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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캡슐 - 15년 만에 도착한 편지
오리하라 이치 지음, 김윤수 옮김 / 문학수첩 / 2023년 11월
평점 :
나에게 15년 만에 편지가 온다면 또, 그 편지로 인해서 나의 인생이, 혹은 주변의 환경이 달라진다면? 이 소설은 그런 상황에서 출발한다. 포스트 캡슐 기획은 선정된 편지 중에서 몇 통을 15년 만에 배달하는 기획이다. 편지를 받은 사람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어떻게 행동하는지 기록한다는 기획이었다.
그 편지의 내용과 상황은 다양하다. 러브레터로 청혼을 하는 내용도 있고 사람을 죽이고 자살할거라는 유서도 있고 퇴직을 하고 인사를 하는 내용도 있다. 협박편지도 있고 수상작으로 선정이 되었다는 내용도 있고 할머니의 sos도 있다. 사실 이런 기획은 우리나라에서도 있었던 기억이 난다. 응모한 사람들은 15년 후에 대부분 감동적인 상황을 맞거나 전달하려는 의도로 편지를 썼을 것이다. 그런데 원래는 바로 전달하려 했던 편지들이 실수로 15년 뒤에 배달되면서 대혼란이 일어나게 된다. 이런 설정은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일상적이지 않은 상황에 대처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어떻게 될지 변수가 생기는 다양한 상황이 독자들을 예상하지 못한 세계로 들어가게 했다.
편지의 내용은 일반적인 느낌이라도 내용 안으로 들어가 보면 구구절절한 사연이나 무서운 뒷 이야기를 감추고 있는 내용이 많았다. 특히 편지 중에서 ‘수상작 없음’ 편이 나는 재미있었다. 소설가를 꿈꾸다 자신의 생각대로 되지 않자 죽음을 택한 아들에게 15년만에 온 신인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는 편지... 그 편지를 받게 된 부모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 여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내용이 이런 식인데 모두 흥미로웠다. 작가가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힘이 느껴졌다. 이렇게 여러 편의 편지 내용이 모두 다르면서도 흥미진진하게 만들었을까? 그런데 더 놀라웠던 건 소설의 마지막에 이 모든 사건이 하나로 연결되면서 놀라운 결말로 이어진다는 것이었다.
작가 오리하라 이치는 <침묵의 교실>로 제48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하고 <도착의 론도>로 에도가와 란포상의 최종 후보작이 되었다고 한다. 저력이 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각각의 이야기마다 단단한 스토리 구성이 있었다. ‘도착~’ 시리즈를 만들어 이어가고 있고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재주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전이 있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큰 재미를 줄 것으로 보인다. 15년 만에 나와 연관된 사람 혹은 상황으로 편지를 받게 된다면 처음에는 당황하겠지만 그로 인해 바뀌었을 운명이나 상황이 생길 시 놀랍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할 것으로 생각된다. 작가는 그런 부분을 잘 엮어서 여러개의 이야기가 묶인 흥미로운 소설을 만들어냈다. 편지별로 챕터가 나눠져 있어서 술술 읽히는 편이라 재미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