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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하는 방법을 가르쳐줘
이치조 미사키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4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작가 이치조 미사키의 책을 읽다보면 저절로 학창시절이 떠오른다. 교복을 단정하게 입고 친구들과 함께 우루루 깔깔 거리던 그 때. 그런데 이치조 미사키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왜그다지도 슬프고 혼자이고 왕따이고 마음의 짐을 지고 있는 건지. 이 소설에서도 왕따 피해를 입었던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말은 ‘이 세계’였던 것 같다. 작가의 작품 중 가장 많은 인기를 얻은 책은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인데 그 이후로 시리즈처럼 책 <오늘 밤 세계에서 이 눈물이 사라진다 해도>, <오늘 밤 거짓말의 세계에서 잊을 수 없는 사랑을> 등 다양한 이 세계들이 등장한다. 작가가 생각하는 세계에서의 주인공들은 뭔가 신비롭기도 하고 슬픔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소해 나가는 것 같기도 하고.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인 히구치 유와 같은 학교 친구 미나세 린의 시점을 오가면서 이야기가 이어진다. 히구치 유는 학교에 오랜만에 나갔다가 전학을 왔다는 아리마와 친구가 된다. 아리마는 성격도 좋고 히구치를 잘 이해해 주는 것 같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던 히구치에게 좋은 대화 상대가 되어 준다. 학교에 이런 친구들이 있으면 왕따같은 건 아예 없을텐데...
그렇게 아리마와 좋은 사이를 유지하고 지내던 중 한참동안 학교에 나오지 않고 있던 친구 미나세 린이 나오게 된다. 그런데 아리마도 미나세도 뭔가 이상하긴하다. 왜냐면 둘 중 한 명은 히구치가 만들어 낸 상상친구이기에 상황과 분위기가 뭔가 맞지 않는 일이 계속 된다.
사실 작가의 전작보다는 그렇게 슬프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별은 늘 슬픔을 가져오긴 한다. 히구치가 가슴 절절하게 보고 싶은 그 친구는 늘 히구치를 응원해오고 사랑해왔지만 이제는 영원히 히구치 곁을 떠나게 된다. 작가는 주인공들 사이 느껴지는 미묘한 감정의 변화나 슬픔, 기쁨, 작은 떨림이나 설레임까지도 긴장감있게 만들어내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뒷 이야기가 예상이 되는데도 작가 특유의 감정을 휘두르는 단어 선택과 문장 구성은 마지막까지 재미를 주었다.
작가는 늘 마지막에 이야기의 반전을 준비한다. 이번에도 물론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데 사실 난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주인공 히구치에 대한 연민도 생기고 아리마의 성격이나 행동은 너무 매력적이었다. 작가 이치조 마사키 특유의 스토리 구성 스타일이나 주인공들의 대사, 문장구성, 말랑하면서도 슬픔이 가득 담긴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번 소설에서도 작가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