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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미학 1 : 메이드 인 코리아의 기원
최경원 지음 / 더블북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오래 전에, 박물관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된 계기가 있었다. 박물관 몇 군데를 둘러본 뒤, 마음에 드는 유물의 형태를 보고 촉박한 시간 내에 디자인을 해 오란 지금 생각해도 말도 안되는 난이도의 과제 때문이었다. 그 길로 단체 견학이 아니면 절대 가 볼일이 없었던 박물관에 입장표를 스스로 사서 전시관을 하루종일 돌았다. 뭐가 뭔지도 모른 채 그저 얕은 역사적 지식에만 기대서 한참을 돌아보고 겨우겨우 과제를 제출했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으니, 강의 시간마다 우리의 옛문화 설명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처음엔 대체 왜 저런것까지 알아야할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그 시간들이 하나씩 쌓여가면서 조금씩 흥미를 붙이고 생각보다 많이 모르고 잘못알고 있었구나하는 커져서, 이제는 우리 문화예술품을 보면 정겨움을 느낄 정도는 되었다. 때문인지 이런 책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한류 미학'. 이런 단어를 들으면 선뜻 무엇인가 떠올리기는 힘들다. 떠올려도 지금의 문화 정도 뿐. 하지만 이 책에서는 무려 선사 시대부터 한국인의 미적 감각을 알려주고 있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 사실이다. 처음에 나오는 유물은 무려 주먹도끼임으로.. 주먹도끼부터 시작해 빗살무늬 토기, 비파형 동검, 오리 모양 토기 등등에서 고구려로 백제로 가야로 통일신라로 넘어간다.
이 책은 내용을 살펴보기 전에 꼭 프롤로그를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동아시아 지역의 비슷한 문화를 가지고 있으나,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의 문화는 판이하다. 물론 그 문화에 대해 중간중간 헛소리를 하며 우리 문화를 노리고 있지만. 어쨌든 우리 나라의 유물들이 상대적으로 소박함은 사실이다. 한국에 우호적인 일본인 친구에게 만들다 만 것 같은 미완성품같다는 말을 듣고 우리 문화에 대해 제대로 생각하게 되었다는 저자는 첫머리에서 이렇게 묻고 있다. 기능적인 면에서 충분한 디자인을 과연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봐야하는가, 그렇다면 지금의 기능주의나 추상 디자인들은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인가라고. 나는 그 말을 보고 가장 화려한 고려시대를 거쳐간 조선시대 백자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 책은 아직 거기까지 진도가 나가지 않았으나, 현대의 한류 미학까지 5권으로 계속 발간될 예정이라고 하니 계속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다. 아무래도 왠지 시리즈를 계속 모아서 보게 될 것 같다.
솔직히 조금 오버하는 게 아닌가 싶은 부분도 있었다. 그렇지만 믿을 수 없이 정돈된 조형, 동시대에 일관된 양식, 정교하면서도 전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 부분의 곡선들. 설명을 천천히 보다보면 저절로 국뽕이 차오른다. 수탈되어 빼앗기고 없어진 문화재들이 아쉬워지고 실물을 보고싶어진다. 개인적으로 세련된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백제에 관해 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알게 된 기분이라 좋았던 점도 있다. 현대의 미적 감각에 맞춰 보아도 뒤떨어지지 않는 유물들의 존재가 인상 깊었고, 청동검이 조립식이며 나무로 된 검집도 있었다는 부분 또한 인상 깊었다. 미술학적으로 보는 유물에 대한 정보 뿐 아니라 다양한 관점에서 나라의 모습을 바라보고 해설도 덧붙이고 있어 흥미롭게 보기도 했다. 박물관을 답사하듯 봐도 좋을 책이라 우리 문화에 대한 약간의 관심이 있다면 재밌게 볼 수 있을 책이다.
지금 박물관에 진열된 유물들은 후손들더러 박물관에 전시하라고 만든 것이 아니라
당시에 필요해서 만든 실용품이 대부분입니다.
당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 속에 존재했던 것들이며, 요즘 시각에서 보면 디자인입니다. - 7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