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20.10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20년 9월
평점 :
품절


어릴 때 가장 즐겨보던 잡지가 있었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잡지로 UFO같은 과학 현상, 학교 소식, 만화, 세계의 신기한 이야기등이 빼곡하게 실려 있었다. 그 잡지가 나오기 일주일 전부터 서점 겸 문방구로 주인아저씨가 귀찮아할 정도로 드나들었다. 노력덕분에 잡지를 가장 먼저 손에 받아들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뻤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처음 만난 <샘터>는 바로 어린 시절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던 그 어린이 잡지를 다시 만난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화려하지도 두껍지도 않은 책이지만 읽어갈수록 마음을 채우고 정신을 살찌우는 책이었다. 그 <샘터>가 올해로 창간 50년을 맞았다니 놀랍기만 하다. 오랜만에 받아든 2020년 10월호는 녹색바탕에 먹물 가득한 그림이 50년 세월의 묵직함을 안겨 주었다. 오랜 세월을 지나왔지만 종합잡지 그 모습 그대로 없는 분야, 안 다루는 이야기 소재가 없을 정도라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인물 인터뷰, 에세이, 특집, 역사, 문화 등 각 분야의 다양한 직업을 가진 글쓴이들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이질감 없이 쏙쏙 흡수되는 이야기들이 50년의 세월을 무색하게 했다. 특히 아홉 살 때 시력을 잃고도 미국 월가에서 활동하는 시각장애인 신순규 애널리스트의 ‘나에게서 나를 보호하는 일’ 에세이는 저자의 이력부터 감동이었다. 시각장애인의 안내견이 마스터의 명령에 따라 길을 안내하지만 위험의 순간에는 지적 불순종을 할 수 있도록 가르친다는 이야기에 덧붙여 다른 사람들의 충고나 조언을 따르는 것이 바로 ‘나에게서 나를 보호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너무 공감되는 이야기였다. 시각장애인으로서 자신의 상황을 사례로 들어 이야기하니 더 와 닿는 내용이 되었다. 또, 고전연구가 조윤제 저자의 ‘수레장인에게 배우는 고전 읽는 법’에는 무턱대고 고전 읽는 것에 대한 따끔한 충고의 내용이 담겼다. 사실 몇 해 전부터 고전 읽기 열풍이 불어 너도 나도 고전읽기 유행이 온 적이 있었다. 저자는 장자에 나온 이야기를 중심으로 고전을 읽는다면 삶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고전의 지혜가 혁신성과 창의력의 기반이 된다는 말도 빼놓지 않고 있는데 평소 고전 읽기를 게을리 해 온 나에게는 머릿속을 찌릿하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샘터>가 항상 내 곁에서 마음을 뜨겁게 만들어 주었던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바로 일반 독자들의 이야기가 담뿍 담겨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독자들의 펄떡펄떡 살아있는 사연들이 실려 있어 차근차근 읽다보면 내 이야기, 내 가족 이야기 같아서 빠져들곤 한다. 부모님 이야기에는 눈물도 맺히고 친구와의 추억에는 슬며시 웃음도 나온다. 특별히 이번 10월호를 보니 창간 50주년을 맞아 50년 사이 실렸었던 독자 투고 중에서 선정해 한 편씩 다시 볼 수 있는 코너가 있었다. 1984년 10월호에 실렸던 ‘인생 공부’라는 수필로 처음 아르바이트 하면서 힘들었던 점, 첫 월급을 타면 부모님 선물을 해드려야지 하는 기대감까지 오롯이 느껴 볼 수 있었다. 창간 50주년을 맞아 의미 있는 시도가 되는 코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온 가족이 모여서 십자말풀이까지 풀고 나니 알차게 잡지를 모두 읽은 느낌이 든다. 내 이웃의 이야기로 세상에 내가 몰랐던 신기한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코로나 19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늘 든든하고 따뜻한 친구로 남아 있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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