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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의 시간 - 언제나 우리 곁에는 색이 있다 ㅣ 컬러 시리즈
제임스 폭스 지음, 강경이 옮김 / 윌북 / 2022년 4월
평점 :
항상 우리 곁에 머무는 컬러에 관한 이야기 '컬러의 시간'. 제목처럼 컬러가 걸어온 길과 역사가 가득한 책이었다. 컬러에 관한 인문학에 가까운 느낌이었다고 하면 이해가 쉬울까. 우리 곁에 있는 색들이 어떤 의미를 가져왔는지, 어떻게 사랑받고 알려졌는지 같은 이야기가 잔뜩 들어있어서 컬러에 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읽어보기 좋은 책 같았다. 책 속에 나오는 컬러는 총 7개다. 검정을 시작으로 빨강, 노랑, 파랑, 하양, 보라, 초록으로 마무리한다. 거의 원색에 가까운 색들만 다루고 있기에 좀 더 폭넓은 역사를 볼 수 있었다.
책은 딱딱하게 읽히는 편이다. 컬러에 관한 책이라지만 다양한 컬러를 가진 그림은 별로 없는 편이라서 더 그랬다. 앞쪽에 별지 삽화 페이지를 따로 빼놔서 53개의 그림이 있으나 책의 내용에 비하면 그리 비중이 많지 않다. 때문에 왔다갔다하는 번거로움도 있었고, 다양한 색의 향연을 보고 싶었던 내게는 조금 아쉽기도 했다. 그러나 책의 내용은 흥미로웠다. 고대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온 색이 있다는 점도 신기했고,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본 컬러들에도 많은 이야기가 숨겨져있다는 사실도 재밌었다. 무엇보다 역사서를 읽듯이 컬러와 역사를 함께 이야기하니 색다른 관점으로 이야기를 볼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색채심리학. 소비자가 내리는 순간적 판단의 최대 90퍼센트가 색에 좌우되며, 때문에 각 색들이 내뿜는 느낌들이 중시된다. 그렇다면 이와같은 컬러들이 어떻게 이용되어 왔을까? 분명 처음 시작도 있었을 테고, 과거에 유행한 색도 있었을 것이다. 책 속에 나와있는 내용을 예시로 들면 고대부터 붉은 색은 생명의 색으로, 주술적이거나 기능적인 어떠한 이유로 커다란 붉은 돌이 사용되기도 했을 것이며, 피를 통해 의식을 치르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 밖에 원래 붉은 색이 기독교에서 죄악의 색이었지만 어떤 기점을 지나며 검은색이 죄악의 색이 되며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때문에 화가들은 음영효과를 위해 검은색을 쓰긴 쓰되 주로 사용하진 않았지만, 이 역시 시간이 지나며 검은색의 매력을 발견하게 되면서 검은색을 위주로 그린 어둑한 그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런 점은 순수한 하양, 때묻지 않은 하양이라는 다소 위험한 이념과도 대비된다.


하양을 깨끗함이라는 것과 연관시켜 흑인을 씻기면 하얗게 된다는 비누의 홍보도 충격적이었지만, 이런 생각이 발전되어 19세기 후반에 개인위생에 대한 서양인의 사고방식이 달라지며 깨끗함에 집착하게 만들고 흰색 욕실과 벽지 화장실의 흰색도기등으로 바뀌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그 밖에 고대의 언어를 살펴보면 검정, 하양, 빨강, 초록, 노랑은 언어가 금방 만들어졌지만 파랑은 이름을 얻기까지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렸다는 것도 뜻밖이었다. 이 이유에 대해 책의 저자는 다른 색들과 달리 파랑은 자연에서 손에 잡히는 형태를 취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라고 말한다. 과일, 광물, 물고기 등이 있긴하지만 대부분 표면구조를 변형해 파란색처럼 보이는 환영을 창조할 뿐이라는 것이다.
중간중간 내용을 섞어 말하기는 했지만 컬러는 7개의 장으로 딱 나뉘어져 있다. 하나의 컬러에 관한 이야기를 보고나면 또 다른 컬러를 만날 수 있었던 셈인데 중간중간 과학적인 이야기나 역사,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 같은 것들이 섞여 있어서 딱딱하면서 말랑한 느낌이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컬러에 관련된 역사이야기가 제일 많았던 것 같아 읽는데는 제법 시간이 걸렸지만 말이다. 어쨌든간에 하늘아래 같은 색이 없다는 말처럼 다양한 색깔 또한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어서 읽는 동안 즐거웠다. 인간 역사와 함께 해온 컬러에 관한 이야기는 방대했지만 그만큼 색다른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색채는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변한다. 색이 주는 느낌 또한 변한다. 그래도 우리의 곁에는 늘 컬러가 함께하고 함께할 것이라는 걸 잘 알려주고 있었던 책이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