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월
평점 :
이 책은 박완서 작가의 미출간 작품 1편을 포함해 46편의 에세이를 구성해 만든 책이다. 박완서 에세이는 벌써 몇 번을 읽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읽을 때마다 마치 처음 본 것처럼 새록새록 재미가 느껴진다. 작가는 가고 없지만, 작품들이 늘 이렇게 즐거운 독서 시간을 만들어주고 있으니 고맙기만 하다.
이 책은 사실 같은 출판사에서 2002년에 나온 책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를 재편집해 출간한 책이다. 박완서 작가의 책은 언제나 그렇듯 술술술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문체가 일품이다. 막힘없이 다정한 단어를 이어가는 문장들이 한눈에 들어오면서 스토리가 찰지게 이해가 된다. 생활 속에서 이렇게 저렇게 스며들었던 감정을 글로 이렇게 맛깔나게 표현하고 있다니... 박완서 작가의 문체와 글 구성 능력이 새삼 가슴에 쏙쏙 박힌다.
에세이 46편의 우열을 가리기는 어렵지만 ‘님은 가시고 김치만 남았네’를 제목으로 하는 미출간 원고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음식과 관련한 내용으로 <토지>의 작가 박경리가 만들어 항아리에 묻어 두었던 김장 김치를 박경리 작가 사후에 택배로 받아들고 쭉 찢어 먹고 외국 여행으로 느글거리던 속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박경기 작가를 그리워하는 박완서 작가의 마음을 깊이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김치 하나를 보더라도 허투루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다하고 글을 쓰는 소재로 생각하는 박완서 작가의 창작 열정에 감사하고 싶어졌다.
에세이 사이사이 박완서 작가의 사진이 들어있어 작가의 생전 모습을 보면서 에세이를 읽어볼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늘 수줍은 듯 밝은 웃음을 웃는 작가의 모습이 따뜻하게만 보인다. 이번에는 책의 제목도 너무 좋았다.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라니... 작가의 웃음과 딱 어울리는 말이 아닌가 싶다. 46편의 에세이 꼭꼭 씹어먹으면서 맛있게 잘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