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와 거지의 중국식 은유로 읽혔다. 물론 두명의 주인공은 동등한 사회적 위치를 가졌으니 왕자와 거지와는 다르다. 하지만 그러므로 더더욱 중국식 은유로 읽히는 것이다.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비극을 보면서 엉뚱하게도 ‘어스시의 마법사‘가 생각났다. 열세 걸음의 두 남자도 ‘진명‘을 잃어버린 사람들인 것이다.
오쿠다 히데오가 표현하는 일본의 ‘시골‘은 우리네 그것과 비슷하지만 현대사의 비극들을 겪지 않은 평행세계처럼 보인다. 동족 상잔의 비극도, 독재의 패악도, 식민지의 아픔도 겪지 않은 평행세계 말이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소설을 읽으며 세삼 현대사의 비극을 되세기게 되었다. 그리고 엉뚱한 질투심을 느꼈다.
구 황군시절 일본 육군의 모순점이 일본인 저자의 글로 속속들이 알 수 있었다. 저런 군대로 잘도 전쟁을 벌여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국가에서 문민통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할 수 있었다. 세삼 제복 군인들의 최종 커리어가 국방부 장관인 우리 나라의 현실이 우려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