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 오브 걸스 - 강렬하고 관능적인, 결국엔 거대한 사랑 이야기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아리(임현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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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여자로써 관습에 얽매여서 순결과 복종만을 강요받던 미국 중산층에서 태어난 소녀 비비안이 시행착오와 성찰로 한층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해 나가는 스토리가 아주 매력적인 소설이다. 작가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이 소설에서 사회적 편견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당당하게 섹스라이프를 즐기는 비비안과 주변 인물들의 동성애, 페미니즘, 싱글맘에 대해 사랑스럽고 거부감없이 그려내고 있다. 거기에 잠깐 나오지만 네이슨의 귀여운 비폭력주의까지.


네이슨에 대한 부분은 아주 적게 나오지만 읽으면서 내 입꼬리가 내려오지 않고 계속 미소짓게 만들었다. 네이슨은 작고 잘 아프고 겁이 아주 많은 아이였지만 너무나 사랑스럽게 그려진다. 꼬마 네이슨은 공원 산책 중 막대기로 바닥에 그림을 그리다가 갑자기 조금 멀리 떨어져 있던 비둘기가 두려워졌다. 잘 그리던 그림을 멈추고 공포가 네이슨의 눈을 잠식한다. 겁을 먹은 네이슨은 새파랗게 질려 그 두려운 비둘기로부터 달아나려 애쓰고, 주위는 신경도 쓰지않고 바닥만 열심히 쪼고 있는 무해한 비둘기로부터 자신을 구원해줄 사람을 찾는다. 그걸 무심히 지켜보고 있는 비비안과 마조리. 너무 사랑스럽고 코믹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소설은 안젤라가 그녀의 아버지와 비비안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서 시작되는데 그 사이가 정확히 어떤 사이인지 안젤라의 아버지는 누구인지에 대한 힌트가 전혀 없다. 그저 막연히 비비안과 열렬히 사랑했던 사이라는 추측으로 소설을 읽어 나갔다. 소설이 거의 끝날 무렵까지도 나오지 않던 안젤라 아버지의 정체가 드러난 순간 정말 허무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 뒷통수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비비안과 안젤라의 아버지는 과거 찰나의 만남에서 서로에게 본의 아니게 끼친 실수에서 서로의 마음속에 치유할 수 없는 생채기를 남기고 서로가 서로를 오해하고 고통받으며 살아왔다. 수십년 후 우연히 재회하기 전까지. 서로가 피해자이면서 의도치 않은 가해자였다.


"물론 반드시 어른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야. 너무 힘들면 언제든 물러서도 돼. 그럼 영영 아이로 남겠지. 하지만 어른으로 온전히 인정받고 싶다면, 그 방법뿐이란다. 고통이 수반되는 방법이지."


비비안이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해 나가는 데 페그 고모와 올리브가 결정적 역할을 한다. 실수를 하더라도 누구나 실수를 한다며 다독이고, 실수를 저질렀을때 맞서서 싸워 해결하느냐 그냥 숨어버리느냐가 진정한 어른임을 결정하는 거라며 충고한다.


이 소설은 사랑과 섹스라는 관점보다 인간의 성장에 초점을 둬야 된다고 생각한다. 어른으로 성장하느냐 멈추느냐.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과연 나는 진정한 어른인가?






*출판사 알에이치코리아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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