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바람아 우리의 앞머리를

바람아 우리의 앞머리를
야요이 사요코 지음, 김소영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22년 7월

이 책은 처음 시작이 가벼운 느낌이었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이모와 조카가 등장하고...뭔가 가족사에 대한 이야기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읽어갈수록 탄탄한 문체와 짜임새 있는 구성이 놀라울 정도였다. 앞의 문장을 읽다 보면 뒷 문장이 궁금해지는 느낌의 글을 만나는 건 그다지 쉽지는 않은 일이다. 이 책은 그런 느낌이 드는 책이었는데 문장의 구절구절이 펜으로 꾹꾹 눌러 쓴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치밀한 스토리 구성을 보였다.

유키는 이모의 의뢰는 받고 죽은 이모부 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유키는 전문적으로 탐정일을 하거나 수사관이 아니다. 취업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 일을 맡아서 하게 된다. 처음에는 이모의 이야기를 듣고 시작하게 되지만 일을 알아보게 될수록 자신도 호기심이 생기고 진실을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죽음의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이 꽤나 흥미로웠다. 독자들도 유키와 똑같이 유키가 만나는 단서와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서 하나씩 퍼즐을 맞춰 가는 재미가 있었다. 작가는 너무 앞서가거나 느리게 가면서 독자를 힘들게 하지 않는다. 그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사건은 화재, 죽음으로 이어지면서 모아진 단서를 하나로 엮어가 하나의 줄거리로 엮어가게 되는데...매력적인 두 명의 친구가 등장한다. 바로 시후미와 리쓰다. 두 친구는 누가 보아도 뭔가 멋있는 분위기를 풍기는데...두 사람은 도서관에서 만나게 되면서 서로의 처지를 알게 된다. 그러면서 서로를 힘들게 만들고 있는 방해자들을 처리하기로 하는데...그 과정은 길고도 치밀하고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은 상황으로 만들며 이뤄진다.

그 과정을 다시 복기에 나가는 것이 바로 유키의 일...우리 독자들은 유키의 행보를 차근차근 따라가면서 단서를 주워 모으면 된다. 저자는 제30회 아유카와 데쓰야 상의 우수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소겐 판타지 신인상 제 1회와 5회에서 최종후보작까지 올랐다고 한다. 작가의 문체와 스토리 구성 능력을 보니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작가인 것 같다.

시후미와 리쓰가 학교 도서실에서 화재 비상벨이 울려도 동요하지 않고 도망도 가지 않고 두 사람만의 시간을 만들어 가는 장면은 아름답게 묘사했다

“메타세쿼이아 숲을 마주보며 다치하라는 노트를 옆구리에 끼고 고구레는 창틀에 손을 걸치고 있는데..... 그곳에만 영원이 강림해 있는 듯했어요. 뭐라고 표현해야 되지? 그 찰나에 제 가숨 속에서 와글와글 술렁거리던 느낌을. 계들 뒷모습이 신성해 보이기까지 했어요. 창문이 열려 있었는지 머리카락도 살랑살랑 나부꼈고 마치 세상의 멸망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같아서....마치....”

학교 도서관의 창문과 흔들리는 창문과 나부끼는 머리카락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일어난 사건을 충실하게 찾아가면서도 각각의 범죄를 저지를 인물들의 묘사와 각 인물들 간의 관계를 잘 나타내주어 읽은 재미를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