나요? 또한 출판사는 초고인 줄 알면서 문예지에 게재한 데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나요? 그렇지 않으면 어차피 연재소설 따위를 읽는 독자는 없다면서 작가도 출판사도 독자를 우습게 여기는 건가요?

-p. 208~209


아들은 아버지가 출판사에서 생산성없는 일을 한다고 비판하지만 실은 출판업계의 생리를 몰라서 하는 말이다.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유머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피식 웃다가 갑자기 순간 울컥하는 잔잔한 감동도 같이 있는 소설이다.


맞은편 장지문에 두 사람의 그림자가 비쳐 보였다. 오요소 부부인 듯 했다. 그 두 그림자가 불쑥 하나로 합쳐졌다. 두 사람이 포옹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p.292


아직까지도 소설의 이 부분이 떠오르면 그 장면이 그려져서 눈물이 맺힌다.

아!! 평범한 아버지 스와 미쓰오의 에피소드에서도 눈물이 났었구나. 그리고 믿어준 데 대한 결과가 좋아서 또 한번 울컥.


「왜소 소설」의 에피소드들이 전부 소중하게 다가와서 어느 이야기가 좋다 꼭 집어 말할 수가 없다. 출판사의 일이 '그냥 책만 인쇄해 내는 곳이 아니구나' 라는 것도 다시금 잘 알게 되었고, 좋은 책을 펴내기 위한 출판사 직원들의 노력을 일부나마 볼 수 있어서, 그런 노력으로 만들어진 책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유머와 감동을 동시에 경험하고, 오래 간직하고, 꺼내보고 싶은 사람들은 반드시 이 소설책을 읽어야 할 것이다. 지금 완독 후 어느정도 시간이 흘렀지만 커피 한잔 마시다가,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다가, 신발 신다가 갑자기 불쑥불쑥 이 책의 에피소드들의 재미와 감동이 머릿속에 확 스쳐 지나간다. 이 서평을 읽는 여러분도 이 느낌을 공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판사 재인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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