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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정명수 옮김 / 모모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분명 완독한 책인데 내 기억 속 어린왕자 내용은 오직 앞 부분에 나오는 '보아뱀'과 '모자' 뿐이라 이번 기회에 제대로 다시 한번 읽어보고자 어린왕자 책을 펼치게 되었다.
어린왕자에 나오는 '나'는 여섯살 때 어른들에게 '코끼리를 먹은 보아뱀' 그림을 보여주며 상상력을 발휘해 맞추길 바랐지만 어른들은 하나같이 '모자'라고 대답했고, 보아뱀이든 뭐든 그림 따위는 집어 치우고 차라리 지리나 역사, 수학이나 국어를 공부하라는 충고를 듣는다.
그래서 '나'는 화가를 포기하고 다른 직업을 택했고 비행기 조종을 배워 조종사가 되었다.
어느 날, 비행기 엔진 고장으로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 불시착 하게 된 '나'는 그 곳에서 '어린왕자'를 처음 만나게 된다.
어린왕자는 그에게 다가와 양 한마리를 그려달라고 청하고 '나'는 어린왕자에게 양을 그려주었지만 그리는 족족 어린왕자는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른 '나'는 마침내 상자 하나를 그리고 이 안에 양이 들어있다고 말해버리는데 뜻밖에도 어린왕자는 "이게 내가 바라던 거야!"라며 기뻐했다.
어린왕자의 눈에는 상자 안에 들어있는 양이 보였지만 어른이 되어버린 '나'는 상자 안의 양을 상상하지 못한다.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모자라고 말하던 어른과 똑같은 어른이 되어버린 '나'를 보며 괜히 울적해져 버렸다. 어릴 때 그렇게 풍부하던 상상력들은 어째서 어른이 되면 사라져 버리는걸까.)
사막 한 복판에서 그는 어린왕자와 친구가 되었고 비행기 엔진을 고치는동안 어린왕자와 한 대화들을 통해 어린왕자에 대해 몇가지 사실들을 알게된다.
첫째, 어린왕자는 소행성 B612에서 왔다.
둘째, 어린왕자는 자신의 별에서 바오바브나무들을 뽑고 석양을 바라보며 지냈다.
셋째, 어린왕자의 별에는 허영심과 자만심 가득한 꽃 한송이가 있다.
넷째, 어린왕자는 철새의 이동을 이용해 그의 별을 떠났으리라.
어린왕자가 별을 떠난 이유는 허영심 많은 꽃 때문이었다.
어디에서 실려 왔는지 모를 씨앗이 어린왕자의 별에 뿌리를 내린 후 꽃이 피었는데, 그 꽃은 매일 어린왕자의 마음을 괴롭혔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어린왕자는 결국 꽃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별을 떠났다.
별을 떠난 어린왕자는 지구에 도착하기 전 여러 별에 살고 있는 인물들을 만났는데~ 첫 번째 별에는 왕을, 두 번째 별에는 허영심에 빠진 사람을, 세 번째 별에는 술꾼을, 네 번째 별에는 사업가를, 다섯 번째 별에는 가로등을 켜는 사람을, 여섯 번째 별에는 지리학자를 만났다.
이들은 오늘날 현대인의 문제점들을 각각 내포하고 있는데 왕에게서는 내가 최고야 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 허영심에 빠진 사람에게서는 말 그대로 허영심에 빠져 사는 사람, 술꾼은 자신의 실패를 슬퍼하기만하고 고치거나 노력하려는 자세는 보이지 않는 사람, 사업가는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 가로등을 켜는 사람은 다른건 보지않고 자신의 일에만 열심히인 사람, 지리학자는 이론만 고집하는 사람을 꼬집고 있다.
이렇게 여섯 번째 별까지 둘러본 어린왕자는 지리학자에게 추천해 줄 만한 별이 있는지 물어보았고 그는 지구를 추천해 주었다.
그렇게 지구에 도착하게 된 어린왕자. 지구에서 처음 만난 생명체는 뱀이었다.
어린왕자와 뱀의 대화에서 정말 공감갔던 부분이 있다.
"사람들은 어디 있니? 사막은 좀 쓸쓸하구나."라고 어린왕자가 물어보자,
"사람들이 사는 곳도 쓸쓸한 건 마찬가지야." 라고 뱀이 대답하는 장면이었다.
그러고보면 어린왕자는 유독 명대사가 많은데 자신의 별에 있던 꽃을 비롯해 지구에서 만난 뱀과, 여우, 그리고 '나'와의 대화들에서 특히 공감과 여운이 많이 느껴진다.
뱀과 사막의 꽃과 메아리, 그리고 정원의 꽃들을 만난 후 어린왕자는 여우를 만나게 되는데, 여우는 어린왕자에게 '길들인다'는 의미와 '관계를 맺는다'는 의미를 알려주며 어린왕자의 별에 있는 장미꽃이 소중한 이유는 '그 꽃을 위해 시간을 바쳤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장미꽃은 세상에 아주 많지만 어린왕자에게 의미있는 소중한 꽃은 별에 있는 꽃 단 한송이 뿐이기에 어린왕자는 1년째 되는 날 꽃을 보러 다시 자기의 별로 돌아가기 위해 '나'와 작별인사를 하고 처음 만났던 뱀에게 자신을 물어달라고한다.
하지만 이 죽음은 어린왕자의 육신 껍데기를 벗기 위한 행동으로 진짜 죽음은 아니었다.
이렇게 어린왕자와 헤어진 '나'는 어린왕자를 잊지않기 위해 이 이야기를 글로 남기며 마무리한다.
생텍쥐페리의 작품설명에 이런 글이 적혀있다.
'이 작품에서 그는 어린왕자라는 맑고깨끗한 어린이들의 눈을 통해 잊혀졌던 진실들을 일깨워주고 있다. 속이 보이지 않는 보아구렁이의 그림으로부터 시작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눈으로는 볼 수 없고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 길들인 것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이 작품의 중심 내용이다.'라고.
내가 하고싶은 말들이 이 글에 모두 적혀있어 그대로 적어보았다.
"어른들은 누구나 처음엔 어린이였지. 그러나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별로 없어."라는 구절처럼 잊고있었던 '동심'에 대해 제대로 일깨워 준 어린왕자책.
동심을 잊고지내는 바쁜 어른들에게 여유되면 꼭 읽어보라고 추천 해주고싶다.