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금 - 금을 삼키다
장다혜 지음 / 북레시피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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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때까지 금덩이를 삼켜야 하는 고대 청나라의 형벌, 탄금. 배 속이 금덩이로 가득 차서 장이 파열되고, 다리가 부러져 일어설 수조차 없게 되며, 종국엔 기혈이 모두 막혀 사지가 썩어들어가는 걸 지켜봐야만 하는, 끔찍한 형벌. 하나 지체 높은 왕족들만 받는 고급 형벌이기도 했다.

-p.381

비록 어머니는 달랐지만 누구보다 사이좋은 남매 홍랑과 재이. 그런 홍랑이 실종되자 남산의 동백꽃이 보고 싶다고 했던 자기탓이라 여기며 자신을 스스로 벌주며 홍랑의 무사귀환을 하늘에 간절히 바라는 재이.

홍랑 대신 상단을 물려줄 아이로 입양된 무진. 그러나 홍랑의 빈자리를 표시하는 말뚝처지 밖에 되지 않은 비운의 인물.

어린시절의 기억을 깡그리 잊어 버리고 귀환한 민상단 외아들 홍랑. 그러나 그는 감히 어느 누구도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고통을 짊어지고 있다. 감히 말할 수도 없고 말해서도 안되는.

모든 불행의 시초는 재물을 탐하는 인간으로부터 발생하는 법.

돈왕 심열국, 민씨 부인.

어디까지 인간이 추악하게 타락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인물들이다.

모든것을 돈과 연결시키고 값을 매기고 돈을 위해서 사람 목숨은 발에 차이는 돌멩이보다도 우습게 여기는 인물들이다.

홍랑이 그나마 마음을 주었던 송월. 홍랑은 그녀가 자신에게 보였던 정성이 자신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고 그녀에게 모든것을 다 바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도 본인의 목적을 위해 홍랑을 이용만 한 것이었다. 철저히 사람들에게 외면당하는 홍랑.

그런 홍랑이 일생에서 바란 단 하나. 재이.

단 한 순간도 빛난 적 없는 생이었기에, 반짝이는 그녀를 처음 본 순간 홀린 듯 손을 뻗었다. 분명 본능은 경고를 했다. 죽을 힘을 다해 밀어내라고. 심열국의 핏줄이어서가 아니었다. 갈망이 걷잡을 수 없이 깊어져 채우려 들수록 망가질 것이란 직감 때문이었다.

-p.300

그러나 가져서는 안된다. 홍랑 자신이 온몸으로 짊어진 슬픔과 고통을 자신보다 더 가련한 여인에게 나눠줄 수 없다.

"다음 생엔 절대 만나지 말자. 다신 내 눈에 띄지 마. 열심히 숨어. 최선을 다해서 도망가. 다시 만나면 그땐 널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p.394

다음 생에 만나면 재이를 목숨바쳐 사랑하리라는 말을 이렇게 밖에 전하지 못하는 홍랑.

이 소설은 등장인물의 내면이 가슴절절하게 잘 묘사되고 서술되어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게 만든다. 소설을 다 읽고 난 지금에도 홍랑의 내면서술을 떠올리면 눈시울이 붉어진다. 누구 하나 허투루 버릴수 있는 인물이 없는 소설이다. 이야기 전개 또한 뒷통수 치는 반전으로 숨이 턱 막히게 한다. 어느 것 하나 구멍이 없는 이 소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 행운이 아닐까 싶다. 읽기를 주저하는 사람에게 꼭 읽어보고 후회없으라 말해주고 싶은 소설이다.




*출판사 북레시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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