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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라이터의 일 - 11년간의 모든 기록이 담긴 29CM 카피라이터 직업 에세이
오하림 지음 / 흐름출판 / 2024년 10월
평점 :
평상시 카피라이터를 생각하면 고민이 많고 생각도 많이 해야 되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길고 장황할 수 있는 소개해야 하는 상품 혹은 브랜드, 이미지 등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야되니 얼마나 힘든 일이겠는가...예전부터 카피라이터 일은 정말 고단한 일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니 11년 9개월차에 접어드는 저자는 카피라이터 일을 그래도 즐기면서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p21
온 세상이 남의 약점을 잡느라 바쁘고 담점을 숨기기 바쁜데 장점만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니는 일을 한다는 것은 꽤 낭만적인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주 감동하고 자주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이 습관이 된 것 덤입니다.
그런 마음으로 오늘도 한 카피라이터는 단 하나의 사랑스러움을 찾으려 머리를 싸맵니다. 이 브랜드, 이 제품만이 지닌 이야기를 큰 소리로 외치면 들어 줄 사람이 어딘가엔 꼭 있을 거라 믿으면서요.
내가 생각해 온 카피라이터의 일처럼 힘들고 고단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장점을 찾는 일이기에 낭만적이라고 생각하는 저자의 생각이 공감되었다. 일이 쉽다는 것이 아니라 힘든 중에도 좋은 점을 찾아보려고 하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저자는 담담하게 자신이 하는 카피라이터 일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하는지 자신이 한 분야에서 11년이 넘도록 해오면서 어떤 일을 해왔는지 담담하게 적고 있다. 과정된 내용도 없고 그렇다고 너무 담백하지만은 않은 업계의 여러 가지 경험과 일을 하면서 생각해왔던 것들을 적고 있어 인상깊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공감이 되었던 건 카피라이터의 주된 일이 쓰는 일이지만 동시에 지우는 일이라는 말이다.
p33
카피라이터가 무슨 일을 하나 물으면 당연히 첫 번째로 쓰는 일을 한다고 대답합니다. 하지만 두 번째로 가장 많이 하는 일은 지우는 일이기도 합니다. 말장난이 아니라 정말로요. 가장 중요한 정보만을 남겨서 그것 하나만이라도 사람들의 머리와 가슴 속에 남겨야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우는 행위는 카피를 완성하는 중요한 과정 중 하나입니다.
카피라이터의 일을 정확하게는 몰라도 너무 공감되는 글이다. 얼마나 많은 말을 생각내고 다시 얼마나 많은 말을 지워낼 것인가... 마지막 부분에는 저자와 같은 일을 하고 있는 다른 회사의 카피라이터들에게 자신의 직업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받았다. 같은 질문이라도 비슷한 듯 하지만 모두 다르게 답하는 카피라이터들의 번뜩이는 재치를 느껴볼 수 있는 답변이 많았다.
물론 저자는 카피라이터들이 하는 일을 자세하고 속속들이 적어두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조금이라도 카피라이터들이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 지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