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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오늘의 하루 - 2024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청소년 단편 수상작품집 ㅣ 북다 청소년 문학 2
조찬희 외 지음 / 북다 / 2024년 9월
평점 :
표지부터 뭔가 상큼하다. 이 소설 모음집은 2024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청소년 단편 수상작품집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소설이 예전에는 꿈과 희망만을 말하는 노랑색이 잔뜩 들어간 느낌이었다면 요즘의 청소년 소설은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 수상작품집에도 5편의 소설이 담겨 있다. 짧지만 강렬한 느낌을 주는 소설들이라서 재미있게 읽었다. 아버지처럼 귀가 들리지 않게 될 상황을 앞둔 주인공, 거짓으로 만들어 낸 첫사랑의 이야기 그런데 진짜로 만나게 된 첫사랑, 세상이 멸망했지만, 생일선물을 배송해야 하는 상황, 복싱과 연예인 사이의 청소년, 외계인 찾기 등 소재도 다양하기만 하다.
보통의 가족들도 있지만 생활이 어렵거나 세상이 멸망한 배경까지 보여서 다양한 상황을 만들어내는 작품들이 많았던 것 같다. 가장 마음에 들었고 몰입해 읽었던 작품은 첫 번째 이야기인 <무지개 너머, 덴마크>였다. 저자 조찬희는 단어와 단어를 묶어가면서 이야기를 이어가는 솜씨가 상당했다. 주인공도 아버지처럼 귀가 들리지 않게 된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절망도 하지만 다시 한번 살아갈 결심을 채워넣는다.
p18
바닷속 깊은 곳에 지어진 것처럼 고요한 집의 먹먹한 적막이 버거워 울음을 터뜨렸을 때 내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걸 때달았다. 그날 이후 나는 울지 않았다.
저자는 문장 하나하나를 절제하고 또 다듬으면서 마음상태와 상황을 설명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오랜시간 갈고 닦고 노력해가면서 이야기를 만들어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p25
음악이 나오지 않는 헤드폰에 관해 고백하던 날, 나는 집앞 공원에서 윤수에게 말했다. 윤수는 내 이야기를 묵묵히 듣고 나서 말했다.
“눈이 나쁘면 안경을 쓰는 거랑 뭐가 달라, 그때도 넌 너대로 살면 돼”
윤수는 나를 위로했지만 그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보청기를 한 내 모습이 얼마만큼 아빠와 닮아 보일지 내가 무서운 건 그거라고 차마 말하지 못했다.
“네가 보청기 하게 되면 내가 알바 두 달 뛰어서 거기에 다이아몬드 박아줄게. 어때?”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그날 이후 나는 더 이상 학교에서 헤드폰을 쓰지 않았다.
윤수라는 친구가 있어서 주인공 영현은 얼마나 의지가 되었을까? 형이 떠난 덴마크는 청각장애를 가진 영현의 아버지와 그리고 영현에게 유토피아가 될까? 영현은 결국 덴마크로 떠나게 될까? 사실 읽으면서 그 뒷이야기까지도 계속 궁금했다. 저자의 내용이 상당해 보여서 읽는 내내 즐겁게 읽었다. 문장을 그 자리에 꼬옥 맞게 만드는 건 생각보다 정말 어려운 일이다.
판타지 소설들도 섞여 있어서 장르가 다양성을 느껴가면서 읽어볼 수 있었다. 사실 이 모든 이야기들의 숨겨진 메시지는 공감과 마음의 대화라고 생각되었다. 나는 타인이 버겁지만 다시 또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이다.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공감해야 하는데... 귀가 들리지 않는다. 거기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며 나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거부하는 것에서 다시 공감하는 마음으로 변화해간다. 아무리 기계가 세상을 점점 지배해도 문학작품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감과 정서를 나누는 것을 다루게 되는 것 같다.
이 책 안의 다섯 작품들도 결국은 인간과 인간, 가족과 가족, 그리고 청소년들과 어른들의 공감을 이야기하는 내용들이었다. 청량감있는 내용을 재미나게 잘 읽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