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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리의 말 - 제163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다카야마 하네코 지음, 손지연 옮김 / 소명출판 / 2023년 2월
평점 :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가볍고 말랑말랑한 소설 내지는 재미있는 어린이용 책이지 않을까 하는
밑도끝도 없는 생각을 했었다. 왜그랬지?
이 책은 내 생각과는 달리 중간중간 생각하면서 읽어볼만한 내용이 많았다
그리고 행간에 어떤 의미를 작가가 감추어 놓았을까를 생각하면서 읽은 책이다
이 책을 더 재미있고 효과적으로 읽기위해서는
일본 오키나와라는 곳의 역사를 알아야한다
오키나와가 배경인 이 소설은 오키나와라는 곳이 역사적으로 얼마나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지 말하고 있다
오키나와는 원래는 독립국가인 류큐왕국이었다
그러다가 일본이 강제로 일본에 병합해버렸다
다시 일본으로부터 분리되어 27년간 미국령으로 있다가 1972년 일본으로 다시 속해지게 된다
그러니 얼마나 할 말 많은 곳이겠는가...
미나코의 일터는 2개다
오키나와 도서 자료관에서 미나코는 자료 인덱스 카드들을 정리하고 또 정리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일터는 썬라이즈 사이언스 헬스 시스템이다
미나코 혼자 일하고 전 세계 어느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퀴즈를 낸다
그리고 집으로 온다
언뜻 무슨 일을 하는건지 왜 이런 일을 하는건지 모르지만,
미나코가 도서 자료실에서 일하는 건 오키나와의 역사를 미나코가 살고 있는 지역인 슈리의 역사를
정리하고 보존하는 일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을 기억하고 역사를 살아있게 하는 일...
미나코는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며 살고 있는데 어느 태풍이 부는 날
말을 만나게 된다
사실 이 책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역사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SF로 넘어가는 느낌...
그리고 마지막 다시 은근한 감동으로 흐른다
미나코가 일했던 두 곳의 장소가 마지막에 연결되면서 미나코가 해야 했던 일에
정당성이 주어진다고 할까?
미나코가 그동안 묵묵히 해왔던 일들에 이유가 붙어지며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나서 오키나와에 대한 정확한 역사를 찾아 보았다
그들의 역사가 어떠했길래 이런 작품이 나왔을까 살펴보았다
조용하고 잔잔하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던 상황에서 결말로 가면서
희망적이고 다시 새로워지는 느낌으로 읽었다
미나코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
이 책은 제163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이 작가 다카야마 하나코는
제1회 소겐SF 단편상 가작 수상작가이며
제2회 하야시 후미코 문학상 수상작가다
신비롭기도 하지만 오키나와의 한적하고 뭔지 모르게 여유로운 풍경이 느껴져
나도 덩달아 차근차근 읽었다
미나코가 나타난 말 히코키의 등에 올라타 마을의 사진을 찍으면서 다니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신비로웠다
마나코가 이야기하는 퀴즈 조차도 신기했다
단어 몇개를 엮어내어 출제하는 퀴즈의 의미를 찾아가는 시간도 재미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느껴지는 감정이 이렇게 많다니 이 책은 신기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