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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때 먹는 자가 일류 - 식욕 ㅣ 먼슬리에세이 5
손기은 지음 / 드렁큰에디터 / 2020년 11월
평점 :
품절
먼슬리 에세이의 5번째 시리즈 에세이. 이전 시리즈물을 무척 재밌게 읽어서 기대가 컸던 에세이다. 독특하게 시즌 1은 모두 욕망이라는 테마 아래 출간된 에세이의 시리즈인데, 각각 물욕과 출세욕 음주욕 공간욕 식욕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그 중 식욕에 관해 말하는 시즌 1의 마지막 에세이. 사실 다른 욕망에 비해 가장 생존과 연관되어 있고 친근한 욕망이라 처음 보는 순간부터 재밌겠단 생각이 들었다. 잡지에 음식과 술에 관한 기사를 싣는 에디터로 일했다는 작가의 이력을 보곤 더욱 더.
맛 표현에 주접을 떨어가며, 음식에 대한 팬심을 여지없이 나타내며 했던 에디터 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은 직업이다, 부럽다, 이직하고 싶다라는 반응을 나타낼 때 크게 부인하지 않고 재밌다고 말해왔다고 한다. 때문인지 음식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며 하나씩 적립해온 에피소드를 재밌게 볼 수 있었다. 갈수록 먹는 게 남는 것이라는 인식 아래 맛집투어를 비롯해 SNS에 예쁜 음식 사진을 올리는 게 흔해진 시대라 더 친근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하나의 기사를 위해 어렵사리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맞는 재밌는 기사를 싣는 것. 독자의 입장에서야 재밌는 기사 하나를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잘 모르지만 책을 읽고나니 숨겨진 노고와 전문성에 감탄하게 되었다.
채소만 40만원 치를 사서 정원처럼 연출하기도 하고, 온갖 종류의 버섯을 구해 소인국처럼 연출하기도 했으며 전국팔도에서 갑각류를 택배로 주문하기도 했다. 물론 뒤처리는 셀프.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해냈을까 싶게도 확대컷을 재밌게 활용하는 부분도 신기했고 4박 5일간 국수만 먹으러 여행을 간다거나 국수가 아니더라도 몇 끼를 똑같은 음식을 먹고 비교 분석하는 일들을 보면 아무리 먹는 걸 좋아해도 열정이 없으면 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야말로 제목 그대로 힘들 때도 먹는 자가 일류인 셈이다.
저자의 각종 음식 사랑을 보고있자면 먹고 싶은 음식이 슬며시 떠오른다. 처음엔 한 두개가, 나중엔 연쇄적으로. 아마 음식 예찬을 하려면 끝이 없지만 지면상 줄인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음식에 대해 진지한 사람이었다. 어려운 코스요리를 보고 자극받아 요리클래스에 다니고, 위스키와 사랑에 빠져 위스키 증류소들을 외워볼까 생각하기도 하며, 어느 날 밤 지방에 파는 음식이 생각나 밤새 달려내려가 아침으로 먹고오기도 하는 모습들이 기억에 남았다. 평생 할 수 없을 것 같은 음식에 대한 경험담을 보고 나니 신기하기도 했고 부러워지기도 했던 에세이였다.
촬영 후 남은 재료를 소진하기 위해 온갖 레시피를 찾아가며 요리하고,
다음주 촬영할 기사를 위해 노트와 펜을 바지 뒷주머니에 꽂고 시장과 마트를 뒤지던
그 시간들 덕분에 지금의 나는 더 즐겁게, 더 신나게 먹을 수 있게 됐다. - 34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