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베개 - 노동효 로드 에세이
노동효 지음 / 나무발전소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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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는 처음에는 갸웃했는데 여행기라는 것을 알고는 이해가 되었다. 세계 여러나라에서의 잠자리... 그러니 베개도 이불도 천개가 넘을 수 있겠지~제목부터 재미있는 여행기다.

저자는 여행지에서 장기체류를 하고 다시 다른 여행지로 이동하는 방법으로 그 나라 그 도시를 확실하게 느껴보는 여행을 한다. 여행지도 누구나 알고 있는 누구나 쉽게 가는 장소가 아닌 오랜시간 현지인처럼 살아봐야 느낄 수 있는 여행지들이라서 더 재미있고 몰입이 되는 여행기였다.

 

이 책은 작가의 일곱 번째 여행서다. 대단하다. 한 권도 힘든 데 벌써 일곱 번째 여행서라니. 그것도 그냥 책이 아니라 여행을 한 후의 내용을 정리해서 쓰는 것이기에 책을 만드는 것이 더 힘들고 쉽지 않았을 것 같다. EBS 세계테마기행은 나도 정말 재미있게 보는 프로그램인데 거기 출연했던 저자의 여행기가 최초 유튜브 1천만 뷰를 기록했다고 한다. 대단하다.

 

여행기 내내 낯설고 무섭고 두려울 수 있는 장소들도 많이 갔는데 어떻게든 배짱과 그동안 여행하면서 만들어온 경험들로 더 풍성하고 재미있는 여행을 만들고 있었다. 사진만 보아도 우리들이 흔히 알고 있는 여행지가 아닌 현지인 수준 정도 되는 정보력과 친화력으로 좀 더 그 나라와 도시 깊숙이 들어가 여행하는 저자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사실 여행을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건 수많은 경험도 있어야 하지만, 여행을 인생처럼 진짜 좋아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P7

잠자리를 걱정하지 않는 여행자는 떠남을 두려워하지 않아요

 

P9

마크트웨인은 이렇게 말했더랬죠.

인간과 사물에 대한 광범위하고 건강하며 너그러운 견해는 일생 지구 한 구석에서 무기력하게 지내는 것으로는 얻을 수 없다.

 

P47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뭘까?

그건 어쩌면 도사나 마을에 저 많은 보행자 전용 거리를 만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중략)

그와 달리 보행자 전용 거리에선 시간이 쌓일수록 예쁜 골목이 자연스레 형성되곤 했다. 세계 곳곳에서 나는 그런 변화를 수없이 목격했다. 보행자 거리의 상인들은 저마다 타고난 미적 감각으로 자기 가게와 골목을 꾸미는 데 공을 들였고 그렇게 형성된 공목으로 관광객들이 찾아와 소소한 아름다움에 감탄할 때 뿌듯해하며 기뻐했다.

 

저자의 여행기는 내가 가보지 못한 세상에 대한 동경을 심어주기 충분했다. 물론 좀 무섭고 위험한 상황이 있기도 했지만, 새로운 세계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라는 점에서 안전함이 주지 않은 두근두근함을 함께 주었다. 이 여행기 속에서 방문한 나라들도 콜롬비아, 쿠바, 라오스, 볼리비아, 브라질, 칠레, 타이, 페루 등 많은 사람이 가보고 싶어하지만, 가기 쉽고 화려한 여행지보다는 선뜻 가기 어려운 나라를 택해 더 좋았다. 저자의 여행기에서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경험을 대리만족할 수 있으니 더 즐거운 독서가 되었다. 사진도 아름다우면서 소박해서 늘 알고 있고 빛나는 여행지가 아니라 또 좋았다.

 

저자의 해박한 지식에도 놀랐다. 영화와 책, 작가와 배우등에 대한 지식이 정말 많아서 멋진 여행지에 갈 때마다 영화 속 장면에 맞춰 묘사하는 내용이 눈으로 그려져 더 실감 나게 읽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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