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우린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다

우린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다
이동건 지음 / 델피노 / 2022년 8월

이 작가의 작품은 처음 만나게 되었다. 생각보다 젊은 것을 알고 읽기는 했는데 문장의 군데군데 푸릇푸릇한 신선함이 느껴졌다. 잘썼다 못썼다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서툰 듯 소재를 꿰고 구성하는 부분들이 기존 다른 작가들의 느낌을 생각 보면 비교적 풋풋하게 느껴진 느낌이 들었다는 것~

스릴러 장르인 이 이야기는 완벽한 살인을 하는 남자 종혁의 이야기다. 어릴 적부터 살인을 치밀하게 연습하고 또 연구한 종혁...결국 그냥 담임교사를 완벽한 살인의 연습상대로 삼는다. 그 이후 늘 가던 재즈바에서 싸구려 위스키를 겨우 사 먹을 정도로 연명해 살다가 양아치를 죽이게 된다. 살인을 안 하려고 해도 자꾸 살인을 하게 되는 종혁. 그의 재능을 일찍부터 알아본 대기업의 회장, 검사... 그들의 명령대로 이제는 청부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종혁의 이야기다.

완벽한 살인자가 주인공이지만 살인을 하는 장면이나 묘사는 나오지 않는다. 그 부분은 오히려 특이하기도 하고 잔인한 묘사가 없으니 더 담백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검사와 대기업회장의 살인지시에 대한 주인공의 생각과 갈등, 그리고 실제 행동들이 잘 나타나 있다. 완벽한 살인든 뭐든 살인은 살인인지라 주인공의 갈등이나 자신의 상황에 대한 묘사들이 나온다. 생각보다 수식어구가 많이 없어 담백하고 절제된 느낌의 문장들이었다. 살인의 현장이지만 피가튀고 살이 찢기는 그런 내용은 없다.

어떤 장면에서는 살인자 종혁의 생각에 공감이 되는 부분도 있을 정도로 살인을 좋아서 한다기보다는 상황과 시류에 휩쓸려 어쩌다보니 하게 된 느낌도 있었다. 종혁에게 살인을 지시한 사람들은 사회 지도층이나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원한다면 살인까지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청부살인자의 눈으로 본 비판이나 생각이 담겨 있다. 작가가 전하려고 한 메시지도 그것이지 않았을까?

이 소설은 출간 전부터 영상화 계약과 웹툰 계약을 체결했다고 하니 놀랍다. 사실 이동건 작가의 전작인 <죽음의 꽃>이 많은 주목과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소재의 제한을 두지 않는 작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볍고 간단한 소재들인 것 같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작가의 메시지는 묵직한 느낌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