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자연의 비밀 연대 - 위기의 시대,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움을 향한 새로운 시선
페터 볼레벤 지음, 강영옥 옮김, 남효창 감수 / 더숲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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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의 진정한 소통을 통해 세상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혀준다는 책 '인간과 자연의 비밀 연대'. 꽤 유명한 생태작가분인것 같았는데 나는 이번 기회에 처음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 책을 읽기 전까지 이것은 에세이인가 정보서인가, 책의 정체성에 대해 감을 잡지 못했는데 결론적으로 두 장르가 모두 섞여있는 책이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연구자료같은 느낌? 어쨌든 자연에 대해, 자연을 살아갔던 인간들에 대해 이렇게 깊은 고찰을 해 본적이 없어서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무것도 없이 자연에서 정착해 살아가게 되면서 발전되어간 인간의 신체는 이제 자연친화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나무가 가득한 숲보단 시멘트가 있는 건물이 편하고,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며 살기보다 차량소리를 들으며 사는게 자연스럽다. 물론 일부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연친화적인 삶을 더이상 살아가지 않는다.


하지만 요 몇 년 사이, 자연체험이나 치료요법으로 삼림욕이 부상하기 시작했다. 환경은 파괴되어 가지만 인간과 자연을 이어주는 띠는 아직 훼손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연에서 살아가는 법을 오래도록 잊은 탓에 자연을 느끼는 감각이 훼손되었다 여길지 몰라도 아직은 모든 감각이 손상되지 않았다고. 본격적인 내용에 들어가기 앞서 제일 먼저 말하고 있는 만큼, 책의 주제는 뚜렷하다. 오래전 인간이 어떻게 감각을 발휘해 살아왔으며, 자연속 생물을 포함한 식물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고 살아갈 수 있을까. 그런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라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하지만 천천히 읽다보면 흥미로운 지식들도 많았고 뜻밖의 이야기들을 많이 하고 있어서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자연과 깊이 연관을 맺고 살아왔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태어난 곳이 농어촌 지역이긴 하지만, 그렇다해도 자연친화적 삶을 살아오지 않아서 이런 시각과 생각이 있다는 게 별세계처럼 보였다. 티비속에서만 볼 수 있는 자연과 함께하는 삶, 심리적으로 치유받고 자연과 소통하는 삶. 외에도 생활 습관이 변해오며 함께 변했다는 인체에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았다. 특히 근거리만 보는 게 익숙해져 변형되었으나 어렸을 때 자연환경에서 자주 머무르면서 높은 곳이나 먼 곳에 시선을 두면 근시를 완화하거나 예방할 수 있다는 시각 이야기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안경없이는 뭘 제대로 보지 못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자연이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을 보고 있자니 정말 공존하며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나무는 3억 년 전부터, 현생인류는 30만 년 전부터 존재해온 반면, 

산림 경영을 통해 숲을 통제해온 역사는 이제 겨우 300년이다. 

숲은 대부분의 시간을 인간 심판관 없이 잘 견뎌왔다. 

나무들은 서로 다툴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중략)

코치아는 자연은 전쟁을 치러야 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와 연대를 맺어야 할 대상이라고 말한다. - 16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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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파도 속으로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황세연 지음 / 들녘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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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75년 전에 침몰한 일본군 731부대 병원선 '초잔마루'. 침몰한 병원선에 얽힌 오싹한 비밀이라고 해서 기대감이 높았던 소설이다. 비록 초잔마루에 대한 이야기는 처음 들었어도, 바닷 속 깊이 가라앉은 보물선에 대한 낭만적인 상상 혹은 미스터리한 비밀에 대한 기대감은 있었다. 어마어마한 금괴와 함께 가라앉아있는 배 초잔마루. 하지만 아무도 초잔마루의 위치를 알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이 초잔마루를 찾아헤매도 발견하지 못해 단순히 괴담으로만 치부되던 이야기였으나, 어느 날 한 시골의 어부들에게 초잔마루가 발견되며 금괴와 일확천금에 관한 꿈이 커지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온 재산과 시간을 바쳐 헤맨 보물선, 또 누군가에겐 막막한 현실에서 끄집어내 줄 기회인 보물선. 하지만 보물선 731부대 병원선, 초잔마루에서 발견된 건 금괴 뿐만이 아니었다.


오랜만에 잡아보는 굉장히 두툼한 책이었다. 사실 처음 잡았을 때만 해도 이걸 대체 언제 다 읽지 했는데 하루만에 다 읽어버렸다. 그만큼 몰입감도 좋았고 점점 미스터리한 분위기로 흘러가는 이야기가 손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일반 미스터리가 아니라 괴기한 현상을 다루고 있어서 사람에 따라 좀 징그럽게 느껴질 여지도 있지만 이야기 자체는 흥미진진했다. 초전마루함을 발견하고 금괴를 위해 탐사한지 얼마 안되어 들이닥친 해적들과 배에서 건져올린 의문의 항아리. 하나의 배를 소재로 다양한 인물들과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들려주어 분량은 많았지만 다채롭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후기에 보면 원래 분량은 이것보다 훨씬 많았다고 하는데.. 많은 분량의 이야기를 잘라내어 오히려 속도감을 얻었다고 한다.


어쨌든 소설은 주인공의 시점을 위주로 진행되어, 등장인물들의 심리는 알 수가 없다. 오히려 그래서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살아났다. 고립된 것이나 다름없는 초잔마루 탐사대 '마린보이호'. 그 곳에서 사람들은 서로 의심하고 반목하며 갈등은 심화되기만 한다. 특히 해적이 나타나면서부터. 와중에 주인공인 순석은 마린보이호에 승선하기 전부터 인연이 있었던 윤정에게 관심을 갖고 그녀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을 품는 동시에 아버지 병수발 때문에 고생하는 여동생과 어머니를 위해 금괴를 찾는 등, 다른 인물들에 비해 욕망이 뚜렷하고 투명하게 나타났다. 이리저리 얽힌 심리 관계에서 주인공이 중심을 잡아주었던 덕분에 긴 분량에서 좀 덜 지치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상상력을 발휘해 쓴 해양미스터리물인만큼 미지의 바다생물에 대한 마무리를 어떻게 할까? 결말이 모두 배드엔딩은 아닐까 생각하며 읽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결말이 만족스러웠다. 일확천금의 꿈은 살짝 궤도를 달리했지만 순석의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해피엔딩이지 않을까. 미스터리 쪽이 강하거나 심리갈등이 강하다라는 느낌은 아니지만 사건중심에 괴생명체 미스터리물을 좋아한다면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진실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아. - 45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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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특별판) 특별한 서재 특별판 시리즈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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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시집을 연상하게 하는 판형의 소설책이었다. 원래 청소년 소설로 나온 것을 스토리를 강화, 특별판으로 출간한 책 '구미호 식당'.  구미호와 죽은자 그리고 49일간의 시간. 제목에서 연상되듯 판타지 요소가 들어있었던 소설이었다. 청소년 대상으로 나왔던 소설이라 그런지 쉽게쉽게 읽혔고, 하필이면 왜 식당의 이야기인지 궁금해서 한번에 쭉 읽을 수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을 맞은 아저씨와 도영. 서로 모르는 사이였고 공통점이라곤  당만동이라는 같은 동네에 살았다는 것 뿐. 두 사람은 망각의 강을 건너기 전 중간계에서 자칭 구미호라는 서호를 만난다. 서호는 두 사람에게 자신이 불사조가 되기 위해선 '천명의 뜨거운 피'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두 사람에게 거래를 제안한다. 49일간 이승에 다시 머물 기회를 줄 테니 식지 않은 뜨거운 피 한모금씩을 달라고. 도영은 이승에 미련이 없다며 썩 내켜하지 않았지만 아저씨는 49일간 더 살다올 수 있다며 도영에게 함께 돌아가자고 한다.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고, 나이와 성별은 그대로 가지고 가지만 얼굴은 다른 모습이 된다는 서호의 조건을 겨우 수락한 아저씨는 자신은 셰프라며 식당을 차려달라 말한다. 그리고 버스 정류장과 지하철역이 보이는 곳에 '구미호 식당'이 들어서게 된다.


얼핏 보면 이승엔 아무런 미련이 없던 아이 도영이와 이승에 미련이 철철 넘치는 아저씨의 이야기로 보인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도영이에게도 주변에 미련을 남긴 사람들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가정폭력에 가정에서 늘 외면당하는 도영이는 마음붙일 곳이 하나도 없었다고 말하지만 구미호 식당에 뜻하지 않게 알바생으로 도영이의 친형이 찾아오며 상황이 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꼭 찾아야 할 사람이 있다는 아저씨는 그 사람이 좋아했던 음식이라며 식당에 '크림말랑'이라는 메뉴를 만들고 그 사람을 찾기위해 알바생의 sns활용 능력을 이용해 이벤트를 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아저씨가 찾고자 하는 사람이 미식가인 은인일 수도, 한 번 더 보고싶은 사랑했던 사람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었다.


이승에서의 49일 시간을 얻어 식당을 개업하고 이승에서 못다한 한을 풀어가는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잔잔한 분위기다. 하지만 풀어나가는 이야기 속엔 어둑한 현실도 담고 있었다. 이 소설이 언제 처음으로 출간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주요등장인물인 아저씨는 요즘 시선으로 보면 데이트 폭력범이고.. 내내 사랑한다는 상대를 스토킹하려고 호시탐탐 노리며, 식당밖으로 나가면 고통스럽다는 패널티를 감수하고서라도 나가는 걸 보고 질려버렸다. 청소년 소설에 왜 하필 이런 등장인물의 비중을 이렇게 많이 수록했나 싶기도 했고. 오히려 도영이의 경우가 뻔한 결말이긴 해도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큰 비중이 있을 것 같이 등장했던 구미호 이야기는 흐지부지됐고 때문에 왜 구미호를 처음에만 등장시켰을까하는 의문 또한 여전히 남았다. 중간에 서호의 이야기도 함께 넣어줬다면 좀 더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고.


준비되지 않은 죽음에 기회를 준다는데 그것을 거절할 사람이 많기는 할까? 49일간의 시간이 정해져있지만 다시 한번 사랑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는데 거절할 수 있을까? 만약 내게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오히려 얼굴이 바뀌어서 더 괜찮은 기회가 될 것 같다. 떠나는 발걸음에 남겨진 사람들이 어떻게 지내는지는 보고 싶어질 것 같기도 하니까. 물론 한 군데에만 있을 수 있다는 장소의 제한은 없으면 좋겠지만.. 어쨌든 독특한 설정의 소설을 보면서 죽음 이후의 기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기회가 되었다.


모든 생명이 있는 것은 생명을 얻는 출발점에 섰을 때 죽음이라는 것도 함께 얻어. 

(중략)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원히 살 거라고 멍청한 생각들을 하지. 

그러느라 죽을 때 꼭 후회해, 후회해도 소용없는 순간에 말이야. - 22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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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타자기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황희 지음 / 들녘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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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설정과 매력적인 캐릭터를 구축한 작품이라는 '기린의 타자기'.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우수상 수상작이라고 해서 더 궁금해졌던 책이다. 이 소설은 중장편이라지만 그냥 장편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의 두께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책은 굉장히 잘 읽히는 편이다. 어려움없이 술술 읽히나, 내용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소설은 '엄마에겐 미안하지만 로그아웃'이라고 말하는 지하의 생각으로부터 시작한다. 청각장애를 가진데다 말도 제대로 할 수 없는 류지하. 지하는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목사에다 시의원인 아버지, 전직 국회의원이었던 할아버지, 심리학과 교수였던 할머니. 사회적으로 보면 성공한 사람들이 분명하지만 그 세사람은 지하의 어머니를 사람취급 하지 않으며 무수히 많은 폭행과 감금을 일삼는 악독한 사람들이었다. 장애를 가진 지하에게도 마찬가지로 행해진 폭력. 그나마  남동생인 지민은 무자비한 폭행과 감금을 피해갈 수 있었지만 지하는 지하실에 있는 와인창고에 감금당하기 일쑤였다. 결국 견디다못한 지하는 집을 나가버리고, 지하의 엄마인 서영은 집에 남는다. 돈을 무기로 휘두르는 시집의 눈치를 보는 서영의 친정식구들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실정. 그렇게 서영이 와인창고에 감금된 어느 날, 도우미 아줌마는 서영에게 몰래 책 한권을 건네준다.


서영에게 도착한 건 딸 지하의 책. 오래전 집을 나가 돌아온 건 딸보다 딸이 쓴 책이 먼저였다. ‘조용한세상'이라는 제목과, 남편이 던진 타자기에 얼굴이 짓이겨져 스스로 생을 마감한 나의 어머니에게'라는 헌사를 달고 서영의 앞에 나타난 책. 그 책은 딸이 쓴 책이라는 특별한 점 외에도 지나칠 수 없는 특징이 있었다. 바로 지하와 서영, 서영의 옛 친구 우탁까지. 모두 실명 그대로를 사용하고, 있었던 일이 비슷하게 재현되어 있었던 것이다.


'기린의 타자기' 소설은 순간이동자와 조용한세상. 두 가지의 이야기가 반복되어가며 진행된다. 소설 '조용한 세상'을 집필하고 순간이동 능력이 있으며 뉴욕에서 살고있는 지하의 이야기 순간이동자와 와인창고에 감금되어 있다가 딸의 소설을 보는 서영의 이야기 조용한세상. 이쯤되면 액자식 구성이구나 하는 건 알 수 있었다. 그런데도 처음엔 이게 뭐지 싶었다. 순간이동자 이야기를 보며 더 의구심이 일었다. 사진으로 본 장소는 어디든 이동할 수 있다는 능력을 이용해 은행을 털기도 하고 뷔페에서 슬쩍 음식들을 먹고 사라지기도 하며 또 사고현장에서 사람들을 구해내기도 한다. 지하는 자신의 능력 때문에 CCTV를 피해 생활하면서도 소설출간을 준비한다. 어마어마한 능력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별개라고 하더라도 갑자기 아무도 모르게 시간이 멈추는 게 이상했고, 지하의 옆에 있는 이든이란 남자도 어딘지 모르게 수상했다. 그럼에도 묘한 끌림이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던 것은 두 개의 이야기가 나중에 어떻게 교차될 것인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소설 속의 소설인 조용한 세계가 몰입력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을 닥친 현실에 급급해 딸의 성장과정을 지켜보지 못하고 소설을 통해 딸의 모습을 보게 된  서영. 그리고 뒤늦게 지하에게 버팀목이 되어주지 못한 자책감과 미안함. 반면에 자유로워 보이지만 상처가 많은 지하의 이야기. 의문점이 한 두개가 아니었는데 이상하게도 판타지적 설정이 있었는데도 현실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앞의 이야기들이 쌓여있던 '로그아웃' 파트가 끝나면 책의 1/3쯤을 남기고 본격적으로 해결의 열쇠같은 '로그인' 파트가 시작된다. 로그인 파트에서 분위기가 급변하는 건 아니지만 의문점이 해소됨과 동시에 이번에는 길을 잃지 않기를 하며 모녀를 응원하게 되었다. 뒷내용 자체가 스포일러라 자세히 말할 수는 없으나, 모르고 읽을 때 완성된 세계를 맞춰가는 느낌을 받을 수는 있을 것 같다. 액자식 구성의 특이한 구조를 지나야만, 끝까지 읽어야 소설과 현실이 비로소 완성된다는 뜻이다. 소설을 읽으며 재능이 남다른 사람 혹은 상상속의 동물이라는 '기린'같은 타자기처럼, 상상력처럼 지하의 소설도 점점 더 좋아졌으면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꿈꿔왔던 상상의 세계를 소재로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왠지모를 위로도 받았고 모녀를 응원하며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상상의 세계가 아무리 달콤해도 현실의 내가 없다면, 

상상 속의 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상상의 궁극적인 목표는 고통스런 현실을 극복할 힘을 주는 것이다.

현실도피가 되어서는 안 된다. - 24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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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구트 꿈 백화점 -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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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 그런 이름을 달고 처음 세상에 나왔던 책이다. 꿈을 사고 파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해서 어떻게 꿈을 사고 판다는 건지 궁금했었다. 잠들어야만 입장가능하다는 것도 신기하면서 호기심을 자극했고.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선 무슨 꿈을 사고 팔까? 악몽을 팔아버리고 길몽만 사지 않을까? 색다른 소재의 소설이라 읽기전부터 생각이 많았다. 소설은 따뜻한 동화같은 느낌이 난다. 어른을 위한 동화 그리고 잠을 줄여가며 살아가는 어른들의 쉼표. 딱 그런 느낌이었다. 책을 읽기 전에 뻔한 신파만 아니었음 좋겠다고 생각한게 미안해질 정도였다.


소설의 시작은 주인공인 '페니'가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 면접을 보러 가는 것부터 시작한다. 잠들어야만 입장할 수 있는 독특한 마을, 그곳에 들어온 잠든 손님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상점이자 누구나 들어가고 싶어하는 꿈의 직장 '달러구트 꿈 백화점'. 면접준비를 하던 페니는 친구인 녹틸루카(옷을 벗고 잠자는 사람들에게 옷을 입혀주는) 아쌈에게 달러구트가 직원들에게 선물했다는 동화 '시간의 신과 세 제자이야기'를 받는다. 그 이야기는 시간의 신이 세 제자에게 다스릴 시간을 정하라 했을 때,  세 번째 제자는 사람들이 미래와 과거를 떠올릴 때 중요하게 생각지 않은 잠을 자는 시간을 원했고 이후 꿈꾸는 시간을 관장하게 되었다는 유서깊은 역사서나 마찬가지였다. 어쨌든 덕분인지 페니는 달러구트의 면접에서 무사히 통과해  꿈 백화점에 출근하게 된다. 처음부터 꿈꾸는 직장에 들어간 페니가 부럽기도 하고,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지 궁금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상사 쉬운 일이 없는 법인지 페니는 출근 첫 주부터 가장 비싼 꿈 값을 도둑맞게 된다.



페니가 사고를 칠 시점부터 혹시 분위기가 바뀔까 했는데 그럴 걱정은 없다. 분위기는 시종일관 따뜻하고 심지어 함께 일하는 직원분들까지 대부분 상냥한(...) 편이다. 게다가 판타지를 워낙 좋아해서인지 정신없이 읽었다. 잠이 들 때만 갈 수 있다는 마을과 꿈 상점, 달러구트 이외에도 꿈을 파는 다른 상점들과 꿈을 만들어내는 꿈 제작자들, 잠든 손님들이 밀어닥치면 꿈을 준비해주는 직원들, 숙면을 위한 음식들과 헐벗고 잠든 사람들에게 옷을 입혀주는 녹틸루카들. 


그런 설정들을 보면서 제일 궁금했던건 철저히 후불이라는 꿈 값이었다. 꿈 값으로는 대체 뭘 받는 것이며, 그 값으로는 무엇을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꿈 값은 철저히 후불일 수 밖에 없었다. 그 값이라는 게 꿈을 꾸고 난 뒤 느끼는 감정이었으니까. 감정을 조금만 나누어주면 되며, 꿈을 통해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한다면 꿈 값을 받지 않는다. 설렘과 자신감, 분노, 혼란스러움, 자부심 등등.  사람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은 꿈 속 세상에서 병 속에 있는 액체의 형태로 사용된다. 가끔은 손님들에게 또 가끔은 어떤 감정이 필요할때 직접 자신에게. 그렇게 사용하는 감정들을 보며 마법의 물약이 생각나기도 했다. 할 수만 있다면 상시 자신감을 구비해두고 싶기도 했고. 물론 저 세계로 정말 가게 된다면 꿈 제작자일을 해보고 싶기도 했다.


소설은 꿈 속 세계와 현실세계의 손님들의 시점이 교차되기도 한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들러 구매하게 된 꿈이 어떻게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지, 또 어떤 꿈을 꾸게 되는지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마지막 챕터였던 '익명의 손님께서 당신에게 보낸 꿈' 이야기였다.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정말 이런 식으로 꿈을 제작하고 전달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습을 남기기 위해 전달하는 꿈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 전달받는 이에게 갈 수 있도록 만들기도 한다. 보고 싶은 사람이 꿈에라도 나타나지 않는 건 그런 이유가 있다고, 그렇게 생각해보고 싶어졌다. 그 밖에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 악몽을 팔던 에피소드도 기억에 남는다. 전체적으로 세상을 따뜻하게 볼 수 있는 마음을 충전하는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다.


잠이 든 시간이면 밀어닥치는 손님들은 꾸고 싶은 꿈을 찾으러 가게에 들르지만, 항상 꿈을 살 수 있는건 아니다. 꿈들은 매진되기도 하며 달러구트 임의로 꿈을 팔 수도 있다. 나는 가게의 모습을 보며 사회에 찌들어서인지 꿈을 사기 위해 폭력사태같은 게 발생하지는 않나 생각하긴 했지만.. 그런 일은 끝까지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소설은 페니의 성장기와도 같다. 괴짜같은 면도 있지만 꿈을 파는 일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 같았던 달러구트와 개성있는 다른 직원들, 더 개성이 넘치는 꿈 제작자들을 만나며 꿈과 그 필요성에 대해 서서히 깨달아가는 페니의 이야기. 동화같은 소설이였던 '달러구트 꿈 백화점'. 시리즈물로 나와도 재밌지 않을까? 에필로그에서 봤던 비고 마이어스의 이야기에도 여운이 남아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매력적인 세계관이라 1권으로 끝내기엔 아까워, 2편을 만나보고 싶어진다.



"항상 꿈의 가치는 손님에게 달려 있다고 하셨는데.. 

아하, 그렇군요. 손님이 직접 깨닫느냐 마느냐의 차이예요. 

직접 알려주는 것 보다 손님 스스로 깨닫는 것이 중요하죠. 

그런 꿈이 좋은 꿈이예요."


"그렇지. 과거의 어렵고 힘든 일 뒤에는, 

그걸 이겨냈던 자신의 모습도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 

우린 그걸 상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단다." - 15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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