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트] 황금방울새 - 전2권
도나 타트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6월
평점 :
사라진 <황금방울새>는 어디에 있는가
완독률 98.5%라는 높은 수치에 관심이 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표지에 있는 작은 새가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고.
그래서 은행나무 출판사의 서평단에 선정되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무엇보다 소설을 다 읽고난 지금은 매력적인 소설을 읽게 되어 기쁜마음이다. 실존하는 그림 카렐 파브리티우스의 황금방울새. 사슬에 묶인 작은 새 그림에서 시작된 다양한 감정들과 이야기는 책을 통해 새로운 생명력을 얻은 듯 했다.
'황금방울새'의 주인공인 시어도어 데커는 미술관 테러사건으로 순식간에 엄마를 잃게된다. 무너져내린 미술관에서 빠져나오기 전 시오(=시어도어)는 빨간머리 소녀 피파와 함께 있던 노인을 만나게 되고 노인의 부탁으로 반지와 황금방울새 그림을 가지고 나온다. 그 순간부터 그림은 시오의 인생에서 중요한 일부분이 되었다. 시오는 친구 앤디 바버의 집, 라스베이거스 그리고 다시 뉴욕으로 옮겨다니면서도 황금방울새 그림을 자신의 곁에서 떼어놓지 않는다. 하지만 시오는 미술관에서 그림을 가지고 나온 순간부터 그림에서 위안을 얻는 한편 불안해한다.
그림 속 사슬에 묶인 작은 황금방울새는 자신의 생각에 묶여있는 시오의 상황과도 같았다. 그림을 끝내 놔주지 못하고 엄마의 마지막 모습을 붙잡고 있는 것처럼. 두꺼운 1권 내내 시오는 엄마를 잃고 상처받은 마음과 사기,마약에 노출되며 방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스완슨 선생님은 센트럴파크웨스트에 커다란 아파트가 있고 코네티컷에 집이 한 채 있었기 때문에 의지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지지대가 부러져서 모든 것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전혀 몰랐다. -1권 226p
큰 일을 겪었다해도 시오는 어린 소년일 뿐이다. 어른들에게 휘둘리는 힘없는 소년이기에 부러진 단 하나의 지지대라는 묘사는 당시 소년의 심정이 어땠는지 짐작할 수 있게끔한다. 잔잔히 이어지는 사건과 묘사로 인해 평생을 잊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고 천천히 시오가 성장해나가는 과정과 모습은 공감을 얻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마침내 황금방울새 그림에 대한 진실이 드러났을 때도 시오가 느낀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두 권의 책은 합쳐서 10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라 보는순간부터 부담감을 느끼게 했다. 게다가 속내용 또한 엄청난 묘사와 세밀한 설정으로 인해 속도감 있게 읽히지 않았다. 언제 다 읽지라는 생각에 완독률 98.5%가 의심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는동안 엄마를 잃은 후 시오에게 의미를 갖는 것들 라스베이거스에서 만난 친구 보리스, 반지 때문에 알게 된 호비아저씨와 피파 그리고 황금방울새 그림에 대한 이야기는 어떻게 진행될까?라는 물음과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들로 인해 끝을 무사히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세심한 감정묘사로 인해 주인공인 시오에게 이입하면서 부터는 읽어가기 쉬워졌던 점도 있고. 아마 황금방울새 그림은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마음으로 조바심을 냈기에 초반에 책을 읽기 어려웠으리라.
선한 행동이 항상 선을 낳는 건 아니고, 악한 행동이 항상 악에서 나오는 건 아니야, 안 그래? 현명하고 선한 사람도 모든 행동의 결말을 알 수는 없어. -2권 442p
2권의 마지막 쯤 가장 공감되었던 말이다. 작가가 말하고 싶은 건 이것이 아니었을까싶을 정도로 시오의 상황을 한마디로 정리하고 있는 듯 했던 문장. '세상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이상하며 선한 행동이 나쁜 결과를 불러올수도 나쁜 행동이 선한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두툼한 책을 읽는 동안 내가 보아온 시오의 상황은 평탄한 적이 없었다. 하나같이 불안정했으며 시오가 항상 바른 선택만 한 것도 나쁜 선택만 한 것도 아닌데도 이대로 가면 어떤 결과를 불러올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삶은 언제나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책속의 시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결말이 더욱 인상적이었고 후련하기까지 했다. 도대체 그림에 얽힌 이야기는 언제하게 될까 기다리는 게 1권의 내용이었다면 2권은 소설의 마지막 장을 위하여 쓰인것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작가는 세밀한 설정으로 때때로 숨막히도록 상황을 몰아갔지만 책을 끝까지 읽은 지금은 시오가 조금씩 천천히 성장하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본 것 같다는 기분이다.
작은 그림 하나에서 시작된 '황금방울새'는 예측할 수 없는 삶을 살아가는 것에대한 이야기를 전달해주기 위해 쓰여진 것이 아니었을까. 황금방울새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갔을 때 비로소 시오가 힘든길을 돌고돌아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 것처럼 작가는 독자에게 그래도 성장해가며 살아가라는 메세지를 남겨준 듯 하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항상 기쁘지만은 않다고 할지라도, 어쨌든 삶에 몰두하는 것, 눈과 마음을 열고서 세상을, 이 개똥밭을 똑바로 헤쳐나가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2권 48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