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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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처럼 하루하루 이별의 과정을 걷는 소설이다. ‘롱 굿바이(Long goodbye)’라고도 부르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할아버지와 기억 속에 존재하는 손자, 과거의 모습으로만 옆에 있던 아들. 전체적으로 분위기는 건조한 편이다. 할머니와 손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는 같은 작가의 소설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와 또 다른 느낌이었다. 똑같이 손녀와 손자를 남기고 떠나는 입장이지만 전작에서는 세상 부러운 할머니의 모습을 보여줬었다면 이번 단편에서는 아릿한 감정이 더한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노아한테 뭐라고 하지? 내가 죽기도 전에 그 아이를 떠나야 한다는 걸 무슨 수로 설명하지? -31p

책의 분위기가 조용하고 잔잔해서 그런지 읽는동안 삶의 끝자락, 이별의 준비 과정을 보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긴 이별의 시간을 풀어놓은 듯하지만 분량은 짧은 편이다. 162p로 끝이 나니 빨리 읽는다면 후루룩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짧은 분량에 비해 이야기의 진행 속도는 느리다. 또 할아버지의 기억 속 세계와 과거의 모습, 현재의 모습이 번갈아 나와서 가독성이 떨어졌다. 두리뭉실한 느낌도 많이 들었고 그래서 그리 읽기 편한 소설은 아니었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시간은 모두 다르게 돌아간다. 할아버지는 과거 먼 길을 돌고 돌아 현재에 올 때마다 매번 두려워하고, 손자와 아들은 그런 할아버지의 손을 잡아준다. 그리고 마침내 서서히 받아들인다. 할아버지는 자신의 기억 속 세계가 점점 작아지고 과거의 기억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을. 언제나 기다리는 가족들에게 늘 같은 말과 질문을 하지만 매번 달라지는 현실에 사는 이들의 대답이 인상적이었다. 그 사이에 괴리감이 느껴져서 울컥하기도 했고.  


머릿속 기억의 세계에 있는 손자 노아노아. 이미 세상에 없는 사람이지만 머릿속 세계에선 대부분의 시간과 추억을 차지하고 있는 부인. 할아버지의 세계를 보다 보면 진정한 이별이 과연 있는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강렬한 과거의 잔상은 여전히 남아있고, 마지막까지 놓치고 싶지 않은 기억도 너무나 많다. 책을 읽으면서 오히려 이별할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이 부러웠다면 이상한 걸까. 적어도 갑작스럽게 닥친 이별이 아니었으니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만큼은 부러웠다. 누구나 한 번쯤 겪게 되는 이별에 관하여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라 더욱 여운이 남았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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