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도 고자질하고 싶은 게 있어 - 초등학교 교사의 지나치게 솔직한 학교 이야기
서성환 지음 / 바이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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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귀여워서 눈에 들어왔던 책이었다. 그다음으로 눈에 들어왔던 건 초등학교 교사라는 글쓴이의 이력. 아이들이 엄마를 찾는 걸 보며 연관시켜 슬그머니 엄마에게 힘든 일을 털어놓듯 적어내려간 글들. 때문인지 굉장히 잘 읽혔고 생각보다 재미도 있었다. 초등학교 교사라는 이력 때문인지 뭔가 쉽게 쓰여졌나 싶을 정도로. 30대의 초등학교 남교사로, 13년째 교직에 몸담아오며 힘든 일이 하나도 없을 수는 없다. 아이들과 있었던 일, 학부모와 있었던 일, 실수로 일어났던 일, 일과 관련한 이야기 등등. 엄마에게 편지를 쓰듯 풀어내는 이야기들은 웃기기도 하고 가끔은 뭉클하기도 했으며 직업에 대한 고뇌가 잔뜩 묻어나 안타깝기도 했다.


학교를 졸업한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책을 통해 만나본 아이들의 모습은 그때나 지금이나 많이 다르지 않다. 사교육 열풍에 학원 숙제를 목숨같이 여기는 아이, 선생님을 졸졸 따르는 아이, 혼자 겉도는 아이, 작은 오해로 크게 싸움을 하게되는 아이들 등등. 이상하게 시간이 지나고보면 별 것 아닌 것들이 여전히 학교 안에는 존재한다. 그렇다고 그 순간들이 결코 쉽다는 건 아니다. 전적으로 한 교실을 책임져야 하는 선생님 또한 마찬가지. 초등학생때는 아무생각없이 장래희망이 선생님이라고 하고 다녔는데, 나이가 먹어가고 선생님의 고단함이 보이기 시작하며 먹고 사는 게 뭔지라는 중2병스러운 생각을 했었다. 책을 읽으며 그 때 했던 생각들이 많이 났다. 독특하게도 교무실을 좋아했던 친구 덕분에, 또 이런저런 일들로 선생님에 대한 환상이 일찌감치 깨진지 오래였지만 이상하게 그 때가 그리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세심하게 아이들을 신경쓰고 알게 모르게 뒤에서 애쓰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다보니 내가 이런 선생님을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절로 상상하게 된다. 기억에 남는 선생님은 안 좋은 분 하나, 그리고 애매하게 좋았던 분이 한 분. 내가 다닌 학교는 시골이라 나이 지긋한 선생님들이 가산점을 받기 위해 오는 학교여서 젊은 선생님을 만날 기회가 굉장히 적었다. 있다면 야망을 가진 사람이거나 재수없게 시골학교가 걸린 선생님 뿐. 그 중엔 학생들의 눈에도 뻔히 보이는 불가능한 업적, 즉 문제아들을 교정해보겠다며 한 반에 몰아달라던 아주 용감무쌍한 말을 했다는 선생님이 있었다. 특수부대 출신이랬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본인이 꽤 힘이 있었는지 그 바람은 그대로 이루어졌고, 문제아들이라고 꼽히는 학생들을 한 반에 몰아넣은 뒤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 남은 학생들은 손이 안갈만한 사람으로 채웠다. 그게 바로 내 중학교 담임 선생님 중 하나였다. 손이 안가는 아이라고 문제의 반에 넣어진 1년이 얼마나 개판이었는지는 결국 선생님도 포기했다는 말로 대체한다. 아무리 그래도 선생님이 끝까지 책임질 수 없다는 건 알지만, 대놓고 학생들과 싸워보겠다는 선생님을 나는 최악이었다고 기억한다. 때문인지 따뜻한 사제관계를 보면 굉장히 부러워진다. 그것이 공교육이든 사회에서 만난 다른 스승이든. 


개인적으로 별로 좋지 못한 경험이 떠올랐지만, 어쨌든 이 책만큼은 따뜻함이 흘러넘친다. 변해가는 사회에서 선생님으로, 아이들의 보호자로 학급을 책임지는 사람이지만 가끔은 힘들고 엄마 생각이 난다는 한 아들의 이야기. 어떻게 보면 장성한 아들이 고자질을 한다는 게 이상해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속마음을 털어놓을 엄마가 있다는 것과,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털어냄으로써 가벼워질 수 있다는 걸 이 책이 다시 한 번 짚어주는 것 같았다. 나도 편지 형식으로 엄마에게 하소연을 써보면 이렇게 재밌는 글로 탄생시킬 수 있을까. 솔직한 초등학교 선생님의 글을 읽는동안 많이 공감도 했고 재밌게 볼 수도 있었다.


엄마. 나 이제부터라도 좋은 선생님 해보려고.

그래서 아이들이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부모님도 싫고 친구도 싫을 때 

행여 아무도 자기를 기억해주지 않는다는 나쁜 생각이 들 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번 연락해볼 수 있는 그런 선생님이 되어볼까 해. - 18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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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미학 1 : 메이드 인 코리아의 기원
최경원 지음 / 더블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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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박물관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된 계기가 있었다. 박물관 몇 군데를 둘러본 뒤, 마음에 드는 유물의 형태를 보고 촉박한 시간 내에 디자인을 해 오란 지금 생각해도 말도 안되는 난이도의 과제 때문이었다. 그 길로 단체 견학이 아니면 절대 가 볼일이 없었던 박물관에 입장표를 스스로 사서 전시관을 하루종일 돌았다. 뭐가 뭔지도 모른 채 그저 얕은 역사적 지식에만 기대서 한참을 돌아보고 겨우겨우 과제를 제출했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으니, 강의 시간마다 우리의 옛문화 설명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처음엔 대체 왜 저런것까지 알아야할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그 시간들이 하나씩 쌓여가면서 조금씩 흥미를 붙이고 생각보다 많이 모르고 잘못알고 있었구나하는 커져서, 이제는 우리 문화예술품을 보면 정겨움을 느낄 정도는 되었다. 때문인지 이런 책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한류 미학'. 이런 단어를 들으면 선뜻 무엇인가 떠올리기는 힘들다. 떠올려도 지금의 문화 정도 뿐. 하지만 이 책에서는 무려 선사 시대부터 한국인의 미적 감각을 알려주고 있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 사실이다. 처음에 나오는 유물은 무려 주먹도끼임으로.. 주먹도끼부터 시작해 빗살무늬 토기, 비파형 동검, 오리 모양 토기 등등에서 고구려로 백제로 가야로 통일신라로 넘어간다.


이 책은 내용을 살펴보기 전에 꼭 프롤로그를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동아시아 지역의 비슷한 문화를 가지고 있으나,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의 문화는 판이하다. 물론 그 문화에 대해 중간중간 헛소리를 하며 우리 문화를 노리고 있지만. 어쨌든 우리 나라의 유물들이 상대적으로 소박함은 사실이다. 한국에 우호적인 일본인 친구에게 만들다 만 것 같은 미완성품같다는 말을 듣고 우리 문화에 대해 제대로 생각하게 되었다는 저자는 첫머리에서 이렇게 묻고 있다. 기능적인 면에서 충분한 디자인을 과연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봐야하는가, 그렇다면 지금의 기능주의나 추상 디자인들은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인가라고.  나는 그 말을 보고 가장 화려한 고려시대를 거쳐간 조선시대 백자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 책은 아직 거기까지 진도가 나가지 않았으나, 현대의 한류 미학까지 5권으로 계속 발간될 예정이라고 하니 계속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다. 아무래도 왠지 시리즈를 계속 모아서 보게 될 것 같다.


솔직히 조금 오버하는 게 아닌가 싶은 부분도 있었다. 그렇지만 믿을 수 없이 정돈된 조형, 동시대에 일관된 양식, 정교하면서도 전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 부분의 곡선들. 설명을 천천히 보다보면 저절로 국뽕이 차오른다. 수탈되어 빼앗기고 없어진 문화재들이 아쉬워지고 실물을 보고싶어진다. 개인적으로 세련된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백제에 관해 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알게 된 기분이라 좋았던 점도 있다. 현대의 미적 감각에 맞춰 보아도 뒤떨어지지 않는 유물들의 존재가 인상 깊었고, 청동검이 조립식이며 나무로 된 검집도 있었다는 부분 또한 인상 깊었다. 미술학적으로 보는 유물에 대한 정보 뿐 아니라 다양한 관점에서 나라의 모습을 바라보고 해설도 덧붙이고 있어 흥미롭게 보기도 했다. 박물관을 답사하듯 봐도 좋을 책이라 우리 문화에 대한 약간의 관심이 있다면 재밌게 볼 수 있을 책이다.


지금 박물관에 진열된 유물들은 후손들더러 박물관에 전시하라고 만든 것이 아니라

당시에 필요해서 만든 실용품이 대부분입니다.

당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 속에 존재했던 것들이며, 요즘 시각에서 보면 디자인입니다. - 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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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때 먹는 자가 일류 - 식욕 먼슬리에세이 5
손기은 지음 / 드렁큰에디터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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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슬리 에세이의 5번째 시리즈 에세이. 이전 시리즈물을 무척 재밌게 읽어서 기대가 컸던 에세이다. 독특하게 시즌 1은 모두 욕망이라는 테마 아래 출간된 에세이의 시리즈인데, 각각 물욕과 출세욕 음주욕 공간욕 식욕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그 중 식욕에 관해 말하는 시즌 1의 마지막 에세이. 사실 다른 욕망에 비해 가장 생존과 연관되어 있고 친근한 욕망이라 처음 보는 순간부터 재밌겠단 생각이 들었다. 잡지에 음식과 술에 관한 기사를 싣는 에디터로 일했다는 작가의 이력을 보곤 더욱 더.


맛 표현에 주접을 떨어가며, 음식에 대한 팬심을 여지없이 나타내며 했던 에디터 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은 직업이다, 부럽다, 이직하고 싶다라는 반응을 나타낼 때 크게 부인하지 않고 재밌다고 말해왔다고 한다. 때문인지 음식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며 하나씩 적립해온 에피소드를 재밌게 볼 수 있었다. 갈수록 먹는 게 남는 것이라는 인식 아래 맛집투어를 비롯해 SNS에 예쁜 음식 사진을 올리는 게 흔해진 시대라 더 친근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하나의 기사를 위해 어렵사리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맞는 재밌는 기사를 싣는 것. 독자의 입장에서야 재밌는 기사 하나를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잘 모르지만 책을 읽고나니 숨겨진 노고와 전문성에 감탄하게 되었다.


채소만 40만원 치를 사서 정원처럼 연출하기도 하고, 온갖 종류의 버섯을 구해 소인국처럼 연출하기도 했으며 전국팔도에서 갑각류를 택배로 주문하기도 했다. 물론 뒤처리는 셀프.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해냈을까 싶게도 확대컷을 재밌게 활용하는 부분도 신기했고 4박 5일간 국수만 먹으러 여행을 간다거나 국수가 아니더라도 몇 끼를 똑같은 음식을 먹고 비교 분석하는 일들을 보면 아무리 먹는 걸 좋아해도 열정이 없으면 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야말로 제목 그대로 힘들 때도 먹는 자가 일류인 셈이다.


저자의 각종 음식 사랑을 보고있자면 먹고 싶은 음식이 슬며시 떠오른다. 처음엔 한 두개가, 나중엔 연쇄적으로. 아마 음식 예찬을 하려면 끝이 없지만 지면상 줄인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음식에 대해 진지한 사람이었다. 어려운 코스요리를 보고 자극받아 요리클래스에 다니고, 위스키와 사랑에 빠져 위스키 증류소들을 외워볼까 생각하기도 하며, 어느 날 밤 지방에 파는 음식이 생각나 밤새 달려내려가 아침으로 먹고오기도 하는 모습들이 기억에 남았다. 평생 할 수 없을 것 같은 음식에 대한 경험담을 보고 나니 신기하기도 했고 부러워지기도 했던 에세이였다.


촬영 후 남은 재료를 소진하기 위해 온갖 레시피를 찾아가며 요리하고,

다음주 촬영할 기사를 위해 노트와 펜을 바지 뒷주머니에 꽂고 시장과 마트를 뒤지던

그 시간들 덕분에 지금의 나는 더 즐겁게, 더 신나게 먹을 수 있게 됐다. - 3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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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채널 × 1인용 인생 계획 EBS 지식채널e 시리즈
지식채널ⓔ 제작팀 지음 / EBS BOOKS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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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에서 방영하는 5분의 짧은 영상 안에 인문, 사회, 과학, 예술 등의 주제들을 담아낸 '지식채널'. 아주 오래전엔 주기적으로 봤던 것 같은데 요즘은 통 보지 않은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하고있는 15년된 장수프로그램이라니 그것부터 일단 놀랍다. 15년간 2,500여 편 정도가 방송되었는데 그 중 이 책은 '1인용 인생 계획'이란 주제에 속할 이야기들로만 구성되었다. 20대 사회 초년생부터 노년의 1인가구 이야기까지 다양하게 담고 있는 편이라 더 흥미로웠고, 많은 정보들이 들어있어서 도움이 될만한 것들도 수록되어 있었다. 특히 한 챕터가 끝나면 Tip Box라는 이름으로 본문과 관련된 정보나 덧붙일 정보들이 있어 좀 더 많은 정보들을 보기도 했고.


1인용 인생 계획이라는 제목을 내세우는 책이나, 어떻게 하면 1인가구로 좀 더 잘 살 수 있을까에 대한 방법서는 아니다. 하지만 알고 있으면 도움 될 정보, 언젠간 쓰지 않을까 싶을 정보들이 있었고 이미 1인가구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비춰주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언제부터의 방송분을 모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리 시대에 뒤떨어졌다거나 이게 언제적 소리지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걸 보면 꽤 최근의 이야기로 구성된 것 같았다. 물론 혼자 사는 사람이 받을 수 있는 주거혜택이나 비혼복지를 주는 회사, 결혼이 아닌 동거부부를 위한 법적지원 같은 멀게만 느껴지는 혜택들도 있었지만. 주거혜택이나 지자체 혜택은 대부분 서울 경기에 한정되어 있어 어쩐지 씁쓸하기도 했다.


그래도 1인가구에 대한 인식은 많이 변화되어 왔다. 결혼은 당연한 것에서 지금은 선택이라는 의견을 대부분 존중하는 시대로. 하지만 책을 보면 아직 인식의 개선은 한참 더 이뤄져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주거형태, 즉 동거인이나 미혼모 미혼부 혹은 반려동물과 사는 1인가구들을 생각하면 제도적인 면에서 암담한 수준인 게 많다. 1인가구지만 홀로 사는 사람들끼리 집을 공유하는 등 유연한 공동체로 다양한 가족들의 모습이 이미 외국에는 존재한단 글을 보니 우리나라도 바뀔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언젠가는 점점 늘어가는 1인가구에 대한 인식도 변화할 것이다. 책의 말미에 사람들 간 접촉, 포옹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는 길이 있다는 사실을 밝힌건 그 때문이 아닐까싶다. 1인가구라고 고립되어 있는 사람이 아니며, 서로 접촉하고 위로를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 중 하나라는 것. 어쨌든 생각보다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책이라 기억에 남았다.


혼자 산다고 해서 고립적이고 폐쇄적인 삶을 사는 것은 아니며,

1인가구의 증가를 가족이나 공동체의 해체로 볼 수도 없다.

우리 사회는 이제 가족이 아닌 한 명 한 명의 개인으로 그 중심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을 뿐이다. - 2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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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은 옷 가게 사장님입니다 스토리인 시리즈 6
강은미 지음 / 씽크스마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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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옷 가게가 하나 둘 사라지고 있는 시대에, 옷가게 장사 10년 차에 접어든 사장님의 에세이를 접하게 되었다. 사실 어렸을 때만 해도 엄마의 손을 잡고 작은 옷 가게 여러곳을 돌아다닌 기억이 있는데 지금은 일부러 만들기도 어려운 기억이 된 것같다. 동네에 있던 작은 옷 가게는 하나 둘 사라지고, 상가엔 브랜드 옷이 하나씩 들어왔다. 그리고 이젠 옷을 굳이 직접 오프라인으로 사기보다 다른 루트를 더 이용하게 된다. 그러니 더이상 옷가게 이모는 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오히려 책을 읽으면서 대체 어디에 이런 가게가 있는걸까 궁금해질 정도였다.


치위생사로 일하다가 친한 옷 가게 동생의 권유에 옷 가게를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는 슈가. 갑작스런 직종 변경과 갑작스런 사장님의 길은 쉽지 않았다. 상인의 길에 들어서고 혼자서 모두 짊어지고 가야 하는 것은 친한 동생의 모습을 보고 시작했다해도 직접 부딪히는 것과는 달랐다. 다양한 손님들, 상인들과 물건을 선택하고 정리하는 것들. 하나하나 모두 손이 가야하는 일임에도 옷을 좋아해서, 옷이 너무나 좋아서 그리고 옷을 구매한 손님들이 좋아하는 게 좋아서. 그런 이유들이 합쳐져서 계속 사장님으로 머물 수 있었던 것 같다. 


책 속에는 옷가게 운영을 하면서 있었던 일이나, 가게를 시작하게 된 이야기, 가게를 운영하며 만났던 사람들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엔 좀 더 샤랄라한 공간, 젊은 느낌의 공간이 아닐까 넘겨짚고 시작했었다. 집 근처에 갑작스레 원피스가 잔뜩 걸린 옷가게가 생긴 영향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무대포로 시작한 것 같으나 이래저래 부딪혀가며 배우고 깨우쳐 계속 본인만의 철학으로 옷가게를 꾸준히 운영해나가는 모습에 배울 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평범한 아줌마들이 방문해서 마치 사랑방처럼 옷가게에서 즐겁게 머물다가고, 옷을 보며 어울리겠다 싶은 단골 손님들을 생각하며, 정성들여 코디해 스토리에 올리는 모습 등이 기억에 남았다. 이런 옷가게라면 한 번 방문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서 책을 통해 멋진 가게를 만난 기분이 들었다.


꾸준하게 오는 단골손님들에게 나 역시 한결같아야 한다.

새로운 손님을 잡기 위해  기존 손님에게 소홀해진다면 나에게 실망할 것이다. - 2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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