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되면 그녀는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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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니 사막이 가득한 표지는 글 속의 분위기와 굉장히 잘 어울린다. 조용하고 뭐라 설명하기 힘든 아름다움 같은 것들이 말이다. 책 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다분히 현대적인 사람들이다. 메마르고 건조한 그럼에도 살아가는 인물들은 이야기 속에 아름다운 사랑을 그리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괴리감이 없어서 더 익숙한 형태를 띄고 있었다. 


'사랑이 사라진 시대, 진실한 사랑을 찾아가는 지침 없는 여정'이라는 소개글처럼  이야기는 조금 미묘한 쪽으로 흘러간다. 연인이되 불타는 감정이 사라진 지 오래 된 사람들 속에서 갑자기 도착한 편지는 그 이야기의 출발점이었다. 9년전 첫사랑이었던 하루에게서 날아든 편지는 우유니 소금 호수의 장면을 떠올리는 동시에 사랑의 기억을 다시 불러 일으킨다. 과거로 돌아간 이야기 속에서는 줄곧 의문이 하나 떠올랐다. 사랑이란 대체 뭘까하는 것. 마치 복잡미묘한 사연들 속에 꼭꼭 숨겨진, 부정하기도 힘든 감정이 나열되어 있는 것 같았다. 


잔잔한 글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일단 잘 읽히긴 했다. 더운 날씨를 참아가며 훌훌 넘겨 읽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묘한 공감대를 불러 일으키는 글이었다. 건조한 일상에서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 스쳐지나갔음에도 분명 사랑이었으므로라고 말하는 듯한 이야기는 현실적인 사랑에 대하여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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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미술 이야기 4 - 중세 문명과 미술 : 지상에 천국을 훔쳐오다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4
양정무 지음 / 사회평론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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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술사를 공부해보고 싶은 욕심이 항상 있었다. 반쯤은 허영이고 반쯤은 호기심으로 늘 도전하지만 쉽지 않은 분야가 바로 미술사다. 여러 책들을 두루 읽어보며 두껍고 어려운 책들을 접하게 되면 겉으로만 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갈 때가 많았는데 '난처한' 시리즈는 그렇지 않았다. 우선 글이 딱딱하지 않았다. 설명을 줄줄 늘어놓게 되면 중간에 읽다가 생각이 다른 세계로 떠나버리는데 이 책은 정말 대화하듯이,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이야기를 잘 끌어가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지루함이 덜했다. 


어느 분야의 역사를 공부하더라도 전체적인 시대상을 떼어 놓고 볼 수 없는 만큼 이 책에서도 두루두루 배경지식을 알려준다. 그럼에도 많은 사진자료를 통해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어서 읽기 굉장히 좋았다. 4권에서는 주로 중세 미술, 고딕 미술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1000년이 넘어가면서부터 일어난 순례 붐부터 십자군 전쟁, 바이킹, 고딕양식으로 넘어가는 시대가 자연스럽게 설명이 되어 있어서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간단한 요약 페이지도 있어서 점검해 보기도 했고.. 그런 걸 보면 아이들도 읽기 좋게 쓰여진 것 같았다. 사실 나는 난처한 미술 이야기를 1권만 읽고 곧바로 4권으로 건너뛰었는데, 다 읽어보니 책이 시대별로 나누어져 있어 어느 권을 먼저 읽든 상관이 없을 것 같다.  차례대로 읽으면 머릿속에 미술사의 순서가 차곡차곡 쌓이겠지만 일단 흥미 위주로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책을 읽으며 모두 비슷해 보였던 성당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보고, 더 크고 화려하게 성경 이야기를 했던 사연도 들어보고 스테인드 글라스에 대한 뒷 이야기도 듣다보니 어느새 중세시대에 푹 빠져 있었다. 제법 두꺼운 책이었는데 소설을 읽는 느낌이라 생각보다 빠르게 읽었다. 읽으면서 몇 가지 호기심도 풀었고 눈여겨 보지 않았던 천장 무늬에까지 관심이 생겼다. 지상에 구현한 천상세계라는 고딕 성당의 사진들 덕분에 눈호강을 제대로 했던 건 덤이었다. 무엇보다 나는 빛과 울림통 효과를 계산한 건축을 통해 어떻게 더 내부를 웅장하게 보이게 만들었고 찬송가에 더 경건한 느낌을 더했는지 하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화려한 중세의 건축물에 대한 판타지가 있었는데 그것을 어느 정도 충족할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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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독서 - 완벽히 홀로 서는 시간
김진애 지음 / 다산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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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여자는 힘이 세다고 한다. 왜 그럴까? 저자의 말에 따르면 여자의 공감능력 때문이란다. 책속 이야기에 들어갔다 나올 줄 알기 때문에 더욱 더 공감을 할 수 있다라니. 묘하게 공감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단순히 살면서 좋았던 책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겠거니 했는데 책 제목이 '여자의 독서'였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어릴 때 딸부잣집의 셋째딸로 자라며 '여자라서'라는 집안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했던 저자는 책 속의 세계에 일찍부터 빠져들었다고 했다. 책 속에서 위로를 받고, 자존감을 찾고, 이상적인 여성상을 만나고.. 그래서인지 책을 선정한 기준은 정말로 '여자'를 위하여였다. 


책 속 내용에서는 자연스럽게 내면에 깔려있는 페미니즘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사실 조심스럽고 소극적인 성격인 나는 이렇게 급진적인 책을 들이대면 움츠러든다. 그래서 나에겐 굉장히 겉도는 것처럼 느껴졌다. 차라리 소설 속 캐릭터를 통해 은근한 이야기를 들려줬다면 나에게 좀 더 나은 방법이 되었을 것 같다. (소설만 주구장창 읽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 중간중간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깊이 있게 빠져들게 하고 탐색하지 않아서 뭔가 부족한 느낌도 많이 받았다. 다만 이런 시각으로 볼 수도 있구나하는 점은 알아갈 수 있었다. 사실 어떠한 책을 읽고 모든 사람이 한 가지 느낌만 똑같이 받는다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한만큼 나는 새로운 가치관을 접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걸 종종 즐기는데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나에게 새로운 화두를 던져준 계기가 되었다. 


내가 가장 흥미 있었던 부분은 여자의 수호신 파트였는데 과연 나는 어떤 여신의 이미지를 상상하고  닮아가고 싶은 걸까 생각하니 그것도 나름 재미있었다. 개인사가 굉장히 많이 섞여 있어서 차라리 에세이 쪽으로 출간방향을 잡았다면 이렇게 괴리감은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여전히 들지만, 조금 더 당당하게 살아갈 용기가 필요해서 어떤 책으로 도움을 받으면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면 한번 훑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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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사랑하고 있습니다.
펜타부 지음, 후카마치 나카 그림, 이재진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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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독특한 제목을 가지고 있는 이 책은 트위터에서 연재된 연애담을 책으로 구성한 책이라고 한다. 조그맣고 하얀 책은 깔끔한 외관처럼 내지도 깔끔한 일러스트가 함께 그려져 있었다. 어딘가 귀엽고 사랑스러운 일러스트에는 한 커플이 등장하는데, 학생부터 회사원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일상 속 사랑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담고 있어서 보기만 해도 달달해지기도 했고, 뭐라 표현하기 애매한 감정을 잘 표현해두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챕터는 사랑의 시작은 언제나 변덕스럽게, 혼자보다 둘이 좋아, 다들 분명 사랑을 좋아하는 거예요... 이렇게 셋이었는데 왜 신혼부부같아 보이는 두 사람의 모습이 더 사랑스러워보였는지 모르겠다. 학생의 풋풋함도 괜찮았지만 매일 지루한 일상을 보내며 서로 배려하고 사랑하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깊게 남았다. 일러스트도 귀엽고 몽글몽글한 느낌이라 가볍게 미소 지으면서 볼 수 있었던 책이었다. 짧은 문구들과 함께 일러스트가 있어서 빠르게 볼 수 있었는데 한편으로 금방 페이지가 넘어가니 아쉽기도 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에피소드는 여자에게 예쁘다고 해 주었을 때 여자가 부정하면 자기 취향이라고 말해준다는 것과, 남편의 생일날 아내가 케이크에 나이만큼의 촛불대신 영양드링크를 준비해놓고 하나하나마다 손편지를 써 놓았다는 것. 그런 걸 보면 별거 아닌 것 같으면서도 알콩달콩한 에피소드가 잘 표현되어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짧은 글이라 책을 읽기 점점 어려워지는 여름날에 일상 속 설렘을 되찾기 위해 기분전환으로 보기에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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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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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처럼 하루하루 이별의 과정을 걷는 소설이다. ‘롱 굿바이(Long goodbye)’라고도 부르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할아버지와 기억 속에 존재하는 손자, 과거의 모습으로만 옆에 있던 아들. 전체적으로 분위기는 건조한 편이다. 할머니와 손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는 같은 작가의 소설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와 또 다른 느낌이었다. 똑같이 손녀와 손자를 남기고 떠나는 입장이지만 전작에서는 세상 부러운 할머니의 모습을 보여줬었다면 이번 단편에서는 아릿한 감정이 더한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노아한테 뭐라고 하지? 내가 죽기도 전에 그 아이를 떠나야 한다는 걸 무슨 수로 설명하지? -31p

책의 분위기가 조용하고 잔잔해서 그런지 읽는동안 삶의 끝자락, 이별의 준비 과정을 보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긴 이별의 시간을 풀어놓은 듯하지만 분량은 짧은 편이다. 162p로 끝이 나니 빨리 읽는다면 후루룩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짧은 분량에 비해 이야기의 진행 속도는 느리다. 또 할아버지의 기억 속 세계와 과거의 모습, 현재의 모습이 번갈아 나와서 가독성이 떨어졌다. 두리뭉실한 느낌도 많이 들었고 그래서 그리 읽기 편한 소설은 아니었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시간은 모두 다르게 돌아간다. 할아버지는 과거 먼 길을 돌고 돌아 현재에 올 때마다 매번 두려워하고, 손자와 아들은 그런 할아버지의 손을 잡아준다. 그리고 마침내 서서히 받아들인다. 할아버지는 자신의 기억 속 세계가 점점 작아지고 과거의 기억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을. 언제나 기다리는 가족들에게 늘 같은 말과 질문을 하지만 매번 달라지는 현실에 사는 이들의 대답이 인상적이었다. 그 사이에 괴리감이 느껴져서 울컥하기도 했고.  


머릿속 기억의 세계에 있는 손자 노아노아. 이미 세상에 없는 사람이지만 머릿속 세계에선 대부분의 시간과 추억을 차지하고 있는 부인. 할아버지의 세계를 보다 보면 진정한 이별이 과연 있는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강렬한 과거의 잔상은 여전히 남아있고, 마지막까지 놓치고 싶지 않은 기억도 너무나 많다. 책을 읽으면서 오히려 이별할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이 부러웠다면 이상한 걸까. 적어도 갑작스럽게 닥친 이별이 아니었으니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만큼은 부러웠다. 누구나 한 번쯤 겪게 되는 이별에 관하여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라 더욱 여운이 남았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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