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의 연인 외전
유오디아 지음 / 시간여행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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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판 외전속에 수록된 새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광해의 연인을 다시 손에 들었다.

연재때부터 읽어왔던 광해의 연인은 나에게 웹소설의 문을 열어준 작품이었다. 연재를 잘 읽지 못함에도 궁금증에 시작한 광해의 연인은 그럼에도 읽기를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게했다. 연재당시 앞부분을 잊어버릴만하면 몇번을 계속해 다시 읽으며 커다란 역사적 사건들을 이렇게 엮어낸 작가님의 상상력에 감탄했고 또 좋아했다. 무엇보다 시간여행자라는 소재를 매력적으로 그려내고 있었기에 판타지적인 요소를 사랑하는 나에겐 잘 맞았던 게 아닌가 싶다.

 

이번에 개정판으로 나오게 되며 외전만을 엮어 따로 떨어져 나온 이번 책은 부담없는 두께라 일단 책을 읽기 시작하면 책장이 휙휙 잘도 넘어간다.

앞장의 멋진 일러스트부터 6개의 알찬 외전까지 들어있기에 본편에서 아쉬움을 진하게 느꼈던 독자라면 환영할만한 글들이었다.

 

 

다양한 인물의 이야기들 속 개인적으로 가장 매력적인 외전은 또 다른 결말이자 혼과 경민의 행복한 모습을 그리고 있는 이현궁의 봄이 아닌가 싶다.

 

어쩌면 지금 내가 느끼는 이 행복이 계속 이어져 먼 미래의 답이 되는 것이 아닐까? -22p

 

역사적 한계점을 뛰어넘은 결말. 모두가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상황이기에 그야말로 제목처럼 따뜻한 봄같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왕이 된 혼은 대비가 된 경민과 함께하고 누구도 불행해진 사람이 없었다. 본편과 다른 미래와 행복한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 밖에도 웹소설을 통해 공개되었던 정원군과 신성군, 운지이야기 등등과 새로운 외전 가을꿈은 아쉬웠던 마음을 달래주는 듯 했다.

아마 마지막 이야기 가을꿈은 다음이야기를 위한 포석이 아닐까. 풀다 만 이야기같아서 아쉬운 한편 그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 경민의 부모님세대가 항상 궁금했는데 이렇게 힌트를 주시다니.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조금 더 있었으면 했지만.. 아마 언젠가는 새로운 이야기로 찾아오지 않을까싶다. 시간여행자라는 소재를 가지고 다른 이야기를 풀어간다면 그것도 재밌겠다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기에 작가님이 다른 이야기를 써주시기만 한다면 바로 달려가리라는 생각이다. 분명 광해의 연인만큼이나 매력적인 작품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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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아이 고 - 내 남편의 아내가 되어줄래요
콜린 오클리 지음, 이나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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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의 아내가 되어줄래요

 

27살의 젊은 여성 데이지. 암 치료 후 행복하고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던 어느 날, 데이지에게 남은시간은 6개월 뿐이라는 잔혹한 선고가 내려진다.

책의 초반부엔 누가 이 부부에게서 행복을 앗아갔는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두 사람의 행복한 모습이 간간히 비춰진다. 데이지와 잭은 보통의 부부와 다름없이 생활하고 서로 사랑하며 챙겨주고 챙김받으며 소소한 행복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초반 이런 분위기는 후의 반전된 분위기를 더욱 강조하기 위해서일까. 암치료기념일에 데이지가 재발한 암에대해 다시 말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다시 재발한 암. 손쓰지도 못하고 그저 죽음만을 기다려야 하는 그 상황을 데이지는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한 달 뒤 죽는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별로 망설임없이 대답했던 지난날과는 다르게 데이지는 상황을 부정하고 혼란스러워한다. 데이지는 젊고 충분히 미래를 꿈꿀수 있는 나이였다. 잭 역시 마찬가지다. 젊고 살아가야 할 날이 훨씬 많았다. 그래서 데이지는 생각한다. 내가 없으면 잭은 어떻게 될까?하고.

 

내가 죽으면 누가 그 양말을 치워줄까?

내가 죽으면 누가 잭의 어깻죽지 바로 아래를 긁어줄까?

내가 죽고 나면 누가 창문 틈을 막아주고, 바닥 업자를 부르고 바닥을 쓸고, 도시락을 싸고, 청바지를 찾아주고, 식기세척기를 돌리고, 장을 보러 가고, 침대 정리를 하고, 잭이 매번 식사로 망할 시리얼을 먹지 않도록 해줄까? - 136p

 

마침내 남은 시간동안 해야할 일을 찾은 데이지는 잭의 아내가 가져야 할 자질에 대해 늘어놓는다. 무려 24가지나 되는 조건은 그녀의 엉뚱함을 보여주면서도 잭을 진심으로 사랑하는구나라는 걸 알게해주었다. 하지만 데이지는 자신이 사라지고 없더라도 끝까지 잭의 아내로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과 그의 행복을 위해 새로운 아내를 찾는 것 사이에서 갈등한다. 마침내 잭의 새 아내 조건에 맞는 완벽한 여자가 나타나자 데이지는 더욱 혼란스러워한다. 분명 남편을 위한 일일텐데 잭의 입에서 그 여자의 이름이 나오는 것이 점점 힘들다. 데이지는 곧 죽을테고 남겨진 두 사람은 미래가 있고 살아갈 수 있으니까.

 

 

책의 내용은 다소 서글프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남은시간을 쓴다라고 하는 것부터 유쾌한 이야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제목에서부터 결과를 예측할 수 있기도 했고. 무엇보다 책 표지와 띠지의 이미지가 너무 강렬해서 더 서글펐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이 그렇게 비극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데이지가 너무나 사랑스러운 여자였기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 암울한 상황에서 신세한탄을 하기보다 남편의 새아내 찾기에 신경을 쓰고 남은 사람들이 이별준비를 할 수 있게 도와줄만큼 강인한 여자이기도 했고. 청승맞기보다는 엉뚱하고 유쾌한 구석까지 있는 데이지 덕분에 책은 걱정했던 것 보다 축축 쳐지지도 않고 담백하고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내용이 막바지로 향해갈 수록 데이지의 혼란스러움은 극에 달했다. 홀로 남겨질 잭을 위해 아내를 알아보며 갈등하면서 자신도 행복해지고 싶었다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울컥했다. 당사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여서일까 데이지의 혼란스러운 감정이 더욱 더 잘 전달되고 심정이 이해되었기에 더욱 더 공감하며 읽어갈 수 있었다. 다 읽고나니 죽어가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마지막에서야 데이지가 감정을 온전히 드러낸 부분, 잭과 마지막으로 대화하던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데이지의 마지막부탁은 말할것도 없고. 어쩐지 웃음이 나오는 부탁에 정말 데이지답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둘만 이해할 수 있는 장난을 하며 홀로남은 잭이 데이지와의 마지막 연결고리를 놓치않을 때 다시 울컥했다. 

 

글을 읽는 내내 몇 주전 병원에 다녀온 경험이 계속 되풀이되었다. 병이 찾아오면 그 병을 가진 당사자도 힘들지만 옆에 있는 사람도 힘든 점이 많은 것 같다. 시한부 인생이라면 어떨까. 사랑하는 사람이 내 곁을 떠난다는 생각만해도 언제나 마음아픈데. 어떤 상황이든 곁에서 사람이 떠난다는 건 슬픈일이다. 책에서 말하는 것 처럼 교통사고로 하루아침에 죽을 수도 있지만 데이지는 적어도 자신이 세상을 떠날 날을 가늠할 수 있었다. 만약 내가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된다면 떠날 준비를 해야겠다라고 한번쯤 생각해본 적이 있던 나는 그래서 더욱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슬픈 결말이 될 수 밖에 없지만 가끔 이런 글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삶과 죽음 상실과 사랑에 관하여.. 이런 내용은 살아가는 것에 대하여 한 번쯤 생각해보게 된다. 살아갈 수 있는 날이 6개월이라면 어떨까? 나도 데이지처럼 할 수 있을까? 죽기 전에 꼭 해야만 하는 일은 뭘까?하고. 어딘가 엉뚱하고 유쾌했던 27살의 데이지. 나도 그녀가 어디에 있든지 웃기를 바란다.

 

 

'애도란 이런 게 아닐까 싶다. 기분이 나아졌다 나빠졌다를 끝없이 반복하는 것. 그리고 언젠가는 우울한 때보다 즐거운 때가 좀 더 길어지기를 바란다.' - 41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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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황금방울새 - 전2권
도나 타트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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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황금방울새>는 어디에 있는가

완독률 98.5%라는 높은 수치에 관심이 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표지에 있는 작은 새가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고.

그래서 은행나무 출판사의 서평단에 선정되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무엇보다 소설을 다 읽고난 지금은 매력적인 소설을 읽게 되어 기쁜마음이다. 실존하는 그림 카렐 파브리티우스의 황금방울새. 사슬에 묶인 작은 새 그림에서 시작된 다양한 감정들과 이야기는 책을 통해 새로운 생명력을 얻은 듯 했다.

 

'황금방울새'의 주인공인 시어도어 데커는 미술관 테러사건으로 순식간에 엄마를 잃게된다. 무너져내린 미술관에서 빠져나오기 전 시오(=시어도어)는 빨간머리 소녀 피파와 함께 있던 노인을 만나게 되고 노인의 부탁으로 반지와 황금방울새 그림을 가지고 나온다. 그 순간부터 그림은 시오의 인생에서 중요한 일부분이 되었다. 시오는 친구 앤디 바버의 집, 라스베이거스 그리고 다시 뉴욕으로 옮겨다니면서도 황금방울새 그림을 자신의 곁에서 떼어놓지 않는다. 하지만 시오는 미술관에서 그림을 가지고 나온 순간부터 그림에서 위안을 얻는 한편 불안해한다. 

 

그림 속 사슬에 묶인 작은 황금방울새는 자신의 생각에 묶여있는 시오의 상황과도 같았다. 그림을 끝내 놔주지 못하고 엄마의 마지막 모습을 붙잡고 있는 것처럼. 두꺼운 1권 내내 시오는 엄마를 잃고 상처받은 마음과 사기,마약에 노출되며 방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스완슨 선생님은 센트럴파크웨스트에 커다란 아파트가 있고 코네티컷에 집이 한 채 있었기 때문에 의지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지지대가 부러져서 모든 것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전혀 몰랐다. -1권 226p

 

큰 일을 겪었다해도 시오는 어린 소년일 뿐이다. 어른들에게 휘둘리는 힘없는 소년이기에 부러진 단 하나의 지지대라는 묘사는 당시 소년의 심정이 어땠는지 짐작할 수 있게끔한다. 잔잔히 이어지는 사건과 묘사로 인해 평생을 잊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고 천천히 시오가 성장해나가는 과정과 모습은 공감을 얻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마침내 황금방울새 그림에 대한 진실이 드러났을 때도 시오가 느낀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두 권의 책은 합쳐서 10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라 보는순간부터 부담감을 느끼게 했다. 게다가 속내용 또한 엄청난 묘사와 세밀한 설정으로 인해 속도감 있게 읽히지 않았다. 언제 다 읽지라는 생각에 완독률 98.5%가 의심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는동안 엄마를 잃은 후 시오에게 의미를 갖는 것들 라스베이거스에서 만난 친구 보리스, 반지 때문에 알게 된 호비아저씨와 피파 그리고 황금방울새 그림에 대한 이야기는 어떻게 진행될까?라는 물음과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들로 인해 끝을 무사히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세심한 감정묘사로 인해 주인공인 시오에게 이입하면서 부터는 읽어가기 쉬워졌던 점도 있고. 아마 황금방울새 그림은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마음으로 조바심을 냈기에 초반에 책을 읽기 어려웠으리라. 

 

선한 행동이 항상 선을 낳는 건 아니고, 악한 행동이 항상 악에서 나오는 건 아니야, 안 그래? 현명하고 선한 사람도 모든 행동의 결말을 알 수는 없어. -2권 442p

 

2권의 마지막 쯤 가장 공감되었던 말이다. 작가가 말하고 싶은 건 이것이 아니었을까싶을 정도로 시오의 상황을 한마디로 정리하고 있는 듯 했던 문장. '세상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이상하며 선한 행동이 나쁜 결과를 불러올수도 나쁜 행동이 선한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두툼한 책을 읽는 동안 내가 보아온 시오의 상황은 평탄한 적이 없었다. 하나같이 불안정했으며 시오가 항상 바른 선택만 한 것도 나쁜 선택만 한 것도 아닌데도 이대로 가면 어떤 결과를 불러올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삶은 언제나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책속의 시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결말이 더욱 인상적이었고 후련하기까지 했다. 도대체 그림에 얽힌 이야기는 언제하게 될까 기다리는 게 1권의 내용이었다면 2권은 소설의 마지막 장을 위하여 쓰인것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작가는 세밀한 설정으로 때때로 숨막히도록 상황을 몰아갔지만 책을 끝까지 읽은 지금은 시오가 조금씩 천천히 성장하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본 것 같다는 기분이다.

 

작은 그림 하나에서 시작된 '황금방울새'는 예측할 수 없는 삶을 살아가는 것에대한 이야기를 전달해주기 위해 쓰여진 것이 아니었을까. 황금방울새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갔을 때 비로소 시오가 힘든길을 돌고돌아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 것처럼 작가는 독자에게 그래도 성장해가며 살아가라는 메세지를 남겨준 듯 하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항상 기쁘지만은 않다고 할지라도, 어쨌든 삶에 몰두하는 것, 눈과 마음을 열고서 세상을, 이 개똥밭을 똑바로 헤쳐나가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2권 48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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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 모리어티의 죽음 앤터니 호로비츠 셜록 홈즈
앤터니 호로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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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헨바흐 폭포에서 그런 사건이 벌어졌다는 이야기를 실제로 믿는 사람이 있을까?”

 

코난 도일 재단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출간한 '셜록홈즈:모리어티의 죽음'

오랜만에 꺼내든 셜록홈즈는 나를 설레게 했다. 제목부터 홈즈의 숙적이라 일컫어지는 모리어티의 죽음이라니 흥미롭지 않은가. 게다가 셜록홈즈의 또다른 이야기를 볼 수 있다니 비록 같은 작가의 전작은 읽지 못했지만 기대하며 책을 펼쳐들었다.

그렇게 잡은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 나는 앞 부분을 읽다가 주요 등장인물인 존스가 셜록홈즈 시리즈 네 사람의 서명에 나오는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고 잠시 외도를 하고 왔다. 등장인물이 누구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서..; 그래서 이왕 읽기 시작한김에 마지막 인사까지 다시 읽었다. 그랬더니 내용이 새록새록 기억이 나서 읽는데 훨씬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굳이 읽지 않아도 상관은 없지만 나는 조금씩 읽다보니 결국 끝까지 다 읽었다.)

 

폭포 사건으로부터 닷새 후 이 글의 화자이자 주인공인 프레더릭 체이스는 모리어티를 추적하다 애설니 존스 경감과 만나게 된다. 그렇게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한 둘은 모리어티로 추정되는 시체를 발견하고 미국에서 온갖 범죄의 배후였던 클래런스 데버루를 찾기위해 함께 수사를 시작한다. 커다란 범죄조직의 수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만큼 사건은 위험하며 잔혹하기 짝이없고 때때로 위기상황을 맞이한다. 하지만 이 새로운 콤비는 사건을 잘 풀어나간다. 마치 셜록홈즈와 왓슨처럼.

 

 

앤터니 호로비츠가 쓴 셜록홈즈의 세계는 생각보다 별 위화감 없이 읽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홈스와 왓슨과 비슷한 구도를 끌어들여 더욱 편히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때문에 본편에서는 홈즈도 왓슨도 없지만 책에서는 셜록홈즈의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배어 나온다.

 

존스가 셜록 홈즈에게 물려받은 유산이 또 하나 있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설명을 하지 않는, 사람 미치게 만드는 습관까지 물려받은 것이었다. 241p

 

추리하는 방식이 홈즈와 무척 닮은 존스경감은 홈즈의 발자취를 열심히 뒤쫓는 인물로 어떻게보면 다소 비정상적인 집착을 가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셜록홈즈의 발자취를 쫓는 듯한 존스경감을 내세움으로써 독자들을 홈즈의 세계로 친절하게 안내해 주긴 했지만 존스경감이 셜록홈즈의 논문과 책을 읽고 모든 사건을 통째로 집어삼킬 듯이 공부하는 모습은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묘한 감정을 선물해주었다.

 

이야기가 점점 진행될수록 크고 잔혹한 사건들, 액션과 생동감있는 전개는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그렇게 달려온 마지막은 반전에 뒤통수를 아주 거하게 맞은 듯 했고. 반전이 드러난 후 나는 사소한 단서들을 놓치다니! 라고 애통해하며 반전에 헛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아마 처음부터 한 자 한 자 꼼꼼히 읽었어도 결국 걸려들고 말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만큼 교묘하고 사소한 단서들이 많았기에. 끝까지 책을 모두 읽은 후 다시 앞장으로 돌아가 조금 미심쩍었던 부분을 살짝살짝 보면서 드디어 진실을 깨달은 피해자가 된 것 같았다.

 

책의 내용은 범죄 세계의 나폴레옹 모리어티교수의 죽음 그 사건에 대한 재해석이라 볼 수 있다. 셜록홈즈의 이름을 내걸고 있지만 작품 속에선 셜록홈즈가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비중은 적다. 본편이 끝나고 외전에 잠깐 정도. 그것이 좀 아쉬웠지만 '셜록홈즈 모리어티의 죽음'은 충분히 재미있었다. 원작보다 조금 더 발랄한 왓슨과 감정적인 홈즈의 조합처럼 보이는 두 사람과 모리어티 뺨치는 위험한 범죄조직의 수장 클래런스 데버루와의 대결은 더욱 흥미를 더했던 것 같다. 쉴새없이 들이닥치는 위험과 사건 속에서 긴장감도 있었고.

 

하지만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이 마지막 반전이었던만큼 모든 것을 전달할 수 없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미스터리추리물의 리뷰는 스포일러를 최대한 배제하고 쓰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내가 느낀 감정을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요즘 읽은 책중에 가장 인상깊었던 반전이었는데 장르적 특성상 어느정도 준비를 했음에도 그 반전은 충격적이었고 그로인해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려주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면 전달하기 충분할까? 아마 충분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반전은 읽는 자들의 즐거움을 위해 남겨두며 나는 이 책을 읽었기에 같은 작가가 쓴 이전시리즈도 찾아볼것이라는 것만은 분명히 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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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이트 걸
멜리사 그레이 지음, 이지연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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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 판타지, 판타지 로맨스 모두 좋아하는 키워드이기에 기대감을 안고 펼쳤던 책 '미드나이트 걸'

일러스트에서부터 느껴지는 환상적인 분위기와 반짝이는 제목은 더욱 더 호기심을 자극했다.

 

 

책 속에서는 판타지라는 장르에 걸맞게 종족부터 용어까지 다소 생소한 요소가 꽤 등장했다.

주요 이야기를 끌고가는 머리칼과 팔에 깃털을 가지고 있는 고대종족 애비슨과 광대에 드래건의 비늘을 가지고 있는 드러카린은 인간과 다른 이종족이다. 이들은 마법을 사용하고 틈새세상을 통해 이동하는 등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인간의 눈에는 띄지 않는다. 하지만 주인공인 에코는 도서관에 숨어 살고있는 평범한 인간소녀였음에도 불구하고 애비슨 종족의 에일러가 뭔가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보통의 인간은 볼 수 없는 애비슨의 깃털을 볼 수 있는 소녀에게 에일러는 '에코'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보살펴주고, 가족이 없던 에코는 자신을 거두어준 애비슨 종족을 가족처럼 생각하며 살아간다. 그렇게 이종족의 세계와 접점을 가지게 된 에코는 화려한 판타지 세계를 살아간다. 그림자가루를 이용해 틈새세상을 넘나들고 소매치기로 훔친 보물들을 암시장에 내다 팔아가면서.

 

한편 애비슨과 다른 종족인 드러카린은 오랜세월 애비슨과 대립해왔다. 계속되는 전쟁에 회의감을 느낀 드러카린 대공 타이우스는 오랜 세월동안 치뤄온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존재 불새에 관심을 가지고 에일러의 부탁으로 불새를 찾아나선 에코와 얽히게 된다. 서로 자기들 쪽에 유리하게 전쟁을 끝내고자 하는 애비슨쪽과 드러카린 두 종족에게 불새는 필연적으로 찾아야 할 존재였다. 매력적인 도둑 에코는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가며 훌륭히 임무를 수행한다. 그 과정에서 포로가 되었던 애비슨 친구 아이비, 동생에게 배신당하고 쫓기는 드래건 대공 카이우스와 그의 호위무사인 도리언, 직업도둑이라는 재주꾼 재스퍼와 함께하게 된다. 이 기묘한 파티는 적과의 동맹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관계였지만 점차 애비슨과 드러카린 두 종족간의 유대감은 깊어만간다.

 

불새를 찾기 위해서라는 목적을 가지고 온갖 틈새세계를 넘나드는 에코와 카이우스. 서로 믿을 수 없어했지만 온갖 사건들을 겪으며 두 사람 사이에선 감정의 변화가 생긴다. 에코는 애비슨 남자친구가 있는 상황이었지만 애비슨들의 세계에서 그들과 다르다라는 마음의 벽이 있었기에 관계에 한계점을 맞게 된다. 하지만 방황하던 에코는 점점 변해간다. 그것도 수년간 적대관계라 생각했던 드러카린 남자에 의해서. 이렇게 책 속에는 천천히 진행되긴 하지만 적당히 로맨스요소도 있었고 새로운 이야기가 가득했기에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주인공 에코의 성격이 당차고 용감하며 발랄하기도 해서 마음에 들기도 했고. 

 

다 읽고나니 3부작 예정이라고 하는 이 '미드나이트 걸' 시리즈는 1권 전체가 앞으로 이렇게 이야기가 전개될 것이다라고 알려주는 듯한 전개부분이었단 생각이 든다.

뿌리깊게 이어져 내려온 두 종족간의 전쟁, 단 하나의 존재만이 가져올 수 있다는 평화 같은 다소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있는 판타지여서 그럴까. 1권의 내용에서는 상황에 대한 설명이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섯 명의 기묘한 조합이 앞으로 어찌될지 2권에 대한 힌트가 없어서 더 궁금해지기도 했다. 마지막 쯤 되어서야 능력을 자각하게 된 주인공은 어떨지, 인간이지만 다른 이종족 사이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당당히 살아가던 에코가 어떻게 이야기를 끌어갈지 뒷 이야기를 빨리 보고 싶은 마음이다.

판타지라면 새로운 용어가 난무하고 사건이 계속 터져줘야 제맛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미드나이트 걸은 오랜만에 판타지다운 판타지를 읽었다는 생각이 들게했다.

세계관이 방대하고 촘촘할수록 더욱 더 재미를 느끼기에 이 책도 끝까지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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