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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망자의 고백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평점 :
저자 야쿠마루 가쿠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이라는 작품으로 만났었다. 그 책을 읽으면서도 다른 스릴러나 범죄를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들과는 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그냥 범인이 있고 범죄가 있고 그것을 해결하는 내용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주제를 정하고 있다. 마치 독자들에게 이런저런 상황인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느낌이다.
이 책은 명문대학에 다니고 있던 마가키 쇼타는 싸운 여자친구의 문자를 받고 운전대를 잡는다. 술을 많이 마신 후였고 비까지 많이 내리는 상황에서 80대의 할머니를 치고 만다. 차로 무언가를 친 것을 알았지만 내려서 살핀 것이 아니라 그대로 뺑소니를 치고 마는데...추적한 경찰에게 잡히고 4년이 넘는 실형을 받고 교도소 생활을 한다. 그리고 출소 후 자신의 집 옆으로 이사 온 피해자 할머니의 남편...하지만 그 남편은 치매증세를 보인다.
이 줄거리만 보아도 저자가 어떤 마음과 생각으로 이 소재를 엮었고 주제를 만들어 내었는지 알 수 있다. 인간이 지을 수 있는 죄와 그리고 인간에게 줄 수 있는 벌은 어느 정도까지인지 생각하게 한다. 특히 쇼타가 죄를 짓고 그 죄가 어떻게 밝혀지는가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가 아니라 쇼타가 교도소를 출감한 이후 진정한 이야기가 시작되는 느낌이다. 인간이 벌을 받는다는 건 어느 정도까지가 용서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일까? 쇼타가 감옥에서 5년이 거의 다 되는 시간을 꼬박 지내다가 나왔지만 그는 그 것만으로는 구원받지 못한다. 죄사함을 받기위한 쇼타의 행동은 어디까지 어떤 것까지 했었어야 하는가 말이다. 저자는 이 문제를 주인공의 치밀한 심리묘사를 통해 나타내고 있어 파고들어가 읽는 재미가 있다. 특히 쇼타의 마음 속 감정의 변화가 차근차근 이뤄져 읽는 재미를 준다.
저자의 전작부터 느껴왔던 이런 사회문제에 대한 탁월한 분석과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가 이어져 단숨에 읽을 정도로 가독성이 뛰어났다. 저자의 문체는 답답하지 않고 시원시원하면서도 내용의 전체를 아우르고 있었다. 한 사건에서 다른 사건으로 넘어가거나 등장인물들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도 실감나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뺑소니 사망 사건으로 끝나는 정도일 수 있었겠지만 작가는 이런 내용을 나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한 번 더 의미를 줄 수 있는 내용으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