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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산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을 읽으려면 저자부터 잘 알아야 한다. 바로 히라노 게이치로이기 때문이다. 히라노 게이치로는 교토대학의 법학부에 재학 중일 때 소설 <일식>으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그의 책은 이 책 이전에 몇 권을 읽었었는데 날카롭고 섬세한 문제가 더 큰 재미를 주었다. 사람들의 심리나 상황과 상황을 연결하는 다양한 관계속에서 오는 차가움을 잘 발견하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대학에 재학할 때 이미 권위있는 상을 받은 걸 보면 그 실력을 알 수 있는 작가다.
이번 작품은 늘 긴 호흡으로 글을 써 온 작가의 단편 모임집이다. 5개의 이야기가 있고 모든 이야기들이 나름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색다른 재미를 주었다. 두 번째로 실린 단편 <이부키>는 재미있었다. 만약 ~했더라면 하는 화두가 계속 떠오르는 이야기 전개였는데 어떻게 이야기가 연결되어 있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이야기가 영화적인 재미를 주었다.
<손재주가 좋아> 이야기는 뭔가 흐뭇해지는 이야기였다. 칭찬은 코끼리도 춤추게 한다는 말도 떠오르는 이야기였다. 누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듣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상황이 교훈을 주는 이야기였다. 저자는 늘 세상을 주의깊게 바라보고 작은 상황, 소소한 일들도 지나치지 않고 단편의 소재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단편집의 제목과 같은 <후지산>은 기차 여행을 하다가 일어난 일 때문에 헤어지게 된 연인을 다룬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운명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다.
저자는 다양한 관계와 뜻밖의 상황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사람들과 연결지어 잘 표현하고 있다. 원래 난 단편집은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이 책은 예상할 수 없는 전개에 많은 기대와 재미를 주었다. 섬세하지만 툭툭 던지는 문장들도 은근히 날카롭다. 머릿속에 풍성한 이야기 소재를 가지고 있는 히라노 게이치로의 앞으로의 이야기들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