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말씀만 하소서 - 출간 20주년 특별 개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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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박완서 작가를 생각하면 구석에 있는 시골 작은 집 굴뚝이 떠오른다. 굴뚝에는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그 작은 집 부엌에서 훅 하고 나오는 작가가 떠오른다. 소박한 웃음 뒤에 번뜩이는 필력을 가지고 있는 박완서 작가의 작품들을 읽어보면 늘 웃음도 나왔다가 감동도 느껴졌다가 한다. 작가의 대부분의 작품을 읽어보았는데 소박한 웃음이 어울리는 작가느낌치고는 늘 강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책이 많다. 이 책은 20년 전 출간된 책의 개정판이다.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읽어보아도 이질감이 느껴지는 단어 하나도 없다.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몇 년이 지나도 계속 사랑받는 작가라니.

 

사실 이 책은 작가가 이야기한대로 작가가 극한 상황에서 통곡 대신 쓴 책이다. 아들의 갑작스런 죽음이후 토해낸 글이다. 그래서 더 가슴 절절하다. 일기처럼 날짜가 써 있고 아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추억하고 다시금 아들이 했던 말들을 곱씹어보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졌다. 상상할 수 없는 슬픔이지만 작가는 글로 토해내고 또 토해내면서 슬픔을 삭힌다.

 

속상해도 했다가 실망했다가 슬픔을 가득담았다가 다시 위로의 글을 쓰는 작가. 그리고 자신을 성찰하는 작가는 딛고 일어서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번 개정판에는 수필 <언덕방은 내 방>과 이해인 수녀와 주고 받은 편지, 딸인 호원숙 작가의 글이 추가되어 있어서 더 새로운 느낌을 준다.

 

박완서 작가의 소설들은 모두 읽어봤지만 이번 에세이는 이상하게도 더 소설같다. 이해인 수녀와의 이야기도 마음이 울컥해지는 대목이 많았다. 죽음에 대한 작가의 생각과 이야기 그리고 다시금 삶에 대한 희망과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작가의 용기가 보였다.

 

마음속 슬픔을 이겨내는 건 다양한 방법들이 있을 것이다. 작가는 글을 택했고 그 글을 통해 이겨내려고 노력했다. 20주년 개정판은 양장본으로 겨자색의 원판에 초콜릿색 띠가 아주 잘 어울리는 책이었다. 작가가 살아서 다시금 작품을 쓴다면 얼마나 희망 어린 작품들을 많이 썼을까?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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