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포핀스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22
패멀라 린던 트래버스 지음, 정윤희 옮김, 천은실 그림 / 인디고(글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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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디고의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22번째 책인 '메리 포핀스'

메리 포핀스는 영화 뮤지컬 등 많은 사랑을 받는 고전명작인만큼 내용은 귀동냥으로 들어 대충 알고 있었다. 아주 어릴 때 아마 영화(?)같은 걸 본 기억도 있는 것 같고..

그렇게 잡은 책은 초반에 기억하고 있는 이야기와 달라서 당황했다. 메리 포핀스는 생각보다 까칠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오로지 마법같은 일을 벌이는 신기한 유모라는 기억만 가지고 있었는데.. 하지만 그 때문에 나는 더욱 새로운 기분으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벚나무 길 17번지에 있는 뱅크스씨의 집에 바람을 타고 온 메리 포핀스는 새침한 매력이 넘치는 인물이었다. 바람이 바뀔때까지 머무르겠다라는 이상한 말을 하며 그날부터 유모일을 시작한 메리 포핀스. 앵무새 머리 모양의 손잡이가 달린 우산을 들고 등장한 새로운 유모는 첫 인상부터 강렬했다.

 

 

그녀의 주변에는 온갖 신기한 일들이 가득했다. 그림 속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웃음가스로 인해 풍선처럼 둥둥 떠오르는 아저씨도 만나고 나침반으로 세계여행을 하고 개와 새의 말을 알아듣기도 한다. 그야말로 판타지가 가미된 한편의 동화같은 이야기였다. 책 속의 내용은 이렇게 시종일관 엉뚱발랄 유쾌한 분위기라 이 특별하고 매혹적인 동화세계를 읽는 동안 자꾸 웃음이 났다.

 

"​메리 포핀스는 남들과 다르니까. 이 세상 누구도 메리 포핀스와 같을 수는 없어." -219p

 

아이들과 함께 신비한 여행을 하면서 온갖 모험을 하고 좌충우돌 일을 벌이는 편이지만 메리 포핀스는 어딘가 까칠하고 새침해 보인다. 하지만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봤을 때 메리 포핀스 주변에 있으면 꿈같은 일이 계속 일어나기에 제인과 마이클은 그녀를 좋아할 수 밖에 없게된다. 쌀쌀맞은 한편 다정하게 아이들을 돌보는 메리 포핀스. 이 특별한 유모를 실제로 만나게 된다면 어떨까? 아마 상상도 못할 정도로 유쾌한 일상이 될 것만 같다.

 

 

그 밖에 이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의 '메리 포핀스'는 천은실 작가의 일러스트를 만나 더욱 더 매력을 더하고 있었다. 일러스트가 내용, 등장인물과 굉장히 잘 어울려서 메리 포핀스의 모습을 상상하는데 훨씬 도움을 받았다. 표지에서부터 메리 포핀스의 새침함과 밑에 깔린 다정함이 느껴지는 것 같아 정말 메리 포핀스는 이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생각할 정도다. 안에 있는 일러스트 또한 말할 것도 없고.

 

천방지축 소란스러운 이야기였지만 그럼에도 사랑스러웠다. 까칠한 메리와 그녀가 돌보는 귀여운 아이 둘 그리고 아기 쌍둥이까지. 굉장히 귀여운 동화느낌이 많이나서 끝까지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메리 포핀스는 아이들의 시선에서도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판타지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기에 아이들과 읽어도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책이었다.

 

오 르부아르.

"제인 아가씨, 그건 '또 만나자.'라는 뜻이에요." -31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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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괴담 명작집 - 클래식 서스펜스 걸작선
지식여행 편집부 엮음 / 지식여행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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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작가들이 쓴 괴담들을 엮어서 낸 지식여행 출판사의 '세계괴담 명작집'

8개의 짧은 이야기들로 이루어져있던 책은 현대의 스릴러물과는 또다른 느낌을 주었다. 작가들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괴담의 고전 같은 느낌이랄까..

하지만 그 작가들이 쓴 기묘한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초자연존재에 대해 말하며 호기심을 자극했다.

 

너새이얼 호손의 '라파치니의 딸'은 수상한 정원사와 그의 딸 베아트리체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베아트리체라는 화려한 꽃에 마음을 빼앗겨버린 남자 조반니는 아름다운 베아트리체와 만나고 싶은 마음에 베아트리체가 나타나는 정원에 몰래 들어가게 되고 사랑을 키워간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뭐라말할 수 없는 기묘한 느낌이 계속 받던 조반니는 결국 베아트리체의 손에 닿거나 숨결을 불면 다른 생명체가 죽는다는 것을 알게되고 그녀를 구원하기 위해 해독약을 찾기 시작한다.

두 번째 이야기는 아서 코난도일의 '북극성호의 선장'. 넓은 빙원에 갇혀버린 배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고립된 배 안에서 유령이 나타났다며 혼란스러워하는 선원들, 배를 책임지는 선장까지도 점점 이상해져간다. 무엇에 홀린 것 처럼.. 

 

그 밖에 친구의 부탁으로 친구부부가 살던 별장에 가서 유령같은 존재를 만난 기 드 모파상의 '유령', X시에서 본 아름다운 여인의 환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에른스트 테오도어 아마데우스 호프만의 '폐가', 눈에 보이지 않고 귀에 들리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이 있다고 말하며 뭐라 말할 수 없는 정확히 규정할 수 없는 것에대한 공포를 보여주는 앰브로즈 그위넷 비어스의 '요물', 탐욕에 눈이 먼 남자를 응징하는 스페이드 여왕의 이야기인 알렉산드로 세르게예비치 푸시킨의 '스페이드의 여왕', 거기 아래에 계신 분이라는 말에 서늘함을 느끼게 해주었던 찰스 디킨스의 '신호원' 등 각각의 단편 속에는 많은 초자연적 존재들이 등장했다. 때로는 복수를 위해 나타나기도 아무 관련 없는 사람에게 나타나기도,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오기도 하는 모습은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지는 패턴이라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나는 조지 맥도널드의 '거울 속의 미녀'가 기억에 남는다. 거울 속에 나타나는 여인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코스모의 이야기. 행복해질 것 같았는데 반대의 상황으로 끝나서 더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괴담집에서 해피를 바라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인가...)

 

무엇인가 요즘 스릴러들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다. 대가들의 괴담이라니 새로운 기분이 들기도 했고 단편모음이라 그런지 빨리빨리 읽을 수 있었다.

좀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있고 옛날 세계명작을 읽는듯한 느낌도 들었지만 어둑어둑한 밤중에 읽는다면 약간의 두근거림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색다른 호러물을 보고싶다면 세계괴담 명작집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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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의 연인 외전
유오디아 지음 / 시간여행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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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판 외전속에 수록된 새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광해의 연인을 다시 손에 들었다.

연재때부터 읽어왔던 광해의 연인은 나에게 웹소설의 문을 열어준 작품이었다. 연재를 잘 읽지 못함에도 궁금증에 시작한 광해의 연인은 그럼에도 읽기를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게했다. 연재당시 앞부분을 잊어버릴만하면 몇번을 계속해 다시 읽으며 커다란 역사적 사건들을 이렇게 엮어낸 작가님의 상상력에 감탄했고 또 좋아했다. 무엇보다 시간여행자라는 소재를 매력적으로 그려내고 있었기에 판타지적인 요소를 사랑하는 나에겐 잘 맞았던 게 아닌가 싶다.

 

이번에 개정판으로 나오게 되며 외전만을 엮어 따로 떨어져 나온 이번 책은 부담없는 두께라 일단 책을 읽기 시작하면 책장이 휙휙 잘도 넘어간다.

앞장의 멋진 일러스트부터 6개의 알찬 외전까지 들어있기에 본편에서 아쉬움을 진하게 느꼈던 독자라면 환영할만한 글들이었다.

 

 

다양한 인물의 이야기들 속 개인적으로 가장 매력적인 외전은 또 다른 결말이자 혼과 경민의 행복한 모습을 그리고 있는 이현궁의 봄이 아닌가 싶다.

 

어쩌면 지금 내가 느끼는 이 행복이 계속 이어져 먼 미래의 답이 되는 것이 아닐까? -22p

 

역사적 한계점을 뛰어넘은 결말. 모두가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상황이기에 그야말로 제목처럼 따뜻한 봄같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왕이 된 혼은 대비가 된 경민과 함께하고 누구도 불행해진 사람이 없었다. 본편과 다른 미래와 행복한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 밖에도 웹소설을 통해 공개되었던 정원군과 신성군, 운지이야기 등등과 새로운 외전 가을꿈은 아쉬웠던 마음을 달래주는 듯 했다.

아마 마지막 이야기 가을꿈은 다음이야기를 위한 포석이 아닐까. 풀다 만 이야기같아서 아쉬운 한편 그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 경민의 부모님세대가 항상 궁금했는데 이렇게 힌트를 주시다니.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조금 더 있었으면 했지만.. 아마 언젠가는 새로운 이야기로 찾아오지 않을까싶다. 시간여행자라는 소재를 가지고 다른 이야기를 풀어간다면 그것도 재밌겠다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기에 작가님이 다른 이야기를 써주시기만 한다면 바로 달려가리라는 생각이다. 분명 광해의 연인만큼이나 매력적인 작품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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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아이 고 - 내 남편의 아내가 되어줄래요
콜린 오클리 지음, 이나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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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의 아내가 되어줄래요

 

27살의 젊은 여성 데이지. 암 치료 후 행복하고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던 어느 날, 데이지에게 남은시간은 6개월 뿐이라는 잔혹한 선고가 내려진다.

책의 초반부엔 누가 이 부부에게서 행복을 앗아갔는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두 사람의 행복한 모습이 간간히 비춰진다. 데이지와 잭은 보통의 부부와 다름없이 생활하고 서로 사랑하며 챙겨주고 챙김받으며 소소한 행복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초반 이런 분위기는 후의 반전된 분위기를 더욱 강조하기 위해서일까. 암치료기념일에 데이지가 재발한 암에대해 다시 말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다시 재발한 암. 손쓰지도 못하고 그저 죽음만을 기다려야 하는 그 상황을 데이지는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한 달 뒤 죽는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별로 망설임없이 대답했던 지난날과는 다르게 데이지는 상황을 부정하고 혼란스러워한다. 데이지는 젊고 충분히 미래를 꿈꿀수 있는 나이였다. 잭 역시 마찬가지다. 젊고 살아가야 할 날이 훨씬 많았다. 그래서 데이지는 생각한다. 내가 없으면 잭은 어떻게 될까?하고.

 

내가 죽으면 누가 그 양말을 치워줄까?

내가 죽으면 누가 잭의 어깻죽지 바로 아래를 긁어줄까?

내가 죽고 나면 누가 창문 틈을 막아주고, 바닥 업자를 부르고 바닥을 쓸고, 도시락을 싸고, 청바지를 찾아주고, 식기세척기를 돌리고, 장을 보러 가고, 침대 정리를 하고, 잭이 매번 식사로 망할 시리얼을 먹지 않도록 해줄까? - 136p

 

마침내 남은 시간동안 해야할 일을 찾은 데이지는 잭의 아내가 가져야 할 자질에 대해 늘어놓는다. 무려 24가지나 되는 조건은 그녀의 엉뚱함을 보여주면서도 잭을 진심으로 사랑하는구나라는 걸 알게해주었다. 하지만 데이지는 자신이 사라지고 없더라도 끝까지 잭의 아내로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과 그의 행복을 위해 새로운 아내를 찾는 것 사이에서 갈등한다. 마침내 잭의 새 아내 조건에 맞는 완벽한 여자가 나타나자 데이지는 더욱 혼란스러워한다. 분명 남편을 위한 일일텐데 잭의 입에서 그 여자의 이름이 나오는 것이 점점 힘들다. 데이지는 곧 죽을테고 남겨진 두 사람은 미래가 있고 살아갈 수 있으니까.

 

 

책의 내용은 다소 서글프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남은시간을 쓴다라고 하는 것부터 유쾌한 이야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제목에서부터 결과를 예측할 수 있기도 했고. 무엇보다 책 표지와 띠지의 이미지가 너무 강렬해서 더 서글펐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이 그렇게 비극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데이지가 너무나 사랑스러운 여자였기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 암울한 상황에서 신세한탄을 하기보다 남편의 새아내 찾기에 신경을 쓰고 남은 사람들이 이별준비를 할 수 있게 도와줄만큼 강인한 여자이기도 했고. 청승맞기보다는 엉뚱하고 유쾌한 구석까지 있는 데이지 덕분에 책은 걱정했던 것 보다 축축 쳐지지도 않고 담백하고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내용이 막바지로 향해갈 수록 데이지의 혼란스러움은 극에 달했다. 홀로 남겨질 잭을 위해 아내를 알아보며 갈등하면서 자신도 행복해지고 싶었다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울컥했다. 당사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여서일까 데이지의 혼란스러운 감정이 더욱 더 잘 전달되고 심정이 이해되었기에 더욱 더 공감하며 읽어갈 수 있었다. 다 읽고나니 죽어가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마지막에서야 데이지가 감정을 온전히 드러낸 부분, 잭과 마지막으로 대화하던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데이지의 마지막부탁은 말할것도 없고. 어쩐지 웃음이 나오는 부탁에 정말 데이지답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둘만 이해할 수 있는 장난을 하며 홀로남은 잭이 데이지와의 마지막 연결고리를 놓치않을 때 다시 울컥했다. 

 

글을 읽는 내내 몇 주전 병원에 다녀온 경험이 계속 되풀이되었다. 병이 찾아오면 그 병을 가진 당사자도 힘들지만 옆에 있는 사람도 힘든 점이 많은 것 같다. 시한부 인생이라면 어떨까. 사랑하는 사람이 내 곁을 떠난다는 생각만해도 언제나 마음아픈데. 어떤 상황이든 곁에서 사람이 떠난다는 건 슬픈일이다. 책에서 말하는 것 처럼 교통사고로 하루아침에 죽을 수도 있지만 데이지는 적어도 자신이 세상을 떠날 날을 가늠할 수 있었다. 만약 내가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된다면 떠날 준비를 해야겠다라고 한번쯤 생각해본 적이 있던 나는 그래서 더욱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슬픈 결말이 될 수 밖에 없지만 가끔 이런 글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삶과 죽음 상실과 사랑에 관하여.. 이런 내용은 살아가는 것에 대하여 한 번쯤 생각해보게 된다. 살아갈 수 있는 날이 6개월이라면 어떨까? 나도 데이지처럼 할 수 있을까? 죽기 전에 꼭 해야만 하는 일은 뭘까?하고. 어딘가 엉뚱하고 유쾌했던 27살의 데이지. 나도 그녀가 어디에 있든지 웃기를 바란다.

 

 

'애도란 이런 게 아닐까 싶다. 기분이 나아졌다 나빠졌다를 끝없이 반복하는 것. 그리고 언젠가는 우울한 때보다 즐거운 때가 좀 더 길어지기를 바란다.' - 41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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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황금방울새 - 전2권
도나 타트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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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황금방울새>는 어디에 있는가

완독률 98.5%라는 높은 수치에 관심이 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표지에 있는 작은 새가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고.

그래서 은행나무 출판사의 서평단에 선정되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무엇보다 소설을 다 읽고난 지금은 매력적인 소설을 읽게 되어 기쁜마음이다. 실존하는 그림 카렐 파브리티우스의 황금방울새. 사슬에 묶인 작은 새 그림에서 시작된 다양한 감정들과 이야기는 책을 통해 새로운 생명력을 얻은 듯 했다.

 

'황금방울새'의 주인공인 시어도어 데커는 미술관 테러사건으로 순식간에 엄마를 잃게된다. 무너져내린 미술관에서 빠져나오기 전 시오(=시어도어)는 빨간머리 소녀 피파와 함께 있던 노인을 만나게 되고 노인의 부탁으로 반지와 황금방울새 그림을 가지고 나온다. 그 순간부터 그림은 시오의 인생에서 중요한 일부분이 되었다. 시오는 친구 앤디 바버의 집, 라스베이거스 그리고 다시 뉴욕으로 옮겨다니면서도 황금방울새 그림을 자신의 곁에서 떼어놓지 않는다. 하지만 시오는 미술관에서 그림을 가지고 나온 순간부터 그림에서 위안을 얻는 한편 불안해한다. 

 

그림 속 사슬에 묶인 작은 황금방울새는 자신의 생각에 묶여있는 시오의 상황과도 같았다. 그림을 끝내 놔주지 못하고 엄마의 마지막 모습을 붙잡고 있는 것처럼. 두꺼운 1권 내내 시오는 엄마를 잃고 상처받은 마음과 사기,마약에 노출되며 방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스완슨 선생님은 센트럴파크웨스트에 커다란 아파트가 있고 코네티컷에 집이 한 채 있었기 때문에 의지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지지대가 부러져서 모든 것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전혀 몰랐다. -1권 226p

 

큰 일을 겪었다해도 시오는 어린 소년일 뿐이다. 어른들에게 휘둘리는 힘없는 소년이기에 부러진 단 하나의 지지대라는 묘사는 당시 소년의 심정이 어땠는지 짐작할 수 있게끔한다. 잔잔히 이어지는 사건과 묘사로 인해 평생을 잊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고 천천히 시오가 성장해나가는 과정과 모습은 공감을 얻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마침내 황금방울새 그림에 대한 진실이 드러났을 때도 시오가 느낀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두 권의 책은 합쳐서 10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라 보는순간부터 부담감을 느끼게 했다. 게다가 속내용 또한 엄청난 묘사와 세밀한 설정으로 인해 속도감 있게 읽히지 않았다. 언제 다 읽지라는 생각에 완독률 98.5%가 의심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는동안 엄마를 잃은 후 시오에게 의미를 갖는 것들 라스베이거스에서 만난 친구 보리스, 반지 때문에 알게 된 호비아저씨와 피파 그리고 황금방울새 그림에 대한 이야기는 어떻게 진행될까?라는 물음과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들로 인해 끝을 무사히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세심한 감정묘사로 인해 주인공인 시오에게 이입하면서 부터는 읽어가기 쉬워졌던 점도 있고. 아마 황금방울새 그림은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마음으로 조바심을 냈기에 초반에 책을 읽기 어려웠으리라. 

 

선한 행동이 항상 선을 낳는 건 아니고, 악한 행동이 항상 악에서 나오는 건 아니야, 안 그래? 현명하고 선한 사람도 모든 행동의 결말을 알 수는 없어. -2권 442p

 

2권의 마지막 쯤 가장 공감되었던 말이다. 작가가 말하고 싶은 건 이것이 아니었을까싶을 정도로 시오의 상황을 한마디로 정리하고 있는 듯 했던 문장. '세상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이상하며 선한 행동이 나쁜 결과를 불러올수도 나쁜 행동이 선한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두툼한 책을 읽는 동안 내가 보아온 시오의 상황은 평탄한 적이 없었다. 하나같이 불안정했으며 시오가 항상 바른 선택만 한 것도 나쁜 선택만 한 것도 아닌데도 이대로 가면 어떤 결과를 불러올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삶은 언제나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책속의 시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결말이 더욱 인상적이었고 후련하기까지 했다. 도대체 그림에 얽힌 이야기는 언제하게 될까 기다리는 게 1권의 내용이었다면 2권은 소설의 마지막 장을 위하여 쓰인것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작가는 세밀한 설정으로 때때로 숨막히도록 상황을 몰아갔지만 책을 끝까지 읽은 지금은 시오가 조금씩 천천히 성장하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본 것 같다는 기분이다.

 

작은 그림 하나에서 시작된 '황금방울새'는 예측할 수 없는 삶을 살아가는 것에대한 이야기를 전달해주기 위해 쓰여진 것이 아니었을까. 황금방울새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갔을 때 비로소 시오가 힘든길을 돌고돌아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 것처럼 작가는 독자에게 그래도 성장해가며 살아가라는 메세지를 남겨준 듯 하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항상 기쁘지만은 않다고 할지라도, 어쨌든 삶에 몰두하는 것, 눈과 마음을 열고서 세상을, 이 개똥밭을 똑바로 헤쳐나가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2권 48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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